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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할머니가 파출소에 찾아와 성추행을 당했다며 자초지종을 길게 설명했습니다. 딱히 고발이랄 수도, 하소연이랄 수도, 무용담이랄 수도 없는 길고 적나라한 설명을 끝낸 할머니는 아무런 조치도 요구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고 궁금한 경찰관이 조심스레 할머니에게 물었답니다. “할머니 그럼 왜 오셔서 진술하신 거예요?” 할머니가 빙긋 웃으며 모두가 들으라는 듯 대답했다지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고는 있으라구..”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실화 같은 농담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알고는 있으라구’ 라는 말, 가슴에 꽂힙니다. 마음의 영역에서는 차 떼고 포 떼면 그 말 하나 남지 싶어서요.
내 마음의 상태를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 어깃장을 놓거나 침묵하거나 분노하거나 눈물 흘린 적 한 번쯤은 있지 않나요. 알아만 주면, 알아준다는 생각만 들면, 아무런 조치 없어도 나쁜 감정들은 봄눈 녹듯 사라집니다. 일종의 심리적 매직입니다.
우리의 속마음에는, 누군가를 향해 내 마음이 이렇다는 걸 ‘알고는 있으라구’ 말하고 싶은 욕망이 늘 활화산처럼 들끓고 있다고 저는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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