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나서(讀書後)

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산문집

含閒 2011. 9. 9. 14:47

 

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저자
은희경 지음
출판사
| 2011.07.20
형태
판형 A5 | 페이지 수 324 | ISBN
ISBN 10-8993928347
ISBN 13-9788993928341
정가
12,000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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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작가 은희경, 소요와 미열의 시간들을 기억하다!

<새의 선물>,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의 저자 은희경의 첫 번째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 이 책은 저자가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를 인터넷에 연재하며 ‘답글’이라는 이름으로 7개월 동안 독자들에게 쓴 120장의 편지와 트위터 멘션을 함께 엮은 것이다. 소설을 집필하던 서울의 작업실과 원주, 그리고 잠시 머물다 온 독일과 시애틀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집필 기간 동안 저자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사소한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만나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하는 일, ‘잘 아는 이야기만 편하게 쓰자.’와 같이 책상 앞에 붙어있는 수많은 포스트잇, 새벽 4시 10분에 전하는 문자 중계 등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만났던 크고 작은 풍경과 관계들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단순한 신변잡기적 에세이가 아닌, 재미있고 유쾌하게 담아낸 소설 한 편을 완성하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은희경

저서 (총 17권)
은희경 1959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숙명여대 국문과 및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가 당선됐고, 같은 해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로 문학동네 소설상을, 1997년 첫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로 동서문학상을, 1998년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로 이상문학상을, 2000년 단편소설 '내가 살았던 집'으로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그것은 꿈이었을까', '마이너리그'와 소설집'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등이 있다. 잠이 안 올 때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마시고 기분좋은 날에는 혼자서 단맛이 적은 레드 와인을, 친구들과는 주로 생맥주로 폭음한다. 우울한 날엔 마시지 않기로 하고 있지만 유연하게 대처한다. 정장이 안 어울린다는 핑계로 청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하이힐을 신고도 웬만한 등산에 지장이 없다. 만리장성 포함. 하프 마라톤을 여러 번 완주했지만 조금이라도 폐를 끼치는 존재가 될까봐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은 하지 못한다. 동료들이 재미삼아 ‘개그 소녀상’을 줄 만큼 농담을 좋아하는데 사회적 교양을 저버리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린다. 글을 쓰기 위해 자주 낯선 곳에 가고, 도착하면 맨 먼저 커피집과 산책로를 알아본다. 나무와 나무 이름에 관심이 많지만 집에 화분은 두지 않는다. 3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영화를 보고 3일이 있으면 여행계획을 짠다. 유럽 도시의 카페와 로키산맥 캠핑장 모두 좋아한다. 개콘과 소지섭과 못 밴드와 키비를 좋아하고, 예쁜 사람들을 편애한다. 무신경하고 무례한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에 쇼핑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급히 물건을 비싸게 산다. 정교하거나 독창적인 물건을 좋아하며 마음에 안 드는 건 갖지 않기 때문에 가진 게 별로 없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마시며 여행계획 짤 때가 가장 즐겁다. 마음에 드는 소설을 썼을 때는 빼고.
 
 

목차

맨 앞에 005

연희동

너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017
아침에 일어나 맨 먼저 하는 일 018
잘생긴 남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 019
길에 차가 많은 진짜 이유 020
그녀의 속마음, 둘 중 어떤 것일까? 022
내 책상 앞의 포스트잇 023
가끔 나도 샘플링을 해요 024
수많은 예술이 사랑에 대해 말해왔지요 026
그리하여 우리가 앉아 있던 골목 안 작은 사케집 028
‘모두에게 복된 새해’! 030
일주일에 이틀만 순결하면 돼 032
이런 말 듣기를 간절히 원한 적 있었죠 034
연재를 하면서 달라진 점, 달라지지 않은 점 035
짧았던 나의 컬러링 역사 036
우리 모두 배워보아요 040
싱그로율 100%, 충전된 나의 모습 042
그 어떤 만남이라도 좋아! 044
숫자의 거짓말 045
배신의 아이러니 046
역시, 섬세하고 따뜻한 돌발! 047
그 개념 나에게는 성립 안 돼! 048
지금은 새벽 4시 10분 050
사실과 진실의 사소하고도 엄청난 차이 052
심플이란 하나의 경지 053
모호하기에 경쾌한 말 056
마지막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몰라요 058
이 맛에 킬힐을 ‘안’ 신는구나! 060
트위터 062
너를 알아본다는 것 064
질서들 065
관심 없는 것까지 다 알면서 살아야 하나요? 그랬던 내가…… 067
가끔 필요하잖아요, 어이없는 존재가 돼보는 것 068
나, 한번 해본일; 10년 전과 1년 전 070
우리에게 다시 골목 가득 꽃향기를 담고 봄밤이 당도했으니! 072
트위터, 고독, 소설 075
선택했고 당당했고 077
동생 서랍 속의 엽서 078
마감이 없는 날 080
방에서 두리번 081
오늘은 ○○○○이 필요할 때 082
정말로 우리, 패를 나눠 쥔 게 맞더라구요 084

