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성공경험

含閒 2008. 12. 17. 12:13

[2008.12.17 - 일백서른한번째]
  성공경험


기상 시간을 못 지키거나 음식조절을 못하는 등의 퇴행적 행동을 보이는
정신병동의 환자들에게 실시하는 ‘토큰 이코노미’라는 행동요법이 있습니다.
성공할 확률이 70-80% 정도되는 교정 목표를 제시해서 성공하면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하는 기법입니다.

단순해보이는 방법론 만큼이나 치료적 파워가 나오는 원천도 단순합니다.   
사람은 대개 성공경험을 통해 확인한 자기가치감을 기반으로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치유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효과 만점일 수밖에요.

우리의 삶에서 성공경험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면접 때마다 탈락했거나 하는 사업마다 망했거나 연애를 할 때마다
상대방에게 거절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고통은 전방위적입니다.
자신이 실패한 그 영역에서 뿐 아니라 삶의 전 영역에서 자신을 의심하고
소극적이기 되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경우,
‘나는 이것을 할 수 있는 존재’ 라는 자존감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법인데 그런 경험이 원천봉쇄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그런 기회를 만들거나 제3자의 힘을 빌려서 성공경험을
체험하려는 모든 이를 저는 열렬히 응원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외형적 성공을 이룬 이들의 모든 성공경험은 독(毒)입니다.
자신의 성공경험을 세상을 판단하는 가장 확실한 잣대로 삼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그 잣대를 휘두르는 지경이 되면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한 저명한 역사학자가 ‘과거의 성공을 미래의 가장 위험한 요소로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한 데는 다 그만한 까닭이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