시(詩) 805

백하(白夏)·1

[시조가 있는 아침] (76) 백하(白夏)·1 [중앙일보] 입력 2021.06.17 00:16 | 종합 25면 지면보기 유자효 시인 백하(白夏)·1 백이운(1955∼) 천둥 번개가 찢고 간 조선의 여름 하늘 우리 하느님 하얀 모시적삼 피 배듯 피 배듯 왁자한 쓰르라미 붉은 울음. -우리시대현대시조100인선 50 ‘슬픔의 한복판’ 신(神)이 울었던 그해 여름 흰옷 입은 백성들의 나라 조선의 여름은 희다. 그 여름 하늘을 천둥 번개가 찢고 간다. 1950년 6월 25일. 오! 나의 하느님이시여.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하얀 모시적삼에 피 배듯 쓰르라미가 왁자하게 붉은 울음을 자지러지게 운다. 그 무서웠던 여름을 절제된 감성으로 그려냈다. 백이운 시인은 ‘흰 여름’을 주제로 한 스물여섯 편의 시조를 썼..

시(詩) 2021.06.17

사월의 노래

사월의 노래 박 목월 작사 김 순애 작곡 목련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 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시(詩) 2021.04.02

춘야희우【春夜喜雨】-

춘야희우【春夜喜雨】-어느 봄밤 반가운 비 -두보【杜甫;712-770】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좋은 비는 시절을 알고 내리나니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봄이면 초목이 싹트고 자란다 隨風潛入夜【수풍잠입야】 봄비는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 潤物細無聲【윤물세무성】 가늘게 소리도 없이 만물을 적신다 野徑雲俱黑【야경운구흑】 들길과 하늘의 구름 모두 어두운데 江船火獨明【강선화독명】 강가의 배에 불빛 번쩍번쩍 曉看紅濕處【효간홍습처】 이른 아침 붉게 젖은 땅을 보니 花重錦官城【화중금관성】 금관성엔 꽃 활짝 피었으리.

시(詩) 2021.03.02

하동의 밤

하동의 밤 하동의 밤 (위재천 詩人) 하동사기마을엔 낮에는 도자기굽고 밤이면 글을 쓰는 현암 형님이 살고 있지요 별빛이 쏟아지던 유월 어느 날 뻐꾸기 울음소리에 개구리 화답할 때 앞 논엔 백연이 피어나고 있었지 술 한 잔에 시 한수 낭송하고 칠순 넘은 진주기생 노랫가락 북장단에 관음보살 미소 짓고 밤은 깊어만 갔지 새벽 녁 달 항아리 하나들고 돌아오던 길 지금도 눈에 선하게 떠오르네. 위재천 시인은 여러해 전 창원지검 진주지청장을 지내고 현재는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서 저소득층 변론과 무료 법률자문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법률가로서 문학을 하면서 인간사랑을 실천하는 마음이 따뜻한 변호사로 칭송을 받고 있다. 시집으로는 ‘오 월이 오는 길’ 등이 있다. 玄菴 崔楨幹 선생을 ..

시(詩) 2021.02.27

달 같은 사람 하나

달 같은 사람 하나 홍윤숙(1925∼2015 ) 달 같은 사람 하나 어디 없을까 보름달 아닌 반달이거나 초승달 같은 어스름 달빛처럼 가슴에 스며오고 흐르는 냇물같이 맴돌아가는 있는 듯 없는 듯 맑은 기운 은은하게 월계수 향기로 다가왔다가 그윽한 눈길 남기고 돌아가는 큰소리로 웃지 않고 잔잔한 미소로 답하고 늘 손이 시려 만나도 선듯 손 내밀지 못하는 그럼에도 항상 가슴에 따듯한 햇살 한 아름 안고 있는 그런 사람 세상 끝에라도 찾아가 만나고 싶다

시(詩) 2021.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