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스크랩] 김극기

含閒 2008. 10. 1. 10:49
 宿香村  숙향촌   향촌에서 묵으며
                          金克己(高麗)  김극기 1148~1209

 

 

雲行四五里   운행사오리   구름길로 4,5리를 가다가  
漸下蒼山根   점하창산근   천천히 푸른 산 아래로 내려가니    
烏鳶忽驚起   오연홀경기   까마귀와 솔개가 갑자기 놀라서 나니 

始見桑자村   시견상자촌   비로소 산 뽕나무 마을이 보이네 

村婦理蓬髮   촌부리봉발   촌 아낙네 머리 손질하다     
出開林下門   출개림하문   나와서 수풀 아래 사립문을 열어준다 

靑苔滿古巷   청태만고항   푸른 이끼 오래된 집에 가득하고  
綠稻侵頹垣   록도침퇴원   푸른 벼는 무너진 담을 넘어왔네 

茅詹坐未久   모담좌미구   초가 처마 밑에 앉으니, 오래지 않아 
落日低瓊盆   락일저경분  떨어지는 해가 옥동이처럼 낮게 떠 있네  伐薪忽照夜      벌신홀조야   나무를 베어와 밤을 밝히고    
魚蟹腥盤飡   어해성반손   비린 물고기와 게를 소반에 놓고 먹는다

耕夫各入室   경부객입실   농부들 한 사람씩 방안에 들어오자  

四壁農談誼   사벽농담의   농사 이야기, 방 안에 정답다
발磎作魚貫   발계작어관   어지러운 냇가에서 고기 잡아꿰듯  
이악紛鳥言   이악분조언   웃고 떠드니, 새소리같이 어지럽네

我時耿不寐   아시경불숙   나는 편치않아 잠 못 이루고  
기枕臨西軒   기침임서헌   서쪽 난간에 베개 베고 누웠으니 
露冷螢火濕   로랭형화습   맑은 이슬에, 반딧불 젖고  
寒공조空園   한공조공원  오싹한 귀뚜라미 소리, 빈 뜰에 떠들썩하네 

悲吟臥待曙   비음와대서  슬프게 읊으며 누워서 새벽을 기다리니 

碧海含朝暾   벽해함조돈   푸른 바다는 아침 해를 품고 있네

 
   

 

        田家四時(春)  전가사시   농가의 사계절 
    

草箔遊魚躍   초박유어약   풀섶에는 물고기 뛰어놀고
楊堤候鳥翔   양제후조상   버드나무 둑에는 철새 날아오네
耕皐菖葉秀   경고창엽수   쟁기질 하는 언덕에는 창포 잎 자라고
엽畝蕨芽香  엽무궐아향   새참 먹는 둑엔 향긋한 고사리 싹 돋아있네

喚雨鳩飛屋   환우구비옥   비를 부르랴, 비둘기는 지붕 위로 날고
含泥연入深   함니연입심   제비 진흙 머금고 추녀로 날아드네 
晩來茅舍下   만래모사하   날 저물어 찾아든 초가에서
高臥等羲皇   고와등희황   베개 베고 누우니, 태고적 사람이로다

柳郊陰正密   류교음정밀   들판의 버들엔 녹음이 우거졌고
桑壟葉初稀   상농엽초희   밭두둑의 뽕나무 잎은 드무네  
雉爲哺雛瘦   치위포추수   꿩은 새끼 먹이느랴 야위었고   
蠶臨成繭肥   잠림성견비   고치가 되려고 누에는 살졌네

熏風驚麥롱   훈풍경맥롱   따뜻한 바람에 보리밭 춤추고
凍雨暗笞磯   동우암태기   찬 비 내리고 어두우니 물가에 물결치네
寂寞無軒騎   적막무헌기   고요하니 말탄 관리도 지나지 않고
溪頭晝掩扉   계두주엄비   한 낮에도 개울가 사립문은 닫혀있네

골골田家苦   골골전가고   힘들고 힘든 농가의 괴로움
秋來得暫閑   추래득잠한   가을이 오니 잠시 한가하다네
雁霜楓葉塢   안상풍엽오   기러기 서리 맞은 단풍잎 쌓인 둑에 있고 
공雨菊花만   공우국화만   물가에 핀 국화꽃에서 귀뚜라미 울고 있네

