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님 그리는 꿈(相思夢) / 黃眞伊

含閒 2011. 6. 23. 11:08

황진이 상사몽 감상하세요(삼도헌의 한시산책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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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원 미인도

 

 

 


           님 그리는 꿈(相思夢)


            - 黃眞伊  황진이 -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기룬 님 만날 길은 꿈길 밖에 없어

  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내 찾아 떠난길로 님 다시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 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로중봉)  한날한시 그 길에서 다시 만나지이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인간이 지닌 원초적 감정 가운데 하나가 그리움이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마음,

   누구를 사랑한다는 마음은 시인묵객들이 읊조렸던 단골메뉴이다.

   어쩌면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기에 타인을 그리워하고 아름다운 어울림을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한편의 시를 들여다 보면, 시적화자가 ‘돌려말하기’를 하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내면세계를 은근히 탐색할 수 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고 노래한 류시화 시인의 시가 직접적이라면,

   조선시대 여류시인을 대표했던 황진이의 옥구는 구구절절 사무친 그리움이

   간접적으로 진하게 묻어난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래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날 밤이거든 구비구비 펴리라”

   황진이의 이 시를 읽어나가노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밤을 기다리는

   그녀의 절절한 그리움을 절묘하게 풀어낸  몇 줄의 시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위에 소개한 시 상사몽을  김안서는 아래와 같이 번역하여 작가의  깊은 

   생각들을 잘 퍼올린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임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꿈길따라 그임을 만나러 가니

       길 떠났네 그임은 나를 찾으려

       밤마다 어긋나는 꿈일양이면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이 시를 통해 우리는 황진이의 숙련된 감각의 촉수를 뻗어 한 편의 시로 빚어낸

   솜씨를 맛볼 수 있다. 비록 황진이가 노래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 시를 읽음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그리움이란 인간이 지닌 공통적인 감정이다.

   그 상대가 친구, 부모, 연인, 누구든 간에 공유하는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행복한 그리움일 것이다. 오늘은 황진이의 시 한 수를 통해

   순결한 행복감을 안겨드리고자 한다. 아울러 삼도헌의 한시산책에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신묘년 여름날 삼도헌 정태수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