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含閒 2010. 3. 17. 10:46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군에 입대하는 젊은이들이 집결하는 훈련소 앞은
공기마저 안타까운 느낌입니다.
입대자 수보다 많은 배웅자들이 입대자들과 한데 엉켜
불안, 초조, 한숨, 아쉬움, 눈물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훈련소에서 근무하는 병사나
그 앞에서 장사하는 이들의 처지에서 보면
일주일에 두 번씩 반복되는 일상적 업무일 따름입니다.

누군가에겐 더할 수 없는 애절함이
누군가에겐 심드렁한 일상인 것이지요.
순환 반복되는 우리 삶의 한 풍경입니다.

산부인과나 결혼식장 근무자들에게
당사자인 나만이 가질 법한 새 생명의 신비나 첫 출발의 설레임을
내 맘처럼 공유하게 할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나는 좀 특별한 경우이고 싶은 마음까지 포기하긴 어렵습니다.

그런 때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은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당신은 훨씬 특별한 감정일 것이다’
‘이렇게 잘 참는 경우는 처음이다’ 같은,
어쩌면 의례적일 수도 있는 말들입니다.
그 말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인간의 마음은 팩트가 아니라
정서적 지지 세력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희한한 구조적 특성이 있어서 그렇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에서는 민망하면서도 돌아서면 혼자 벙싯거리게 되는
누군가의 어떤 말들, 왜 한가지씩은 있잖아요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