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기다림

含閒 2008. 12. 3. 12:30

[2008.12.03 - 일백스물아홉번째]
  '기다림'
아직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은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특히 남성 동성애자에 대한 남자들의 인식은 더 그렇습니다.
한 조사결과, 남성 10명 중 7명이 동성애자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이,
동성애자는 변태적인 성적 취향을 가졌거나 정신적 결함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누군가의 키가 작거나 큰 것처럼 타고난 기질이라는 식의
정확하고 자상한 정보를 제공하면 반응이 달라집니다.
10명 중 7명 정도가 동성애자들의 특별한 고통에 공감하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는 거지요.

문제는,
신뢰할만하고 설득력 있는 정보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30% 정도는
즉각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는 겁니다.
종말론이 허구로 판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이 한동안
종말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인식과 태도의 불일치를 금방 교정할 수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일정한 시간만큼 기다리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한 문제입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견디는 문제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서,
한밤 고속도로 한복판에 서있는 것처럼 한시도 기다릴 수 없을 만큼
다급한 경우란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다급하다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기다리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기다림의 미학이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할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