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내가 행복하려면

含閒 2011. 3. 9. 17:58

  내가 행복하려면






‘내가 행복하려면’이라는 질문의 뒷문장을 완성하는
심리검사를 해보면 다양한 대답이 쏟아져 나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된다, 내가 더 당당해져야 한다,
돈이 많이 생기면 된다, 좀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등등

그와 관련해 제가 경험한 가장 안타깝고 먹먹했던 대답은
‘다시 태어나야 할 것 같다’는 문장이었습니다.
‘내가 행복하려면’이라는 질문에 ‘다시 태어나야 할 것 같다’라고
대답하는 이의 심정이 어떤지 혹시 헤아려 볼 수 있으신지요.

집안도 유복하고 박사 과정에 있는 이 젊은 여성의 행복에 대한
절망감을 외적 조건으로만 평가할 수는 물론 없겠지요.
하지만 그녀의 사연을 들어본 제 직업적 경험에 의하면
다시 태어나야만 행복해 질 수 있는 정도의 절망적 상황은
분명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거지요.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어떤 이들은 행복을 승패(win-lose)의 게임으로 인식합니다.
밀폐된 공간의 공기를 나누어 마셔야 하는 상황처럼
내가 행복하면 다른 사람의 행복이 그만큼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부를 독점하는 영역의 문제에서는 그런 승패의 룰이
적용될 수도 있지만, 행복의 영역에서는 승승(win-win)의 룰이
움직일 수 없는 원칙입니다.

내 행복과 그의 불행은 아무 상관이 없는 문제입니다.
각각 개별적인 사안들이라는 말입니다.
내가 행복해서 그가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며
거꾸로 그의 행복이 내 불행을 초래하는 것도 아닙니다.

내 행복은 오롯이 나의 느낌, 나의 개별적 문제입니다.
‘내가 행복하려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