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절정의 경험 절정의 경험 제가 아는 여자 후배는 그다지 큰 키가 아님에도 늘 구부정하게 걷습니다. 할머니가 키 커보이면 안된다고 하도 단도리를 해서 그렇다네요. 그 먹먹한 사연은 역사가 깊습니다. 할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은 항일 독립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편과 세 아들은 해방 직후 좌익 .. 그림(畵兒) 2011.04.20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알고는 있으라구... 알고는 있으라구... 70대 할머니가 파출소에 찾아와 성추행을 당했다며 자초지종을 길게 설명했습니다. 딱히 고발이랄 수도, 하소연이랄 수도, 무용담이랄 수도 없는 길고 적나라한 설명을 끝낸 할머니는 아무런 조치도 요구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고 궁금한 경찰관이 조심스레 할머니에게 물었.. 그림(畵兒) 2011.04.13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현재진행형 현재진행형 한국 월드컵축구 대표팀 경기가 새벽 3-4시에 중계되던 때, 밤샘에 자신이 없던 젊은 부부가 묘안을 생각해 냈습니다. 옆집 함성소리에 잠이 깰까봐 귀마개까지 한 후 예약녹화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그런 다음 아침에는 혹여 뉴스 자막으로라도 경기 결과를 보지 않도록 조심조심 .. 그림(畵兒) 2011.04.06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마인드프리즘 마인드프리즘 멸치 국물도 먹지 않을 만큼 철저한 채식주의자인 젊은 처녀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그녀는 채소를 싫어합니다. 고기 먹는 일이 끔찍해서 멀리하는 거지 채소를 좋아해서 채식주의자가 된 게 아니라는 거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합니다. 채식주.. 그림(畵兒) 2011.03.30
정혜신의 그림에세이/엄마성 배려 수영을 배우던 한 젊은 여성이 어느 날 수영장에 갔다가 더할 수 없이 당황스러운 경우에 처했답니다. 세상에나! 수영모만 쓰고 수영복 입는 것은 깜빡한 채 수영장으로 걸어나왔다지 뭐예요. 그 뒤는... 상상에 맡깁니다. 제가 인상적이었던 건 해당 수영장의 얼마후 조치입니다. 수영장으로 향하는 .. 그림(畵兒) 2011.03.24
정혜신의 그림에세이/슬픔에 대한 예의 슬픔에 대한 예의 부음을 듣는 순간 ‘내가 한쪽으로 기우뚱, 할 때가 있다’는 문인수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무수히 많은 주삿바늘처럼 심장을 찌르는 며칠입니다. 이웃 나라의 끝 간데없는 부음과 절망을 목도하며 함께 지진 지역인 것처럼 내내 한쪽으로 기우뚱, 하는 느낌입니다. 고은 시인의 선혈(.. 그림(畵兒) 2011.03.16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내가 행복하려면 내가 행복하려면 ‘내가 행복하려면’이라는 질문의 뒷문장을 완성하는 심리검사를 해보면 다양한 대답이 쏟아져 나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된다, 내가 더 당당해져야 한다, 돈이 많이 생기면 된다, 좀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등등 그와 관련해 제가 경험한 가장 안타깝고 먹먹했던 대답은 .. 그림(畵兒) 2011.03.09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서튼의 법칙 서튼의 법칙 아마도 서부개척 시대쯤. 서튼이라는 이름의 전설적인 은행강도가 있었다고 가정합니다. 신출귀몰의 솜씨로 수많은 은행을 털다 결국 붙잡혔을 때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은행을 털었나요?”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서튼의 대꾸는 간단합니다. “그곳에 돈이 있으니까” 정신.. 그림(畵兒) 2011.03.03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만만하지 않다 만만하지 않다 현재 평단과 관객 모두로부터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한 영화감독은 집안 형편상 대학을 나오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스펙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던 가난과 차별, 설움이 어떠했을지 상상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그는, 공부.. 그림(畵兒) 2011.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