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 진실 진영에게 띄우는 엄마의 첫 번째 편지
- 최진실, 진영 남매에게 뒤늦게 부치는 엄마의 편지
故 최진실, 최진영의 엄마 정옥숙의 에세이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이 책은 저자가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 못다 전한 가족과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최진실, 최진영 남매가 태어나고부터 두 사람의 유년시절과 스타가 되기까지, 그리고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나고 최진실의 두 아이를 돌보며 살아가는 지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딸을 먼저 보낸 것도 모자라 아들까지 먼저 보내야 했던 저자의 가슴 절절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죽기 3일 전 자신의 두 아이에게 남긴 최진실의 마지막 메모와 미공개 사진, 그리고 편지들이 수록되어 있다.
상세이미지
저자 정옥숙
이제는 고인이 된 톱스타 최진실, 최진영 남매의 엄마이자 최진실의 두 자녀 최환희, 최준희 남매를 키우고 있는 할머니이다.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나 다섯 살에 6ㆍ25를 겪으며 어린 나이에 전쟁의 참사를 경험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정신병으로 인해 가난하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겪고 서울로 올라와 양재 기술과 미용 기술을 배우던 시절, 진실 진영 남매의 아버지를 만나 스물한 살 젊은 나이에 결혼했다. 천하의 한량이었던 남편 때문에 혼자서 갖은 고생을 다하며 두 아이를 키워냈고, 운 좋게도 아이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올랐다. 워낙 말주변이 없고 별다른 재주가 없어서 아이들 뒷바라지를 제대로 해주지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강한 믿음과 사랑으로 남매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딸의 결혼은 파경을 맞았고, 끝없이 이어지는 루머에 상처 입은 딸과 누나의 아픔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들을 지켜보며 속울음을 삼켜야 했다. 끝내 딸과 아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한 채 스스로 죽음을 택했고, 두 아이의 차디찬 심장을 끌어안아야 하는 기구한 운명을 맞았다. 생전에 따뜻하게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한 것 같아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동행하고 싶었지만, 남겨진 손자와 손녀를 보며 아픔을 참아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먼저 떠나간 남매를 원망도 하고 그리워도 하면서 눈물 흘리지만, 아직 초등학생인 환희, 준희 남매 때문에 살아갈 이유와 희망을 찾는다.
저자 이이림
사보 및 잡지사 프리랜서로 일하며,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람들의 내면에 감춰진 따스함을 발견하는 인터뷰를 통해 글쓰기를 해왔다. 이 책에서도 인터뷰를 통해 저자의 깊은 슬픔과 상처의 이야기들을 끌어냈고, 집필 파트너 역할을 했다. 현재 출판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목차
- 글을 시작하며_ 연기자 최진실, 최진영을 기억해주는 고마운 분들께
PART 1. 기쁨_ 그리고 웃음
시아버지의 선물, ‘진실’되게 살라는 이름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
700만 원 전세의 꿈을 이루다
통닭과 수제비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냉면
맹추 같은 진실이, 과묵한 진영이
연탄광이라도 셋이 함께라면 행복해
난, 이제 가수다!
어머니는 집에서 돈만 세시면 돼요
네가 행복하니까 우리도 행복해
PART 2. 분노_ 그리고 용서
내 유년시절의 풍경
신혼 첫날밤에도 들어오지 않던 남편
얘들아, 엄마가 너무 무능했지?
사랑이라는 그 몹쓸 열병
결혼, 그리고 너무 아픈 실망
엄마, 사람들이 무서워
최진실 엄마가 사채를 했다며?
PART 3. 슬픔_ 그리고 그리움
너희가 있어 엄마는 용감했단다
엄마, 내가 죄가 많은가봐
2008년 10월 2일, 2010년 3월 29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장밋빛 인생 같은 삶
이제는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길......
PART 4. 희망_ 그리고 ...
