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소리내기 소리내기 묵언수행이 기본인 한 수도원에서 수도자들이 갑자기 병에 걸리기 시작했답니다. 음식, 기후, 잠자리 등 병의 원인이 될만한 것들을 점검하다가 그 원인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한데 모여 소리내어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새로 온 원장.. 그림(畵兒) 2010.01.20
집중 집중 드라마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선왕이나 선대 회장의 가르침 중 최악은 ‘사람을 아무도 믿지 말라’는 종류의 말입니다. 그런 육성을 되새기며 결의를 다지는 등장인물을 보고 있으면 드라마인줄 알면서도 가슴이 답답합니다. 허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장 적나라한 현실의 반영이기 때문.. 그림(畵兒) 2010.01.14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멈춤의 능력 멈춤의 능력 좋은 예술가란 언제 멈출 것인가를 아는 사람이라지요. 선 하나 색 하나도 더하지 않고 끝내야 할 시점, 어떤 부분을 조금 더 깍지 않고 조각칼을 놓아야 할 순간, 뷰파인더 안에 빛을 양껏 끌어 들이지 않고 잠가야 할 타이밍, 10줄쯤이면 좋을 듯한 시를 일곱 줄에서 멈출 수 있는 과감함. .. 그림(畵兒) 2010.01.06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오늘 알았다 오늘 알았다 평생 자신의 불안전성에 집중했으면서도 자신의 작품 수준에 대한 자부심은 잃지 않았다는 균형잡힌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어느 날 조각 작품 한 점을 밤새워 완성하고 집밖으로 나오다가 심하게 좌절했답니다. 그를 무릎 꿇게 한 것은 햇빛을 머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었다.. 그림(畵兒) 2009.12.30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기회 비용 기회 비용 ‘미친 부동산’ 때문에 괜한 속앓이하는 사람들, 부지기수입니다. 속앓이의 가장 흔한 유형은 내가 살던 아파트 가격이 이상하게도 내가 판 직후부터 서너 배 심지어는 열 배 넘게 올라서 생기는, 미칠 듯한 상실감과 그에 따른 분노입니다. 그때 팔지 않고 있었더라면 지금쯤..... 그런 생.. 그림(畵兒) 2009.12.23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너답지 못하다 너답지 못하다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이 자주 주고받는 말 가운데 ‘너답지 못하다’는 묘한 뉘앙스의 멘트가 있습니다. 그 위력은 가히 울트라슈퍼짱이라 할 만합니다. 대개의 경우 듣는 사람을 옴짝달싹 못하게 옥조이니까요. 하지만 여러 이유로 그에 합당한 댓 거리를 하지 못하는 것일 뿐 그 말을.. 그림(畵兒) 2009.12.16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중환자실 근육 중환자실 근육 요즘, 꿀복근으로도 애칭된다는 식스팩(six-pack)은 강한 남자 혹은 섹시한 남자의 결정적 상징입니다. 얼마나 유행인지 식스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상반신을 노출한 채 허공을 째려보는 몸좋은 남자의,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 자동으로 연상될 정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그런 .. 그림(畵兒) 2009.12.09
학동마을/최욱경 최욱경--> 1940 서울~1985. 서양화가. 최욱경 /최욱경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거쳐 미국 크랜부룩 아카데미, 브루클린 미술학교, 스코히간 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1963년부터 미국에서 활동했고 주로 추상표현주의 계열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아 강렬한 색채와 거침없는 표현기법을 사용했다. 1960년대 .. 그림(畵兒) 2009.12.03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아량 아량 천재지변의 사고로 딸을 잃은 엄마가 한 세미나에서 자신이 겪은 감정을 말하는 도중 눈물이 복받쳐 말을 잇지 못하면서 발표가 중단되었답니다. 그랬더니 사회자가 슬며시 곁에 다가와 물컵을 건네주면서 속삭이듯 말했다지요. ‘눈물도 말言이에요’ 그 한마디로 깊은 날숨 같은 위로를 받았.. 그림(畵兒) 200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