牧笛穿煙去   목적천연거   안개속에서 들리는 목동의 피리 소리
樵歌帶月還   초가대월환   나무꾼의 노래소리, 달을 돌아 들려온다
莫辭收拾早   막사수습조   일찍 거두는 일 미루지 말라
梨栗滿空山   리율만공산   배와 밤, 빈 산에 가득하다

歲事長相續   세사장상속   한 해의 일이 길게 계속이어지니
終年未釋勞   종년미석노   한 해가 끝나도 고달품은 끝나지 않네
板첨愁雪壓   판첨수설압   판자 처마는 눈에 눌려 근심하고
荊戶厭風號   형호염풍호   사립문은 바람이 부니 울고 있네

霜曉伐巖斧   상효벌암부   서리내린 새벽에 산비탈의 나무도 베고
月宵乘屋도   월소승옥도  달밤엔 집위로 올릴 새끼도 꼬아야 하네
佇看春事起   저간춘사기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다  봄에 일이 다시 생기니
舒嘯便登皐   서소편등고   천천히 휘파람불며 편히 언덕에 올라본다

 

 

 

      田家四時(春)  전가사시     시골 집의 사계절 
   

歲月風轉燭   세월풍전촉   세월은 바람에 펄럭이는 촛불   
田家苦知促   전가고지족   농가의 애씀이 다가옴을 알겠네
索도如隔晨   삭도여격신   새끼 꼬아 겨울바람 막았는데 
春事起耕?    춘사기경누   다시 봄 되어 밭을 갈고 김을 매네

負뢰歸東阜   부뢰귀동부   쟁기를 지고 동쪽 언덕으로 가니  
林間路詰曲   림간로힐곡   숲 사이 새벽 길 굽이 돌아가네
野鳥記農候   야조기농후   들새는 농사철을 알고 있는지 
飛鳴催播穀   비명최파곡   날고 울며 씨 뿌리기를 재촉하네

엽婦繞田頭  엽부요전두   들밥 나르는 아낙네 멀리 논둑을 도니 
芒鞋才受足   망혜재수족   짚신은 낡아 겨우 발에 걸렸네

稚子尋筍蕨   유자심순궐   어린애는 죽순과 고사리 찾아  
提筐向暄谷   제광향훤곡   광주리 들고 따뜻한 골짜기로 향하는데
遲日杏花紅   지일행화홍   해질녘 살구꽃은 붉었고   
暖風菖葉綠   난풍창엽록   바람은 따뜻하니 창포 잎은 푸르네

甘雨亦如期   감우역여기   단비도 역시 철을 맞추니  
來夜勻맥목   래야균맥목   오늘밤엔 가랑비 곳곳에 내리겠네
莫辭東作勤   막사동작근   동쪽에서 부지런히 일하기 꺼리지 말라 

 努力在吾力   노력재오력   노력은 내 힘쓰기에 있다네

 
        田家四時(秋)   전가사시    시골집의 사계절
  

鴻雁已肅肅   홍안이숙숙   기러기 고요히 날고    
혜고仍추추   혜고잉추추   매미도 따라 울어대고
田夫知時節   전부지시절   농부는 시절을 알아   
질艾始報秋   질애시보추   쑥대 베어 비로소 가을을 알리네

四隣動寒杵   사린동한저   사방 이웃에 차가운 절구소리  
通夕聲未休   통석성미휴   저녁 내 그 소리 그칠줄 모르네  
晨興炊玉粒   신흥취옥립   새벽에 일어나 흰쌀로 밥 지으니   
溢甑氣浮浮   일증기부부   솥에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네

紫栗落紅樹   자율락홍수   자줏빛 밤은 붉은 나무에서 떨어지고 

朱鱗구碧流   주린구벽류   붉은 고기를 푸른 물에서 낚는구나

白甁酌杜酒   백병작두주   흰 병에 두견주를 따라   
邀客更相酬   요객갱상수   손님을 맞아 서로 주고 받으니
外貌雖陋促   외모수루촉   외모는 비록 누추하나  
中情尙綢繆   중정상주무   정은 오히려 촘촘하다네 