작업실

그런 아침 089
나의 10대 소녀 주인공들 090
초점이 잘 맞았구나, 저 햇살 092
‘좋다’의 반대말은 ‘나쁘다’가 아니다 094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을 한번 해보는 재미 095
같은 재료로 이렇게나 다른 음식이 만들어져요 098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 100
내가 거쳐온 시간들, 그것들이 이어져 흘러가며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까 102
소설 쓸 때 방해가 되는 것들 104
우리들, 극히 사적인 존재의 주말이 오고 있어요! 106
어떤 그림자 108
순정한 존재가 나를 당황하게 한다 109
일요일 길모퉁이 카페 111
이 소년과 소녀는 어디로 여행을 갈까요? 112
그 사람 114
위악과 편견 115
경험은 어떻게 단련되어 소설이 되는가 116
이것 참, 오늘은 ‘진지함 사용의 날’이군요 118
‘나야?’라고 묻고 싶다 121
보호받아야 할 술꾼의 기백 122
의외적이고 서툰 이야기들 124
게으름에 대한 찬양 127
정답을 맞히려고 상투적으로 대답하는 습관 128
좌절에 쉽게 적응하기까지 130
규칙을 지키지 않을 권리 133
아주 멀어지고 싶다 134
내 생각에 당당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135
소설가의 각오 138
나는 나라도 사랑하고 싶다 139

intermission

여행에서 가장 좋은 순간, 고독의 완결 145
여행이 남기는 것 두 가지, 해본 일과 못해본 일 148
그런데, 왜 아름다운 것을 보면 슬퍼지는 걸까요 150
돌아오는 길-나의 최적화 조건 155

다시, 작업실

기쁨이라는 욕망 163
여행의 시간은 몸에 새겨집니다 164
키에르케고르와 존 레넌 168
변화의 조짐 169
나만의 새로운 변주, 곧 보여드릴게요 170

원주

고립되고 간절하고 밤은 멀지만 175
애매함의 취향 176
비 오는 날, 위험한 짐승으로서의 한순간 177
바야흐로 때는 봄, 『어쩐지 크리스탈』, 마구마구 금요일! 180
복숭아밭 가까이에서 종일 놀았다 184
나한텐 산다는 것이 너무 어렵군 185
나, 손톱 아직 잘 기르고 있어요 186
배꽃은 흰색, 복숭아는 분홍색, 사과꽃은? 188
기억하며, 혹은 기억하려고 애쓰며 190
작은 기쁨들 193
그래서…… 오늘 아침, 나는 인간의 약점을 사랑하려구요 194
……한쪽 젖이 없는 어머니 196
취중 트윗 199
악의를 해소하는 일…… 간단치 않다 200
말들의 그림자 203
그렇게 걸음을 늦추며, 뒤를 한번 돌아보며, 우리 204
예술가의 도덕 207
시골은 정말 시끄럽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의 살아가는 소리로요 208
모든 게 먼 새벽의 깊음 211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넌 참 별 생각을 다하는구나 212
두리번거리면서 214
말과 침묵 215
사랑이 어렵고, 사람이 어렵다 216
비 오시네요, 오는 게 아니라 218
미안, 하지만 알고 있어요 220
기분 좋은 이유 222
첫키스 장면 쓰는 날 223
한밤중에 224
마감 못해 즐거운 밤 225
열린 것과 닫힌 것, 반대말이 아닐걸요 226
작별 인사 229

시애틀

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면 비로소 원고가 끝난 것 233
선거날이에요, 투표해야죠? 236
빗소리들 238
딱하다구요? 부럽게 만들면 되죠! 240
호수와 설산과 체리꽃 피는 언덕의 도시로 242
다정하고 작은 243
이소룡 무덤을 찾지 못하다 244
빌 게이츠도 만났겠네? 그럼! 밥도 같이 먹었는데 246
그런 사람, 꼭 있다 248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잘 있어요 249
애매하거나 유치한 252
캐피털 힐의 길모퉁이 카페에서 253
나의 음주견문록 254
소설 속에 비가 내린다면 256
지금 이 세계는 ‘전날의 섬’ 258
지금의 내 기분 아무에게도 말해주지 않을 거예요 259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으며 친해지지도 않는 것 260
순정하고 무력한 나에게 왜 261
사랑, 짧은 행복이 황홀해서 길고 긴 고통을 견뎌내는 일 262
딱 두 번만 기쁜 이유 264
‘스타벅스’라는 사내 265
상상의 분량 268
나의 밑천은 변덕 269
모두들, 누디 정신! 부드럽게 벗으면서 넘어가기로 해요 270
여행 속의 짧은 여행 273

