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하루 600

추억이 있어서 나는 살아갈 것이다

2025년 4월 22일 추억이 있어서 나는 살아갈 것이다 남편과 나는 성당에서 만났다.그는 수녀가 되려던 나에게 삭발까지 하고 구애를 했다.처음부터 쉽지 않은 결혼이었다.변변한 직장이 없던 그를 우리 부모님은 완강히 반대했다.그러나 나에게 그는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따뜻하고행복한 일인지 알려준 사람이었다.따뜻한 봄날, 우리는 결혼했고 곧 영훈이를 낳았다.이어 둘째 규빈이도 생겼다.임신 3개월째, 가장 행복해야 할 때갑자기 남편이 쓰러졌다.첫 번째 발병이었다.친정 식구들은 유산을 권했다.남편 없이 아이들을 키우며 고생할막내딸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고집을 부려 규빈이를 낳았다.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남편이 완쾌 판정을 받은 것이다.왼쪽 대장을 상당 부분 잘라내고 그 ..

따뜻한 하루 2025.04.22

우산을 쓰다

2025년 4월 21일 우산을 쓰다조선시대 개국공신인 '유관(柳寬)'은높은 벼슬에 올랐지만, 청렴하기로 유명해서존경받는 인물이었습니다.그는 막강한 권력의 자리에 있었음에도누구도 정승이 사는 집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울타리 없는 초가집에서 평생 베옷과 짚신으로청렴한 삶을 살았습니다.심지어 수레나 말을 쓰지 않고호미를 들고 채소밭을 돌아다니며 스스로밭일을 하기도 했습니다.특히 관직에서 물러난 뒤에도후학을 가르치는 일에 게을리하지 않았는데배우고자 온 학생에게는 늘 평등하게 대하고성명과 집안도 묻지 않고 제자로받아주었다고 합니다.이런 그에게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한 번은 장맛비가 오래 계속되어 방안까지빗물이 들어올 정도였습니다.그러자 책을 읽던 유관이직접 우산을 받치며 빗물을 피했습니다.그리곤 옆에서 걱정하는 부인..

따뜻한 하루 2025.04.21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2025년 4월 18일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 뉴욕에 사는 한 알츠하이머 환자는젊은 시절 즐겨 듣던 곡들로 짠 플레이리스트를 듣고서잊었던 아들을 5년 만에 알아보았습니다.어떻게 이런 기적 같은 일이일어난 걸까요?뇌과학자들은 빛과 소리가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습니다.그리고 알츠하이머를 앓는 뇌에'빛'과 '소리'가 영향을 미친다는사실을 밝혀냈습니다.알츠하이머에 걸린 쥐를하루 한 시간 빛에 노출했더니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펩티드가현저히 감소했습니다.여기에 청각까지 자극해 7일 연속하루 한 시간씩 쥐들이 정해진 소리를 듣도록 하자,뇌에서 소리를 처리하는 영역뿐만 아니라근처에 있는 해마에서도 알츠하이머를 일으키는베타 아밀로이드의 양이 극적으로줄어들었습니다.심지어 이 쥐들은 인..

따뜻한 하루 2025.04.18

누군가의 버팀목

2025년 4월 16일 누군가의 버팀목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유명한 속담이 있습니다.이 속담은 위기의 순간에도침착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을담고 있습니다.그런데 실제로 맹수에게 물려가도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어느 날 TV 프로그램에서 커다란 몸집,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사자가 무언가를 입에 물고이동하는 장면이었습니다.하지만 놀랍게도, 사자의 입에 물려있는동물의 정체는 아기 사자였습니다.무리에서 떨어져 있던 아기 사자의 목덜미를아빠 사자가 입으로 물고, 안전한 곳까지옮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안전한 곳에 도착한 아기 사자는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신나게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아무리 동물의 왕으로 불리는사나운 사자도 자기 자식을 해치는 법은 없습니다.그리고 아기 사자 역..

따뜻한 하루 2025.04.18

'내일'의 의미

2025년 4월 15일 '내일'의 의미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가장 이해하기 힘든 말은 무엇일까요?바로 '내일'입니다.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없이"내일 해줄게"라는 약속의 말을 듣습니다.그리고 그 말을 고스란히 믿고, 설레는 마음으로내일을 기다립니다.하지만 아직 시간의 흐름에 대해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내일'은 수수께끼 같은 의미입니다.아이들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계속 질문을 합니다."내일이 언제야?""지금이 내일이야?"하지만 잠을 자고 눈을 뜨면찾아오는 날을 '오늘'이라고 부르니,아이들의 생각 속에는 '내일'이자꾸만 뒷걸음질하는 것처럼보이는 것입니다.우리는 자주 '내일'을 이야기합니다.내일 만나자며 다음을 약속하고내일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하곤 합니다.하지만 '내일'은 늘 가까이 있는 듯,한 걸음씩 멀..

