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자살투신율 1위 마포대교의 고육책…‘한번만 더’ 동상 설치

含閒 2012. 7. 31. 15:15

 

자살투신율 1위 마포대교의 고육책…‘한번만 더’ 동상 설치

한겨레|입력2012.07.31 14:20



한 해 평균 1만50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줄 시설물이 등장한다. 해마다 가장 많은 자살자가 몸을 던져 '자살대교'란 오명이 붙은 서울 마포대교에 한강으로 투신하는 사람과 이를 말리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오는 9월까지 '한번만 더'라고 이름붙인 1.8m짜리 황동 동상과 다리 난간에 설치한 자동 팝업 메시지를 통해 마포대교를 투신자살자들을 막는 '생명의 다리'로 바꾸겠다고 31일 밝혔다. 이전에도 자살을 막기 위해 마포대교 등에 긴급전화를 놓고 난간에 투신방지벽 설치를 검토했지만 여의치 않자 자살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식으로 자살예방대책을 바꾼 것이다.

지난 5년간 24개 한강다리에서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1301명이고 마포대교에서는 가장 많은 108명이 투신해 48명이 숨졌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마포대교에서 투신 자살시도가 가장 많은 이유로는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5분거리란 접근성, 마포대교에서의 투신자살 시도가 언론에 자주 보도된 것 등이 꼽힌다.

시는 실제 투신자살 시도가 있었던 마포대교의 장소마다 사람이 지나가면 자동으로 문자 메시지가 뜨는 센서등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각 구간의 메시지는 일상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았지만 직접적으로 자살을 언급하진 않는다고 한다. 시는 마포대교 전체를 4개의 구간으로 나눠 각 구간마다 내용을 다르게 하고, 정기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예컨대 "혹시, 지금 보고 싶은 사람 있어요? 그냥 머릿 속에 툭 떠오르는 사람. 친구도 좋고, 가족도 좋고,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보세요. 눈, 코, 입, 웃음소리…잘 기억이 나나요? 생각만 하지 말고 한번 보고 오는 것 어때요? 지금 가서 한번만 다시 보고 와요"란 말이 흘러나온다.

다른 난간에서는 "비밀 있어요.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서 꾹꾹 담아온 이야기. 가슴 아파서 혹은 쪽팔려서 누구한테도 하지 못한 이야기 시원하게 한번 얘기해봐요. 옆에 전화기 있잖아요. 당신의 이야기 잘 들어줄 거예요. 자, 한번 해봐요"란 메시지가 나온다.

'한번만 더' 동상은 마포대교 중앙 전망대 양쪽에 하나씩 1.8m 높이의 황동 재질로 설치한다. 동상은 마포대교 난간으로 다리를 올려 뛰어내리려는 한 사람을 다른 사람이 "한번만 더 생각해보라"며 붙잡으며 말리는 모양새다. 이 동상은 '이별을 할 때도 자살을 할 때도 삶의 극단적 선택의 순간에서 누군가가 붙잡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란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시는 오는 9월까지 센서등과 조형물 설치를 마무리하고 1년 동안 시범운영한 뒤 시민 반응을 보아 설치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생명의 다리' 설치 및 운영에는 연간 5억원이 들며, 전액 삼성생명에서 부담한다.

이런 식의 자살방지 장치를 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와 중국 난징 창장대교에서도 투신자살 방지를 위한 상담전화를 설치하고 구조요원이 24시간 순찰을 돌지만 마포대교처럼 동상이나 문자 메시지 장치를 설치한 경우는 없다는 것이다.

김병하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사람은 찰나의 감정으로도 자살에 이를 수 있기에 그 순간 관심과 메시지가 필요하다"며 "마포대교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생명의 상징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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