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前 백악관 차관보 강영우 박사 별세

含閒 2012. 2. 24. 12:49

위대한 삶을 사시다 가신 님! 하늘에서 편히 쉬소서

 

前 백악관 차관보 강영우 박사 별세

연합뉴스 | 성기홍 | 입력 2012.02.24 10:41 | 수정 2012.02.24 11:16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 시각장애인으로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백악관 차관보 직급까지 올랐던 강영우 박사가 2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68세.

강 박사의 가족은 이날 "장애인 인권 운동의 선구자인 강 박사가 오늘 투병중이던 암으로 소천했다"고 밝혔다.

14세때 시력을 상실한 강 박사는 연세대를 졸업한 후 미국 피츠버그대로 유학을 와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됐고 지난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명으로 상원 인준을 거쳐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역임했다.

강 박사는 정책차관보로 6년동안 일하면서 미국의 5천400만 장애인을 대변하는 직무를 수행했고 장애인의 사회 통합, 자립, 권리를 증진시키는데 기여했다.

강 박사는 지난해 10월 췌장암이 발견돼 투병해왔으며 연말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 받은 삶을 살아 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 받아 감사하다"며 작별 편지를 보내고 1월에는 국제로터리 재단 평화센터 평화장학금으로 25만달러를 기부해 감동을 줬다.

유족으로는 부인 석은옥 여사와 아들 폴 강(한국명 진석) 안과전문의, 크리스토퍼 강(진영) 백악관 선임법률고문이 있다.

장례식은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인 중앙장로교회에서 오는 3월4일 추도 예배로 치러진다.

 

시한부 삶 강영우 박사 ‘가진 것 다 주고 떠나렵니다’

미 국제로터리재단에 보은의 25만 달러 기부 중앙일보 | 박승희 | 입력 2012.01.12 00:08 | 수정 2012.01.12 10:43

 

미국 워싱턴에 올 겨울 들어 첫 눈이 소담스럽게 내린 9일 밤(현지시간).

 13번가 한 로펌 사무실에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부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은 강영우 박사(68·전 백악관 장애인정책위원회 위원·차관보급)가 국제로터리재단 평화센터에 평화장학금(Peace fellowship)으로 25만 달러(2억9000만원)를 기부하는 현장이었다. 전보다 야윈 모습으로 부인 석은옥 여사의 부축을 받고 참석한 강 박사는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세상에 너무 많은 은혜를 받았다"며 "감사의 뜻으로 되돌려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40년 전인 1972년 국제로터리재단의 장학생으로 뽑혀 피츠버그대로 유학 올 수 있었다. 그 곳에서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 학위(교육철학)를 딴 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장애인정책위원회 위원이 됐다.

 강 박사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없애고 평화를 만들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고 싶었다"며 "평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국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한다는 뜻을 재단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두 아들인 폴 강(한국이름 진석) 안과전문의와 크리스토퍼 강(진영) 백악관 선임법률고문도 강 박사를 거들었다. 강 박사가 20만 달러를 내고 두 아들이 2만5000달러씩을 보탰다고 한다. 강 박사는 "한도를 채우기 위해 아들들에게 부탁했는데 아버지의 뜻을 흔쾌하게 받아줘 너무나 고맙다"고 했다.

 둘째 아들인 크리스토퍼 강은 "40년 전 아버지가 그 장학금을 받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 가족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작지만 갚을 기회를 갖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학금은 앞으로 듀크대와 노스 캐롤라이나대에 설립된 로터리재단 평화센터 학생들의 학비로 쓰여진다.

 이날 행사에는 강 박사의 오랜 친구인 딕 손버그 전 법무장관 부부와 피터 카일 미 의회 로터리클럽 총재 등도 함께 했다. 손버그 전 장관은 연방검사 시절인 1975년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날 우산을 쓰고 흰 지팡이에 의지해 캠퍼스를 걷고 있던 '낯선 한국인 시각장애 학생'을 차에 태워준 인연으로 36년간 강 박사와 우정을 쌓고 있다. 강 박사를 부시 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이도 손버그다.

그는 "닥터 강은 신체적 장애는 장애가 아니라는 걸 삶으로 보여줬다"며 "기부 소식을 듣고 정말 가슴이 따뜻해졌다"고 찬사를 보냈다.

 강 박사의 기부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손버그 전 장관이 관여하는 피츠버그대 공공정치학·법학 포럼에도 2만5000달러를 기부했다. 미리 작성한 유언장에는 모교인 연세대에 4억여 원을 기증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