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의 아침편지(Go Dowon早上信) 355

당신은 당신인 채로

2025년 2월 12일 당신은 당신인 채로섣불리 타인을다 파악했다고 믿는다거나,그에게 궁금해할 것도 없다거나,나아가 내가 나 자신을 명확하게 안다고믿는 그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 당신에게는비밀이 있어서 나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평생을 경청해야 한다는 것, 당신이 누구든섣불리 폭력적으로 규정하기보다당신을 당신인 채로 놓아두는법을 배워야 한다.- 정지우의 《사람을 남기는 사람》 중에서 -* 때로는 내가 나를모르는 때가 있습니다.자기 자신도 모르는데 하물며 타인이야오죽하겠습니까. 어찌 내가 타인인 당신을안다고 규정하고 단정 지을 수 있겠습니까.당신은 당신인 채로, 나는 나인 채로자기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함께 웃고 함께 울며...

각방 쓰는 부부

2025년 2월 6일 각방 쓰는 부부오십 이후 각방을쓰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회사 동료나 중고등학교 동창들 가운데도아내와 각방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코골이때문에 각방을 쓰는 경우도 많았고, 자녀들이독립해 빈 방이 생기면서 각방의 조건이 갖춰져서그런다고도 했다. 다만 각방을 쓴다고 하면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비쳐질까 봐 공개를꺼리는 분위기는 있다. 하지만 술 한 잔들어가고 누군가가 먼저 그 얘기를꺼내면 갑자기 여기저기서"나도" "나도"를 외친다.- 임상수, 강은호의 《잠 못 드는 오십, 프로이트를 만나다》 중에서 -* 나이가 들수록각방을 쓰는 부부가 의외로 많습니다.'사랑은 함께 나누고, 잠은 각자의 공간에서 자는 것이편하다'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편한 잠자리에 익숙해져대화도 사랑도 나누지 ..

마디와 마디 사이

2025년 2월 5일 마디와 마디 사이그리움은연필로 나무 한 그루 그리는 일이다선 하나 그으면앞서 그린 선이 지워진다잎사귀 그리면 줄기가 지워지고둥치 없어진 자리엔흰 구름이 들어선다무한정 그려도 제대로 그릴 수 없이늘 한 군데가 모자란 짝짝이 눈이거나콧구멍이 없는 기형의 얼굴,못 갖춘 마디마디와 마디 사이- 김정숙의 시집 《구석을 보는 사람》 에 실린시 〈마디〉 전문에서 -* 꽃을 떨궈야 열매가 달리고,열매를 떨궈야 씨앗을 얻을 수 있습니다.하나가 소멸되어야 다른 하나가 탄생합니다.선과 선, 마디와 마디 사이에 무궁한 그림이펼쳐지고 자연의 원리가 작동합니다.모든 것은 마디가 있고, 틈이 있어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존중

2025년 2월 4일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존중보통 아이들은부모가 자신을 바라봐 주는 대로스스로를 바라봅니다. 부모의 무조건적인사랑과 존중, 그리고 보호와 편 들어주기가 있어야아이는 비로소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그야말로 '성장'을 할 수있습니다.- 정우열의 《나는 왜 내편이 되지 못할까》 중에서 -* 삶은 꽤나 심오합니다.그 심오함이 부모와 자식 간에도 늘 존재합니다.희로애락이 끊임없이 춤을 춥니다. 존경받는 부모,사랑받는 아이, 화목한 가정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수록 부모의 자녀에 대한무조건적인 사랑과 존중, 자녀의 부모에 대한무조건적인 사랑과 존경, 모든 것을넘어서는 최고의 가치입니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

2025년 1월 31일 나는 나를 좋아한다나는 나를 좋아한다.이렇게 말하면 얼마 전까지는"뭐야? 엄청난 나르시시즘인데!","아, 기분 나빠!"라는 식으로 밉상으로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자기긍정감이라는말이 커다란 붐을 일으켜 본인 스스로를사랑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많은사람들이 이해하게 됐다.- 요시카와 미쓰히데의 《나는 매일 남이 버린 행운을 줍는다》 중에서 -* '자기 사랑'은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가?이 물음의 답을 찾으려 할 때 꼭 거쳐가야 할과정입니다. 내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 어떤답도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생애 마지막까지나와 함께 할 이는 바로 나입니다.영원한 동반자입니다.