또, 다시, 작업실

반갑다, 내 그리움들 277
고독은 혼자 해결햇! 278
간절하되, 구차하지 않기 279
끄덕끄덕 힙합 280
잘난 척하기 288
‘나’라는 사람 289
좋은 날씨, 다가오는 휴일, 그리고 이긴 경기!!! 290
왜 내가 프로작가냐면 292
소설이 재미있으려면? 독자들이 기분 좋아야 한다! 294
선물의 공유기능 295
한때 사랑하였으나 빛을 잃고 흘러가버린 것들 296
생각의 눈금, 그리고 297
이 방법으로 힘들다는 게 행복합니다 298
오늘 뜬 태양, 오늘을 잘 부탁한다 300
고마워라, 센서등 303
누구 맘대로 삐딱하대? 304
8월의 첫 번째 약속 306
나의 어떤 민감함이, 나를 행복과 슬픔으로 끌어당기는 걸까 307
헤드폰을 끼고 걸으려면 308
굴비 처방 309
헤어지자는 말 310
FOR EVERY GIRL/BOY…! 311
당신이 거기 없었다는 걸 증명하시오 314
그리하여 지금, 무엇이 달라졌냐면 316
고독의 발견 318
1년의 3시간, 아기처럼 319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321

 

미디어 서평 (총8건)

 

    상세이미지

    생각하는 쪽으로 삶은 스며든다.
    마치 소설가의 현재 삶이 소설을 결정하는 것처럼.

    잠시 조금만 쉬었다 가자
    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등단 이후 첫 산문집.

    이 한 줄 외에 대체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여기까지만 들어도 호흡이 빨라지고 마음이 급해집니다. 처음 만나는 ‘은희경 산문집’이라니. 굳이 기존에 그녀가 발표한 소설책 제목들을 줄줄 읊어대거나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를 붙여보아도 사족이 되고 맙니다. 그냥 ‘은희경 산문집’, 이 한마디면 되는 것이죠. 이 기분 좋은 흥분을 등에 업고 감히 호들갑을 좀 떨어봅니다. 여기 이 산문들이 있었기에 은희경의 수많은 장편소설이 완성될 수 있었노라고요.

    소설을 쓰는 동안, 작가는 소설과 일상의 경계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껏 꼭꼭 숨겨왔던 작가 은희경의 ‘유쾌한 내면’을 읽는 시간!
    그녀의 깊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다


    이 책은 은희경 작가가 소설을 연재하면서 틈틈이 썼던 글들을 모은 것입니다. 한 작가의 창작 노트이기도 한 이 책은 그렇다고 글쓰기의 이론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일상의 흐름들을 연결해 재미있고 유쾌한 읽을거리를 담았습니다. 열어놓은 집필실 창문을 통해 작가의 사생활 주변을 기웃거리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은희경 작가의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와 악수할 수 있습니다. 창작 과정에 수반되는 끝없는 고민과 생각의 발자취를 따르다보면 어느 일요일 늦은 아침, 자분자분 산책하는 기분마저 들게 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번져오는 명료하면서도 날카로운 생각의 일침! 그녀가 이토록 매력적이었다니요!
    500쪽에 육박하는 장편소설을 완성해야 하는 긴 호흡의 집필 기간 동안, 작가가 어떤 생각을 했고 또 어떤 사소한 일들이 일어났었는지를 거꾸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형식의 산문집은 보기 드물게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집필하던 일산ㆍ서울 작업실과 원주, 그리고 잠시 머물다 온 독일과 시애틀에서의 생생한 이야기들 속에 조금의 보탬이나 과장 없이 사소한 일상의 모습을 오롯이 담았습니다. 그 덕분에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히지만 어느 한 장 허투루 넘길 수는 없습니다. 한 세계를 완성시키기 위해 작가가 그려가는 밑그림들을 우리가 펼쳐보는 동안, 생각의 날을 다듬고 호흡을 고르는 과정 자체에 한 편의 장편소설 탄생 과정이 고스란히 함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산문집 속의 글을 쓰는 기간이 내 인생에서 고독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소요와 미열의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이 산문 속 시간들의 한시적인 소란과 과장된 감정과 헛된 열정이 낯 뜨겁고 공허해 보여 책을 묶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다. 그러나 눈을 드니 멀리에서부터 다시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는 고독, 가까워질수록 그 얼굴이 익숙했다. 그 얼굴 너머로 이제는 멀어져버린 아득하고 천진한 나의 한 시절을 기억해두고 싶어졌다.
    _ 작가의 말 맨 앞에 중에서

    “우리가 비슷한 감각으로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동시대인이라는 느낌, 그것이 저를 쓰게 만듭니다.”