꿈속에서 엄마는 천사가 되다
그래도 핏줄이지
진실이를 닮은 손자, 진영이를 닮은 손녀
내 생의 마지막 소원
글을 마치며_ 진실, 진영이에게 보내는 편지
책속으로
나는 밤마다 진실이의 볼, 뺨, 손가락, 발가락 모두를 쓰다듬어 주었다.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서 엄마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달라고 기도하면서. <시아버지의 선물, ‘진실’되게 살라는 이름>
‘저렇게 많은 불빛이 있어도 우리 세 식구 들어가 살 집은 없구나...’, 불빛을 바라보는데 또 가슴이 미어졌다.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태평한데 내 속은 시커멓게 타고 있었다. 세상이 나를 향해, 내 새끼들을 향해 벽을 쌓는 것 같았다. <연탄광이라도 셋이 함께라면 행복해>
내가 좀 더 고등 교육을 받았거나 자존감을 지키고 사는 사람이었다면 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든 가정은 지켜야 한다는 고루한 생각에만 빠져 있었다. 진실이가 이런 내 모습을 그대로 빼어 닮았다. 결과적으로 내가 지키고자 했던 가정의 모습이 진실이에게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 때 엄마가 혼자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진실이의 삶도 다르지 않았을까 지금에 와서 후회가 될 때가 많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는데 나는 비참한 상황에서도 참고 사는 법만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너희가 있어 엄마는 용감했단다>
이혼 도장을 찍고 온 날 진실이는 부엌으로 들어가 있는 대로 밥을 퍼서 먹기 시작했다.
“엄마, 왜 이렇게 허기가 지지. 아휴, 나 왜 이러나 몰라.”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 밥을 먹는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볼이 미어지도록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으며 울면서 밥알을 삼키고 있었다. <엄마, 내가 죄가 많은가봐>
딸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유명 연예인이고 연예인의 사생활이 전혀 보호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이나 악의적 소문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세상에는 할 말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을 터인데 특히 아이를 가진 엄마에게 사람들은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엄마 사람들이 무서워>
이혼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사채설은 우리 가족에게 치명적이었다. 연예인은 언론이 살리고 죽이는 건데 다들 죽어라죽어라 하는 것 같았다. 그 때 엄마인 나라도 냉정하게 정신을 차렸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만 분한 심정에 이도저도 다 싫어 망연자실 넋을 놓고 있었다.
<최진실 엄마가 사채를 했다며?>
누구 한 사람 옆에서 말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 주고, 같이 울어 줄 사람이 있었다면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텐데 딸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죽기 얼마 전부터 진실이는 급속도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도 진실이를 피하는 눈치였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매달려 있는 아이를 들어 올리는데 한없이 가벼워서... 왜 이렇게 가볍지, 우리 아이가 왜 이렇게 새털처럼 가벼울까... 진실아, 너 왜 이렇게 가볍니... 죽는 순간까지 그 느낌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제대로 못 먹고, 고민만 하며 굶더니 마를 대로 말라서... 그래도 왜 이렇게 가볍니, 아가야. <2008년 10월 2일, 2010년 3월 29일>
유난히 사이좋은 남매였으니 저 먼 곳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어제도 나는 그 시절 생각이 나서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름답게 핀 목련만 보아도 하루에도 수 십 번 마음이 내려앉고 바람에 날리는 벚꽃만 봐도 눈물이 난다. <통닭과 수제비>
“가족이 모두 사우나에 갔어. 엄마가 내 때도 밀어주고. 그리곤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는데 황금 스테이크가 나왔어. 엄마가 천사옷을 입고 스테이크를 썰어서 내 입에 넣어줬어. 밥을 먹고 한강에 바람을 쐬러 가서 연도 날리고 재미있게 놀다가 엄마가 이제 시간이 됐다고 가야 한다고 했어. 그리고 나를 재워줬는데 눈을 떠보니 아침이잖아.” <꿈속에서 엄마는 천사가 되다>
마지막 가는 날까지 그 순간까지 나는 환희, 준희에게 부끄럽지 않은 할머니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세상에서 진실이와 진영이를 만났을 때 엄마가 정말 해야 할 일을 하고 왔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꼭 껴안아 주고 싶다. <내 생의 마지막 소원>
출판사 서평
진실, 진영에게 띄우는 눈물과 회한의 편지
“내 이름은 정옥숙. 1945년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났다. 6ㆍ25 전쟁이 끝나고 어디론가 끌려가 심하게 고문을 당한 후 정신병을 얻어 엄마와 자식들을 괴롭히는 아버지 때문에 결국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11살 어린 나이에 서울로 올라와 미용실을 하는 친척집과 지인의 소개로 들어간 집에 기거하면서 어렵게 공부도 하고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았다. 그 후 친구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났고, 첫사랑인 그 남자와 21살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남편은 세상에 둘도 없는 한량으로 전혀 가족을 돌보지 않았다. 나는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았다. 남편 없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다시피 했기 때문에 생활은 언제나 힘들고 가난했지만, ‘우리 가족’은 행복했다.
