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신자하의 난초그림을 보면서(삼도헌의 한시산책 130)

含閒 2010. 12. 19. 20:18

신자하의 난초그림을 보면서(삼도헌의 한시산책 130)

 

 

 

 

민영익의 난초 그림

  

 추사의 난초 그림

 

 

 

 

 

난초 그림을 보면서(題錦城女史芸香畵蘭)

 

                                 신위(申緯)

 


 畵人難畵恨(화인난화한)하고 : 사람은 그려도 한을 그리긴 어렵고

    畵蘭難畵香(화란난화향)하네 : 난초를 그려도 향기를 그리긴 어렵네

畵香兼畵恨(화향겸화한)하니 : 향기를 그린데다 한마져 그렸으니

       應斷畵時腸(응단화시장)이라 : 이 그림 그릴 때 그대 애가 끊겼을 테지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오늘은 사군자를 배울때 가장먼저 입문하는 난초를 노래한 조선시대 자하(紫霞) 신위(申緯, 1769~1845)의 한시 한 수를 소개합니다. 자하는 조선이 망할 즈음에 중국으로 망명한 창강 김택영이 시에서 “조선 오백년의 제일 대가”라고 평가하였으며, 시, 문장, 그림, 글씨를 두루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고려 개국공신 신숭겸의 후손으로 일흔일곱까지 살았는데 벼슬을 하면서 탄핵을 받아 귀양살이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생애는 <<경수당집>>에 실린 85권 4069수의 시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

 

 자하는 31세에 알성시에 합격하였으나 10여년 한직에 머물다 청나라로 가는 서장관이 되어 북경에 들어가자마자 학문적 예술적 충격을 받습니다. 거기서 담계(覃谿) 옹방강(翁方綱, 1733~1818)을 만나 학예의 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귀국한 뒤 그 때까지의 글들을 모두 불태워버렸다고 합니다. 그 이후 더욱 정진하게 되는데 예컨대 나이 쉰에 춘천부사로 부임하였을 때 1년 6개월의 재임 기간 중 200수의 시를 짓고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학예에 대한 진지한 그의 삶을 보면 나이와 공부는 무관한 듯 합니다.

 

 자하는 소동파의 시를 배워 두보의 시로 들어섰다는 ‘유소입두(由蘇入杜)를 기치로 내걸고 중국과 우리나라 명가들의 시를 두루 섭렵하였습니다. 그의 시에는 시와 그림이 하나로 통하는 시화일지(詩畵一指), 시와 선이 하나인 시선일치(詩禪一致)의 표현법과 복구법이 애용되었고, 불교와 민요까지 소재로 등장합니다.

 

 

위의 시에서도 사람을 그리긴 쉬어도 한을 그리긴 어렵고 난을 치되 향을 드러내긴 어렵다고 말합니다.실재하는 사물보다 의경을 전달하는데 주력하는 문인화는 식물이 지닌 속성과 작가의 심중을 일치시켜 담아내는 그림입니다. 오늘은 난을 치면서 아름다운 자하의 시를 가슴속으로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이 그림 속에는 향도 있고 드러내기 어려운 한까지 그려내었으니 애간장이 다 녹았을 것이라고 읊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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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출처 :  다음카페 서예세상, 삼도헌 정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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