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달밤에 체조

含閒 2009. 8. 26. 10:31

  달밤에 체조




혼자 있는 자동차 안에서 손짓 발짓 해가며 누군가와 얘기 하는
남자를 보며 손으로 머리가 돌았다는 표시를 하는 주유소 종업원의
황당한 표정.
90년대 말에 개봉한 한국 영화에 등장하는 한 장면입니다.
자동차 안의 남자가 핸즈프리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장면이지만
아직 핸즈프리라는 기기의 존재를 모르던 상대의 입장에서는
이상한 남자의 ‘쌩쇼’로 보일 수밖에요.

최근 아파트 밀집지역에 거주하는 30대 후반의 한 남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답니다.
아직 달도 사라지지 않은 어느 이른 새벽, 평소와 달리 일찍 잠이 깬
사내가 모션 센서를 이용한 게임기를 TV와 연결해 테니스와 권투를
신나게 했다지요. 그런데 나중에 들으니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한
이웃 주민 누군가는 더 할 수 없이 황당해 했다는 겁니다.
게임기의 존재를 알 수 없었던 상대의 입장에서는 허공을 향해
온 몸 개그질 하는 한 사내만 보였을 수밖에요.
그야말로 달밤에 체조한다 생각했겠지요.

잘 모르면,
나를 제외한 타인의 행위나 생각은 대부분 ‘달밤의 체조’입니다,
내가 보기엔.

반대로,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 말이나 행동 또한
다른 사람의 눈에는 언제든 ‘달밤의 체조’가 될 수 있다지요,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