아이들은 끼 많은 아빠를 닮아서인지 어려서부터 라디오 연속극 대사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따라하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워갔고, 운 좋게도 꿈을 이루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나의 아들, 딸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와 가수가 된 것이다. 최진실과 최진영. 나는 진실이와 진......
“더 늦기 전에 꼭 해야 할 숙제 했죠” |
[포커스신문사 | 글 이윤경기자·사진 장세영기자 2011-06-17 11:13:01] |
■ interview 최진실ㆍ최진영 엄마 정옥숙씨 먼저 떠난 진실ㆍ진영 남매에 남기는 글 ‘엄마가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엄마 정옥숙씨는 눈물이 마른 줄 알았다. 2008년 10월, 2010년 3월 2년 사이에 최진실, 최진영 남매를 모두 하늘나라로 보내고 긴 터널 같은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마음도 돌덩이처럼 단단해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리 쉽게 잊혀지는 존재가 아니었다. 갈수록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가슴 깊이 사무쳐 누가 툭 건들기만 해도 목구멍까지 차 있던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이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지 않으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았다. 펜을 잡았다. 정옥숙씨는 고 최진실, 최진영 두 남매에게 남기는 글 ‘엄마가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웅진윙스)’를 책으로 엮어냈다. 이 제목은 최진실이 두 자녀 환희, 준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남매 힘들게 키운 이야기 등 털어놔 8일 압구정에서 만난 정씨는 시원해보이는 하늘색 카디건을 걸치고 나타났다. 아들까지 잃은 이후 두 번 다시 화장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해 화장품도 모조리 버렸다며 맨얼굴인 채였다. 뒤늦게 손자들 뒤치다꺼리하느라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애들이 있으니까 또 어떻게든 살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동안 사람들을 피해다녔어요. 사람들 수군거림이 싫기도 했지만 자식 둘이나 먼저 보낸 내 자신이 죄인 같아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더라고요.” 집에만 머물던 그는 지난해 가을 한 방송국 PD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을 통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방송 뒤 실시간 검색어에 ‘최진실’이 오르는 것을 보고 여전히 아이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는 걸 알았다. “진실이나 진영이가 죽기 전에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참 많아요. 두 아이들에 대한 이런저런 오해들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요. 기억력이 더 없어지기 전에 제가 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 주제 넘게 책까지 펴냈습니다.” 그는 책에 자신의 어린 시절, 험난했던 결혼생활, 두 아이를 힘들게 키우며 스타로 만든 이야기를 비롯해 최진실과 최진영을 둘러싼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출간작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은 또 미어졌다.
그렇게 주저앉아 울고 있으면 환희와 준희가 쪼르르 달려와 할머니를 위로한다. 돈 많이 벌어서 할머니 여행시켜준다며 제법 어른 흉내를 낸다. 한때 아이들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최씨는 남은 손자들을 위해서라도 꿋꿋이 살아야 한다. “환희랑 준희도 엄마와 삼촌 같은 연예인이 되고싶어하는 데 무얼하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누구보다 착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줬음 합니다.” 요즘 들어 부쩍 몸이 쇠약해졌다는 정씨는 자신이 언제까지나 아이들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쉽지 않았지만 조성민을 아이들의 아빠로 인정하고 있다. 원한도 미련도 아이들에게 대물림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정씨는 지금도 숙제 중이다. 글 이윤경기자·사진 장세영기자·웅진윙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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