    은희경 작가가 있는 그대로의 생활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선명한 울림을 받게 되는 건, 그녀는 열 권의 소설책을 낸 대한민국 대표작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서 숨 쉬고 밥 먹고 그렇게 엇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이기도 하다는 동질감에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의 블라인드를 열고 날씨를 살피고 시계를 보고 커피콩을 가는 일상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해 책상 앞에 앉아 문장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죠.
    그밖에도 충분히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면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근시교정 렌즈를 끼면서 우리네 내면의 마이너리티를 발견하기도 하고, 킬힐을 신고 스탠딩 공연을 보러갔던 아찔하면서도 짜릿한 경험과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또, 동생 책상 서랍을 우연히 열었다가 그곳에서 발견한 엽서 한 장이 소설의 첫 단추가 된 이야기, 글이 잘 써지지 않던 날에 사케집에 앉아 밤새 내리던 눈을 바라보던 일 등 소설을 쓰는 기간 동안 그녀가 만났던 크고 작은 풍경과 관계들을 하나씩 펼쳐놓습니다. 이 모든 부분은 소설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힘줄이 되었고, 어떤 식으로 얼마간이 됐든 전체를 이루게 하는 데 중요한 나사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평소 소설을 통해 보여주었던 ‘다소 쿨함’과 ‘서늘한 맺고끊기’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약간의 엉뚱함’과 ‘따뜻한 진지함’을 첫 산문집에 담습니다. 여러 소설 속에서 다양한 주인공을 만들어내던 은희경 작가가 이번엔 그녀 스스로 산문집의 주인공이 되어 친근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우리는 그녀와 더 많이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특히 당신이 작가지망생이라면 꼼꼼히, 그리고 애정으로 이 책을 읽어보시길

    작가는 어떤 공기를 호흡할까. 어떤 대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극히 사적인 시간에는 무엇을 할까. 이것은 늘 우리가 궁금해왔던 질문들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작가에 대한 호감이나 두터운 애정의 정도가 보태진다면 그의 글씨체, 그만의 식습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리고 어떻게 여행을 하는가까지, 셀 수도 없는 여러 가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한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에 동참하는 데 도움으로 작용할 것 같아서지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알아간다면 어느 한편 작가의 세계 속으로 승차한 기분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제 은희경 작가의 일상을 따라가며, 생각의 세포 겹겹을 따라가보기로 합니다. 그녀가 삶을 살아가면서 본 것과 들은 것과 반응한 것과 알아간 것, 그리고 시선을 준 그 모두를 날것 그대로 담았습니다.
    감정의 요철은 물론 그 시기에 찾아온 사소한 물결들조차 그대로 담겨진 이 집필노트의 양분들이 얼마간 문장에, 소설에 스며들었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소설을 쓰는 것은 결국 내 안에 있는 고통과 혼란과 변명과 독대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희경 작가가 새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꼭 하는 두 가지 일은?
    그건 바로, 집 떠나 새로운 공간을 찾은 일과 손톱을 깎는 일.
    익숙한 공간에서는 뻔한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아 떠나야 하고, 손톱이 길면 갑갑해서 자판을 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소소하지만 중요한 습관들을 통해 우리는 집필실 책상에 앉아 있을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아무리 수년간 소설을 써온 대가라지만, 창작의 매 순간은 그녀에게도 물론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겠지요. 그래서 작가는 그런 순간마다 소설 속에서 잠시 빠져나와 다른 노트로 이동하면서 아무런 꾸밈없는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 그대로 그 모습이어도 괜찮다고 토닥입니다.

    소설을 쓰는 첫 단계에서 어김없이 닥쳐오는 일이지만 정말이지 온 세상의 문이란 문은 다 닫혀 있는 듯한 절망에 빠지거든요. 어떤 문을 두드려야 할지 마음은 급하고 자신은 없고 시간은 흘러가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요.
    _ 본문 중에서

    어쩌면……
    그녀의 소설이 지독할 만큼 치열하고 치밀한 월화수목금요일이라면,
    그녀의 산문은 잠시 조금만 쉬어가자는 의미의 일요일인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