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봄 비 ( 春 雨 ) / 尹 弘 燦 (윤홍찬)

含閒 2011. 4. 22. 11:03



 

  

 

 

            

 

 

                      

 

                           


                                                              

 


               柳色雨中新(유색우중신)하고   버들빛은 비맞아 새로워지고

               桃花雨中落(도화우중락)이라   복사꽃은 비속에 떨어지네 

               一般春雨中(일반춘우중)인데   똑같은 봄비 가운데

               榮悴自堪惜(영췌자감석)하네   피고 지는 것이 애처롭구나



        글귀 풀이


       柳色 :  버드나무 잎의 색.   雨中新 :  봄비를 맞고 더욱 새로워짐.

       桃花 :  복숭아꽃. 이른 봄에 피는 봄의 전령사.  雨中落  : 봄비를 맞고 떨어짐.

       一般 :  보통, 일반, 마찬가지.  榮悴(榮 꽃필 영, 悴 시들 췌) : 꽃피고 시드는 것.

       堪惜(堪 견딜 감,  惜 아까울 석) : 애석함을 견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오늘은 촉촉한 봄비가 대지와 우리의 마음에 내립니다. 이 비를 바라보면서 조선 숙종 때 사람 윤홍찬(尹弘燦)이 지은 춘우(春雨)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봄비를 맞고 버들잎은 한층 연록색이 짙어지고, 봄의 전령사였던 복사꽃은 시들어 힘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똑 같은 비를 맞고 산뜻하게 연록색을 피어올리는 버들잎과 어제의 영화를 뒤로하고 쓸쓸하게 떨어지는 복사꽃, 작자는 대조를 이루는 두 가지 영물을 바라보면서 우리네 인생을 말합니다. 이 세상을 살다보면 한 가지 현상을 두고 좋게 바라볼수도 있고 나쁘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화사하게 피는 날이 있으면 조락할 날도 있습니다. 마지막구를 직역하면 “영화롭고 초췌함(피고 짐)에 스스로 견디기 애처롭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떤이는 “어찌 이렇게 다른 삶이냐”고 의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복사꽃은 다시 피어나고 버들잎도 언젠가는 단풍들어 시들기 마련이니까요.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요. 영고성쇠(榮枯盛衰)를 함께 하는 곳이 바로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요. 이 시에서 작자는 대자연의 섭리를 말하는 듯 하나 인간의 단조롭고 가벼운 생각의 일단을 탄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