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관계의 확률

含閒 2008. 11. 26. 15:11

'관계의 확률'

제2차 세계대전 때 포로로 잡혀 수용소에 갇혀 지내던
한 통계학자가 끈기를 가지고 동전던지기 실험을 해봤습니다.
1만 번 동전을 던졌더니 한쪽 면이 5067번, 다른 면이 4933번
나왔답니다. 앞면과 뒷면의 비율이 실제로도 거의 반반씩 나온 거지요.

단순한 확률의 문제로 생각하면 초등학생 정도만 돼도 크게 놀랄만한
실험 결과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확률의 문제도 인간관계의
문제에 적용되면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보기에 딱할 정도로 바람둥이 여자에게 시달리는 한 순박남이
그녀를 내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녀가 돌아가신 자기 엄마와 생일이 똑같다는 거,
운명적 만남이라는 거지요.

단순한 확률의 문제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다보면 관계 자체가
꼬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녀 문제에서만 그런 게 아닙니다.
부모 자식이나 친구 간에도 그런 일은 허다합니다.

당사자들만의 애틋한 추억이나 특별한 사연조차 수학적 문제로
환치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단지 동전 앞뒷면 확률에 불과한 문제인데
그걸 운명적으로 생각해서 관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
제 주변에도 부지기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