酒란起相送   주란기상송   술자리 끝나고 서로 보낼 때  
顔色還百憂   안색환백우   얼굴 빛은 다시 온갖 근심에 잠기네 
官租急星火   관조급성화   관청의 세금 독촉이 성화 같아  
聚室須豫謀   취실수상모   가족이 모여 미리 의논한다

苟可진公費   구가진농비   진실로 세금은 바쳐야 되는 것  
私廬安肯留   사려안긍류   개인 집에 감히 남겨두겠는가
何時得卓魯   하시득초어   어느 때 卓茂,魯恭같은 이를 얻어  
却作差科頭   각작차과두   한번 맨 먼저 바쳐볼까

 
         

                夜坐  야좌    밤에 앉아서 
  

紙戶沈沈夜氣淸    지호침침야기청   문풍지 구멍은 침침하나 밤 기운이 맑고
圖書萬卷一燈明    도서만권일등명   하나의 등불 밝으니, 수 많은 책들이 보이네

噓噓石硯寒雲色    허허석연한운색   돌 벼루에 입김 부니, 찬 구름 빛 일고
颯颯銅甁驟雨聲    삽삽동병취우성   구리 병에는 바람소리, 소나기 오는 소리 들린다

薄祿微官貧始重    박록미관빈시중   적은 祿과 하찮은 벼슬, 가난하니 소중하고
浮名末利醉還輕    부명말이취환경   뜬 이름과 하찮은 이익은 술에 취하니 가볍도다

通宵寒雁空南去    통소한비공남거   밤이 새도록 찬 기러기 쓸쓸히 남쪽으로 날고
恨不歸家問死生    한불귀가문사생   집에 돌아가지 못함을 원망하며 생사를 묻는다네

 

         

 

             途中卽事  도중즉사   길을 가다가
 

一徑靑苔濕馬蹄   일경청태습마제   좁은 시골길, 푸른 이끼에 말 발굽이 젖고
蟬聲斷續路高低   선성단속노고저   길은 險 한데, 매미는 쉬지않고 운다

窮村婦女猶多思   궁촌부녀유다사   깊은 생각에 잠긴 시골 아낙네
笑整荊釵照柳溪   소정형채조류계   웃으며 나무비녀 고쳐 꽂고  냇물에 비춰보네


 

 

           村里   촌리     시골 마을    


 

靑山斷處兩三家   청산단처양삼가   푸른 산 다한 곳에 두세 채 초가집 抱壟영廻一傾斜   포롱영회일경사   언덕 끼고 돌아가는 비탈진 오솔길

讖雨廢地蛙閣閣   참우폐지와각각   때늦은 비에 웅덩이 개구리 개골개골
相風高樹鵲査査   상풍고수작사사   높은 나무 맞바람에 까치가 까악까악

境幽楊巷埋荒草   경유양항매황초   조용한 마을 버드나무 거리, 황폐한 풀 속에 묻혀있고
人寂柴門掩落花   인적시문엄낙화   사람 드문 사립문은 지는 꽃잎에 가려있네

塵外勝遊聊自適   진외승유료자적   별천지 선경을 나만이 즐기자니
笑他奔走覓紛華   소타분주멱분화   명리 찾아 분주한 사람들 우습구려

 
           思歸   사귀      돌아감을 그리워하며  
 

數畝荒園久欲蕪   수무황원구욕무   몇 이랑 거친 밭, 오래도록 거칠어 가니    
淵明早晩返藍輿   연명조만반남여   도연명처럼 일찍이든 늦게든,가마 타고 돌아가리

 빈衰却與飛蓬似   빈쇠각여비봉사   귀밑털 쇠하니, 바람에 날리는 쑥 같아 다듬으니
形瘦還將枯木如   형수환장고목여   몰골은 야위어 돌아보니,문득 고목 같구나 

無奈爲貧從薄官   무나위빈종박관   어쩔 수 없이, 가난 때문에 얕은 벼슬 쫓았지만 
不妨因病得閑居   부방인병득한거   몸이 아파 어쩔수 없이 한가히 살게 되었네

