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트랙이 다르다

含閒 2010. 3. 24. 10:14

  트랙이 다르다




50대 엄마가,
20대 딸과 목욕탕에 갔다가 콘돔을 쌓아놓고 무료로 나눠주는
판촉 행사를 목격했습니다.
그곳에서 4,50대 주부들이 콘돔 챙기는 걸 본 20대 딸이
의아한 듯 엄마에게 물었답니다.
저 아줌마들은 쓸 일도 없을 텐데 저걸 왜 저렇게 가져가, 엄마.

또래에 비해 남편과의 스킨십이 왕성한 편이었던 그녀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자신도 딸에게 그런 무성(無性)의 존재로
보일 거라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네요.
그 순간 20대 딸이 엄마의 복잡한 속내를 짐작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때의 나이차란 전혀 다른 두 개의 트랙에서
각자 내달리는 허들 경기장과 같으니까요.

[SS501]이라는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더블에스 오공일’이
아니라 ‘에스에스 오공일’로 호칭했다고 해서 감각 떨어지고
아이들과 소통 안 되는 부모인 것처럼 주눅들 이유,
조금도 없습니다.
그들이 부모 세대를 설레게 했던 [사랑과 평화]라는 당대의
밴드를 알 수 없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노는 물이 다른 것처럼 시간의 트랙이 다를 뿐입니다.

최근 개봉한 한 영화에서,
30대 여성에게 은근 위축된 50대의 여주인공 메릴스트립에게
예비 남친이 건네는 진심어린 경탄은 환상적입니다.
당신의 매력 중 하나가 나.이.예.요.

저도 그런 사람 몇 명...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