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비익조연리지(比翼鳥 連理枝)

含閒 2010. 12. 1. 09:14
비익조연리지(比翼鳥 連理枝)
 

문학에서뿐 아니라 미술품에서도 비익조는 남녀간의 지극한 사랑을 의미한다.
비익조(比翼鳥)는 중국 숭오산(崇吾山)에 산다고 전해지는 새로 날개와 눈이 하나 뿐이어서 암수가 몸을 합쳐야만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남녀간의 지극한 사랑을 표현한 많은 문학작품에서 이 비익조가 인용되었고, 그 중 당나라의 백거이가 양귀비에 대한 현종의 사랑에 대해 읊은 다음의 시가 유명하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7월 7일 장생전에서

     夜半無人和語時(야반무인화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비익조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 되기를 원하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높은 하늘 넓은 땅도 다할 때 있는데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가슴 속 한은 끝없이 계속되네.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백락천이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長恨歌)>의 한귀절입니다

                             

현종은 아들의 비 즉 자신의 며느리인 양옥환을 보는 순간, 사랑에 눈이 멀게 됩니다. 현명한 군주였던 그가 양귀비와의 사랑에 빠져 어지러운 정사를 펼치는 통에 막강했던 당나라가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안녹산의 난'으로 꽃다운 나이에 비참하게 죽은 양귀비를 잊지 못한 현종은 늘 이 시를 읊조리며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그 후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 이별과 죽음은 수많은 시와 그림과 드라마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중국 섬서성의 <장한가> 공연 중 '비익조'가 되어 하늘을 나는 현종과 양귀비.

이 시에 나오는 '비익조(比翼鳥)'는 눈과 날개가 하나뿐이라 둘이 한 몸이 되어야 날 수 있다는 전설상의 새입니다

중국의 신화서인 『산해경(山海經)』에 따르면 비익조의 본래 이름은 '만만(蠻蠻)'인데, 이 새가 나타나면 세상에 물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대홍수를 일으키는 새가 시인의 노래 속에서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상징하는 새로 다시 태어난 셈입니다. 

                                                       중국 산서 이석마무장2호한묘 화상의 비익조.

'연리지(連理枝)'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나무입니다. 후한말 대학자 채옹의 효심이 극진해 어머니가 죽고 난 다음에 뜰에 있던 나무들이 자라서 연리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연리지 역시 본래 효심의 상징이었는데,
시인에 의해 가슴 저미는 사랑의 상징이 되었지요.
 숲 속의 나무들이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껍질이 벗겨지고 생살이 찢겨지는 고통을 겪으면서 가지가 붙어서 하나가 되지만. 신기하게도 각자 가지고 있던 본래의 개성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합니다.
                                                                       전북 김제 모악산의 연리지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묘한 삶을 살아 가는 비익조와 연리지...

낯선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고, 같은 집에서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이 웃고 같이 울며 오랜 시간 미움과 사랑을 나누면서 둘이지만 한 몸처럼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 속에서 비익조와 연리지의 사랑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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