때(時)와 정도(正道)

2025년 1월 23일 때(時)와 정도(正道)화석처럼오래 사는 나무도 있지만,사람이나 나무나 생을 다하는 때가 온다.나무야 그저 자연에 순응해 쓰러지지만, 사람은이겨내려 애쓰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이겨내는 일도 정도를 벗어나면 보기 흉하다.내 것을 사수하겠다고 정도를 포기한 이들의이야기가 온 나라를 지배하는 지금,헌법재판소를 지키는 백송의안부가 궁금하다.- 김기화의 《눈부신 당신의 시간을 헤아리며》 중에서 -* 모든 것에는'때'와 '정도'가 있습니다.생(生) 할 때가 있고 멸(滅) 할 때가 있습니다.때를 알아 순응하는 것이 순천(順天)이고, 이를역행하는 것이 역천(逆天)입니다. 자신이 지금 어느때를 지나고 있는지를 깊이 살피고 헤아려 처신하되정도(正道)를 걸어야 합니다. 자칫 때를 놓치거나정도를 포..

부끄러움

2025년 1월 13일 부끄러움부끄러움을 아는 것은사람에게 아주 중요하다.교묘하게 기교나 재주를 부리는 자들은수치심을 쓸 줄 모른다. 부끄러워할 줄모르는 점이 남과 같지 않은데,어떻게 남과 같을 수있겠는가?- 조윤제의 《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중에서 -* 맹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말했습니다.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미워하는 마음입니다. 한마디로 올바름에서 벗어난 것을부끄러워하는 마음입니다. 무엇이 바르고 의로운 것인지분별하고, 의롭지 않은 것을 경계하고 부끄러워할 줄아는 것,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우리에게가장 절실한 덕목일듯 싶습니다.

차를 마시며 '나'로 향한다

2025년 1월 10일 차를 마시며 '나'로 향한다차를 마실 때'색, 향, 미'의 관점으로 즐기라.찻잎을 바라보고 건잎의 향을 맡는다.뜨거운 물로 한 번 예열한 다구에 건잎을넣고 흔들어서 다시 향을 맡아본다. 우려낸 찻물의색을 관찰하고 젖은 찻잎의 향을 맡는다. 찻잔의따스한 온기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차의 맛을음미하는 과정까지, 그렇게 오감에 집중하다보면 자연스레 다른 고민은 잊히고외부로 향한 나의 안테나는점점 '나'로 향한다.- 박지혜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차》 중에서 -* 차를 마시는 것은단지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한 모금 한 모금 차를 마시면서 나를 바라보고,'밖'으로 향한 마음의 시선을 '나'로 향하게 하는시간이기도 합니다. '일기일회'(一期一會), 지금이 순간의 차 한 잔이 내 인생..

역사의 신(神)

2025년 1월 8일 역사의 신(神)이따금 신은자유로울 수 없는액체의 감옥을 만든다.신의 사랑이 있는 곳에는빗소리 하나에도 신의 언어가 있다.젖은 꽃잎 하나에도 신의 손길이 있다.- 최요한의 《시를 쓰고 커피를 볶는 것은 운명이 아닐까요?》 중에서 -* 신이 깃들지 않은 곳이 어디 있을까요?사람이 보기에 어두워 보이는 구석에도, 방향 없이흘러가는 것 같은 역사의 강물에도 신이 계십니다.신은 어둠과 빛을, 불과 물을, 차가움과따스함을 모두 만드셨습니다.올바른 방향을 위해서.

왜 비평이 필요한가

2025년 1월 2일 왜 비평이 필요한가비평은우리의 관점에 도전장을 내밀거나적어도 진지하게 고민하게끔 함으로써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비판받은 부분을바꾸지 않을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과정이다. 다른 관점을 받아들이고새로운 결정을 하는 과정을 통해우리는 성장한다.- 윌 구이다라의 《놀라운 환대》 중에서 -* 비평이 없는 사회는성장이 멈추거나 아예 죽은 사회입니다.비평을 통해서 우리는 방향 전환을 꾀할 수 있습니다.극단의 길도 피할 수 있습니다. 극단에 이르기 전에비평을 받아들이고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개인과공동체를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비판과비평을 수용하지 않는 사회는 발전이없이 소멸되어 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