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 아는 중년의 다독가(多讀家)는 책을 살 때 화끈합니다. 돈을 헤프게 쓰거나 신중하지 못한 성격 때문이 아닙니다. 책 한 권 사서 한 줄 건지면 그것으로 충분한데 뭘 이리 저리 따지냐는 겁니다. 자신의 경험상, 책 한 권에는 반드시 한 줄 이상 건질 게 있으므로 그렇게 잴 시간이 있으면 다른 책을 한 권 더 읽으라는 거지요.
좀 과격한 측면도 있지만, 책 한 권에서 한 줄만 건지면 된다는 배짱같은 무심함은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습니다.
살다보면 선택의 기로에서 불필요하게 망설이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 문제에서까지 괜히 미적거리면서 에너지만 소모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정말 필요한 건 ‘책 한 권 한 줄’ 정신일지도요.
어떤 경우 한 줄 정신은 상황이나 물건을 선택할 때 뿐 아니라 심지어 사람을 선택할 때도 유용한 팁이 됩니다. 놀이 친구를 찾으면서 배우자 고르듯 할 필요 없는 거고 카풀 동료를 구하면서 동업자의 선택 기준을 적용하며 괜히 머리를 싸맬 필요는 없는 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