따뜻한 하루 2025.04.15

틈을 만들어 주자

2025년 4월 14일 틈을 만들어 주자고대 페르시아를 떠올릴 때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고급 양탄자입니다.페르시아의 장인들은 양탄자를 만들 때한 올 한 올 손으로 만들어 가격이 비쌀 뿐만 아니라,정교한 문양과 복잡한 기하학적 디자인,자연을 모티브로 한 패턴이 특징이며,중세 시대부터 왕실과 귀족들의 권위를 나타내는요소로 사용되었습니다.이렇게 어마어마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뽐내는예술과 문화의 결정체에도 잘 찾아보면반드시 흠이 있기 마련입니다.흥미롭게도 페르시아 양탄자에서 발견되는 흠은,혼신의 힘을 다해 양탄자를 제작하던 장인이일부러 남긴 것이라는 사실입니다.이는 세상에는 완벽한 것이 없다고 여기는그들의 장인 정신과 철학이 담긴흠이었던 것입니다.그리고 사람들은 이를'페르시아의 흠(Persian Fl..

따뜻한 하루 2025.04.15

우리의 삶도 '그렝이질'이 필요합니다

2025년 4월 11일 우리의 삶도 '그렝이질'이 필요합니다흙바닥 위에 세운 기둥은 상식적으로깨지고, 썩고, 미끄러워지기가 쉽습니다.당연히 오래가지 못할 것이 뻔합니다.그래서 예로부터 집을 지을 때는먼저 터를 고르고 땅을 다져 기초를 튼튼히 한 후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웠습니다.하지만 자연에서 얻는 다양한 돌들의 모양은울퉁불퉁 제멋대로이기 마련입니다.톱과 대패를 이용해서 만든 나무 기둥의단면은 평평해집니다.그러면 주춧돌 위에 기둥을 얹기 위해서단단한 돌을 어렵게 평평하게 깎는 것보다옛 장인들은 더 깎기 쉬운 나무 기둥의 단면을울퉁불퉁한 주춧돌의 단면과 꼭 맞도록깎아내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이제는 잘 쓰지 않는 우리 고유의 건축 용어로'그렝이질(그레질)'이라고 합니다.그렝이질이 잘된 기둥은 못이나 접착제를..

따뜻한 하루 2025.04.11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2025년 4월 9일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한다면?학교가 끝나고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향해숨이 멎을 정도로 열심히 달렸습니다.고 3 학생이라 공부하느라 받았던 스트레스를그렇게 버스 정류장을 향해 내달리는 것으로풀곤 했습니다.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전력 질주하여버스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얼굴에 안경이 끼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학교는 이미 너무 멀어져 있었고,평소에도 안경이 없으면 버스 번호판이 안 보여가까이 있어야지만 알 수 있을 정도로시력이 좋지 않았습니다.마침, 버스 정류소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안경 쓴 여학생이 있어 조심스럽게말했습니다."저기 정말 미안한데,오빠가 눈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러는데,30번 버스가 오는지 봐줄 수 있겠니?"잠시 내 눈치를 살피며 생각하던 여학생은"예"라고 대답했고..

따뜻한 하루 2025.04.09

가족은 그런 것 같습니다

2025년 4월 8일 가족은 그런 것 같습니다오래전 제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동생이 중학교 2학년이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집 근처에 학교가 있어 걸어 다녔던 저와는 달리동생은 학교가 멀어 버스를 타고 통학을해야만 했습니다.그래서 동생은 늘 어머니가 차비를 주셨는데어느 날 동생이 버스를 타지 않고 학교까지걸어가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다음 날도 어김없이 동생에게 차비를 주는어머니에게 볼멘소리로 말했습니다."차비 주지 마세요. 버스는 타지도 않아요.우리 집 생활도 빠듯한데 거짓말하는 녀석한테왜 차비를 줘요."하지만 어머니는 먼 길을 걸어 다니는동생이 안쓰러우셨는지 내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동생에게 차비를 쥐여주며 말했습니다."오늘은 꼭 버스 타고 가거라!"그 차비가 뭐라고 전 엄마한테왜 내 얘긴 듣지도 않..

따뜻한 하루 2025.04.08

교만과 겸손

2025년 4월 7일 교만과 겸손한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에 가고 있었습니다.선비는 자신의 학식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어장원급제할 것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어느 곳에서 나룻배를 타고 큰 강을 건너던 중,선비는 노를 젓는 뱃사공에게 자랑하듯 말했습니다."이보게 사공, 논어를 읽어 보았는가?"사공은 선비의 질문에 궁금하여 대답했습니다."논어라니요? 그게 무슨 책입니까?"사공의 대답에 선비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논어를 모르다니. 자네는 지금 몸만 살아있지정신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네."그 순간, 큰바람이 불어와 물결이 계속 출렁거렸습니다.그리고 나룻배가 휘청거리자, 사공이 말했습니다."선비님, 혹시 헤엄을 칠 줄 아십니까?"배가 뒤집힐까 두려워 사색이 된 선비가 말했습니다."난 평생..

따뜻한 하루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