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스크랩(報紙剪貼)

김세형 칼럼

含閒 2012. 4. 20. 12:15

2012년 4월 20일

  

 

[김세형 칼럼] 인간의 법칙 대권의 법칙

기사입력 2012.04.19 17:20:13 | 최종수정 2012.04.20 07:35:40

인간은 과거보다는 미래를 원한다. 항상 새로운 것에 열광한다. 민주주의 기초를 놓은 존 로크는 대중은 무식하다 하여 0.5표의 투표권을 주자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집단의 지식은 항상 소수 엘리트를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대중의 직관을 쓴 존 L캐스티는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공유하느냐로 미래를 결정한다"고 결론지었다. 선거는 대표적인 그런 행위다.

19
대 총선 결과는 참 오묘하게 나타났다. 김용민의 막말, 문재인과 나꼼수의 어울림, 박근혜가 다녀간 후 손수조의 표가 더 떨어진다는 번롱,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을 추겠다던 허무 개그….

선거전엔 위력을 발하는 것 같은 것들이 한낱 장난질에 불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다시 한번 한국의 가치, 한국의 주류(main stream)에 대해 생각케 한다. 한국은 세계의 우등생이다. 뛰어나게 잘하는 1~2위 기업을 갖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한 실력을 갖췄다. 그런 나라의 5000만명을 이끌 지도자로 상대방의 실수를 유도해 자신이 올라가려는 짓에 추종자인 국민은 용납을 않는다. 그것은 국가의 품격, 국민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다.

위험해 보이는 선동꾼이 팔뚝을 크게 휘저으며 "확 갈아엎어 버리자"고 하면 국민의 집단무의식엔 "저 사람은 위험하다. 국회에 들여서도 안 되며 저 당이 권력을 잡아도 안되겠다"는 신호전달 장치가 돼 있는 것이다.

상황이 유리하면 제멋대로 까불고 불리해지면 반성하겠다, 근신하겠다는 인간에 대해 카를 융(Carl Jung)은 내면의 어두운 면을 지배하는 페르소나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20년간 사업을 하면서 사람을 많이 써본 내 친구는 스스로 정립한 `인간의 3대법칙`을 설명해준 적이 있다. 첫 번째가 원판 불변의 법칙이고 두 번째, 세 번째는 해당 부류들의 체면 때문에 여기선 비밀에 부치겠다.

원판 불변이라 함은 인간은 정말이지 바뀌지 않더라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괄목상대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낸 삼국지 오나라의 책사(策士) 여몽,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와 배반자 가롯 유다가 동일 인물을 모델(P. 반디네리)로 쓴 게 그런 경우다.

총선이 끝난 지금 사람들은 앉으면 차기 대통령은 누가 될 것 같으냐는 게 중심 화두다. 과거 이회창, 이인제 씨가 대권에 무척 가깝게 다가선 적이 있다. 나는 "서울법대 출신은 언제 대통령을 배출합니까?"라고 서울법대 출신을 만나면 묻곤 한다. 그들은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기 만큼 어려운 얘기라고 말한다. 그들의 DNA는 남을 생각해줄 줄도, 남의 얘기를 경청할 줄도, 남의 도움을 청할 줄도 모른다는 것이다.

대권의 과정은 진행형이다. 오늘 당장 투표한다면 누구인 줄 알지만 10일 후엔 모른다. 김용민 막말이 판을 엎어버린 게 10일 동안이다. 10일은 대중에게 `변심의 속도`. 총선 결과 양진영 득표율은 5049로 거의 같다. 이제부터 새로운 승부의 시작이다. 박근혜 씨를 비롯한 대권 후보는 향후 7개월여 동안 어떤 모습을 보이며 대중과 소통하느냐를 대중은 매일 채점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대중은 새로운 의제설정, 그리고 그것이 미래 지향형일 때 호의를 보일 것이다. 미국의 경우 느닷없이 여성 표심잡기가 지금 중심 화두다. 한국도 총선시즌 때의 서민층 퍼주기 말고 새로운 의제개발이 필요하다.

민주당 문성근의 "부산은 나꼼수 시청률이 떨어져서 패했다"는 관찰은 딱하다. 안철수 씨도 변해야 한다. 그가 대학에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대학생들에게 했던 강단정치는 달밤에 쓴 연애편지 수준이다. 콘서트를 지속하고 자서전을 낸다는 데 식상한다. 왜 대통령이 되려 하는지, 정책과 비전의 실력이 뭔지 이제 진짜로 증명해보이지 않으면 피노키오가 돼버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