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자존심

含閒 2009. 9. 9. 11:03

  자존심




본인이 의식하든 못하든,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 때 잘 안될 때를 대비해서 핑곗거리를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다음날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일부러 잠을 덜 자는 식의 의식/무의식적 방법으로
결과가 안좋았을 때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실패를 방어할 구실을 스스로 만드는 일종의 자기핸디캡
전략으로,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습적 핑계쟁이의
행태와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인간의 무의식적 자기방어기제에
가깝습니다.

자기핸디캡 전략의 최종 목적은 자존심을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자존심은 자신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려는 마음이라서
어떤 경우엔 내 자존심이 남들 눈엔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쓸데없는 자존심’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세상에 쓸데없는 자존심이란 없지요.

그러므로,
어떤 상황 어느 누구의 자존심도 쓸데없다 힐난하지 않고
먼저 인정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쓸데없어 보이는 다른 사람의 자존심까지 사려깊게 존중하는 행위는,
다른 사람에겐 쓸데없어 보일 수도 있는 내 자존심을 잘 보호하는
가장 현명한 전략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