但聞明主求儒雅   단문명주구유아   다만 듣기론 聰明한 임금께서 바른 선비 구하신다 하니  
投佩歸山計恐疎   투패귀산계공소   벼슬 던지고 고향가려하는 계획이 멀어질까 두렵다네

 

         

 

                高原驛   고원역 
   

百歲浮生逼五旬   백세부생핍오순   뜬 구름같은 인생 백 년, 오십이 가까운데            
奇區世路少通津   기구세노소통진   험한 세상 길, 건널 나루 적구나

三年去國成何事   삼연거국성하사   서울 떠나 삼년 무슨 일 이루었나  萬里歸家只此身   만이귀가지차신   만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만 이 몸뿐이로다

林鳥有情啼向客   임조유정제향객   숲속 새는 정이 있어 나그네를 보고 울고         
野花無語笑留人   야화무어소유인   들꽃은 말없이 웃으며 사람을 붙잡는다.

詩魔觸處來相惱   시마촉처내상뇌   詩魔가 재촉하는 곳에 와서 괴로워 하노라니         
不待窮愁已苦辛   불대궁수이고신   궁한 근심 기다리지 않아도 이미 시짓느라 괴롭구나
        ☞    逼= 닥칠 핍.

 

 

 

               漁翁   어옹    고기잡이 늙은이
  

天翁尙不貰漁翁   천옹상불세어옹   하늘은 아직 고기잡이 늙은이를 용서치 않아  
故遣江湖少順風   고견강호소순풍   일부러 강호에 순풍을 적게 보냈네
人世험희君莫笑   인세험희군막소   인간 세상의 험난함을 그대는 웃지 말아라  
自家還在急流中   자가환재급류중   자기가 오히려 급류 중에 있는 것을

 
           김극기가 택한 길
김극기는 벼슬을 크게 하지는 못했지만 산림에서 노래하며 문인으로서의 이름은 높았다. 그는 자신의 재능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내심의 갈등으로 번민한 李仁老와는 달리 농촌 생활의 모습을 가가이서 표현했다. 과장과 수식이 없이 생동감 있게 농민의 정서를 표출했다

 

 

층층 계단은 빙 둘러 허공을 나는 듯
일만 산과 일천 물이 한 눈에 잡히네.
몸은 노오(盧敖) 되어 바깥을 오르내리고
눈은 수해(竪亥) 되어 가운데를 가고 오네.
별 그림자 처마 앞에 비되어 떨어지고
월계수 향기 난간 밑을 바람 되어 나부낀다.
굽어보니 경주의 집들이 참으로 많은데
벌집이나 개미구멍처럼 아득히 보이네.
(<신증동국여지승람> 중에서)

 

이 시는 고려의 문신 김극기(金克己, 생몰년 미상)가 지은 황룡사9층목탑에 관한 시이다.

 김극기는 생몰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명종(재위기간 1170~1197) 때 활약하였다.

 

황룡사9층목탑은 1235년 몽고가 경주까지 침입한 3차 몽고의 난 때 불타 없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김극기가 이 시를 읊은 때는 황룡사9층목탑이 불타 없어진 시기보다 100년을 넘지 않는다.

 

김극기가 황룡사9층목탑을 보고 놀란 것은 높이 솟은 탑의 위용으로 시 전반에 그에 대한 감동이 깔려 있다. 그 감동 속에 차분히 살펴본다면 탑 안에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게 계단을 설치하였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응현의 불궁사목탑, 서안의 대안탑, 낙양의 대화탑 등 중국의 탑들은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김극기는 황룡사9층목탑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 개미구멍 같은 경주의 집들을 본 것이다.


탑은 사찰의 중심이자 도시의 지표이다. 중국의 탑을 찾아가노라면 중소도시인 경우 멀리서부터 도시 한가운데 탑이 우뚝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일 아파트 20여 층 높이에 해당하는 약 80m의 황룡사9층목탑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더라면, 경주를 찾는 이들은 경주 시내 어디에서나 이 탑을 보고 그곳을 향했을 것이다.


 

출처 : 송당보금자리
글쓴이 : 송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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