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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적극적인 한 경영자는 특이하게도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부러워한다고 말합니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내비가 보여주는 신속한 오류 수정 능력 때문이랍니다. 내비가 이전 경로를 포기하고 새 길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초 안팎인데 인간은 왜 그렇게 빨리 자기 오류를 시정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는 겁니다.
군대에서 하급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시정하겠습니다’ 라지요. 그와 운율을 맞추는 고참들의 맞대응 멘트는 ‘너는 시정만 하다가 군대생활 마칠 거냐?’ 구요.^^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의 ‘시정’이, 말처럼 쉽다면 그런 군대식 문답들이 스테디셀러처럼 존재할 리 없습니다.
내비게이션의 신속한 오류 수정 능력을 부러워 할 수는 있지만 그건 기계이고 대부분의 우리는 사람입니다. ‘배째라’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가벼운 반성의 수준을 훌쩍 뛰어 넘어 자학 모드 수준의 시정 강박에까지 이르면 보기에 딱합니다.
살면서 무엇보다 먼저 시정되어야 할 것은, 자기를 잘 보듬지 못하고 귀히 여기지 못하는, 자기애와 관련된 나태함이라고 저는 철석같이 믿고 있습니다.
그런 나태함을 바로 잡는 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 시정 강박에 대한 설왕설래가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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