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스크랩] 김시습

含閒 2008. 10. 1. 10:49
遊仙歌  유선가   신선세계에 노닐면서
                                                 金時習   김시습 1435~1493

駕鶴逍遙海上山   가학소요해상산   바다 위의 봉래산에 학을 타고 노니노라니
蓬萊宮闕五雲間   봉래궁궐오운간   무지개 구름 사이로 봉래 궁궐이 솟았구나
人環正在風波底   인환정재풍파저   인간 세상은 참으로 풍파 밑에 잠겨 있으니
百歲勞勞不自閑   백세노노부자한   백년 사는 동안 괴로울 뿐 한가롭지 못하여라

                  

    宿山村  숙산촌    산촌에 묵으며 
   

雨歇千山暮   우헐천산모   비 개니 모든 산에  해 저물고
煙生碧樹間   연생벽수간   푸른 숲에선 연기가 오른다

溪橋雲염염   계교운염염   개울 다리에 구름이 뭉게뭉게
野逕草蔓蔓   야경초만만   들길에 풀이 덩굴져 있구나

世事渾無賴   세사혼무뢰   세상일 모두 믿을 수 없으니
人生且自寬   인생차자관   사람의 세상살이 스스로 참아야지

何如拂塵迹   하여불진적   어떠할까, 세상 먼지 떨어버리고
高嘯臥林巒   고소와림만   휘바람 크게 불며, 산 속 숲에 누웠다


 
    感時  감시     시절을 느끼어


 
千村萬村蕎花開   천촌만촌교화개   마을 이곳 저곳에 메밀꽃 피어있고
一聲兩聲鴻雁來   일성양성홍안래   끼륵,끼륵 기러기 떼 날아온다
節物쟁嶸人已老   절물쟁영인이노   철 만난 사물들 가파른데 사람은 늙어가고
感時騷客心悠哉   감시소객심유재   시절을 느낀 騷客의 마음 한가하기만 하네

已聞村舍收新도   이문촌사수신도   마을 집에는 이미 새 곡식 걷었다는데
復道火치種牟來   부도화치종모래   화전에 보리 심고 온다고 다시 말하는구나
老子山中有生涯   노자산중유생애   산속에 늙은이 생애 있으니
小圃紫豆垂류류   소포자두수류류   작은 밭에 붉은 콩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十年爲客西復東   십년위객서부동   십년을 나그네 되어 東으로 西로 다니다가
不覺寒暑相推移   부각한서상추이   추위와 더위가 바뀌어 온것도 알지 못했네
如今衰病臥山丘   여금쇠병와산구   지금처럼 쇠하고 병들어 산 언덕에 누우니
細觀一歲春復秋   세관일세춘부추   한 해가 봄 되고 다시 가을 됨을 자세히 본다

功名世上好事耳   공명세상호사이   세상 공명이란 듣기 좋은 일 일뿐
我獨無心空白頭   아독무심공백두   나만 홀로 무심히도 덧없이 백발로 늙었도다
壯志未磨歲月주   장지미마세월주   큰 뜻 닦지 못하고 세월만 다하니
 亭畔혜고鳴조추   정반혜고명조추   정자 두둑엔 매미와 땅강아지 맴맴,찍찍,울어대는구나

 

 

    寒鴉栖復驚   한아서부경   갈가마귀가 있는 풍경


 
楓葉冷吳江   풍엽냉오강   단풍잎은 吳江에 서늘 한데 
蕭蕭半山雨   소소반산우   우수수 반산엔 비가 내리네

寒鴉栖不定   한아서부정   갈가마귀 보금자리 정하지 못해 
低回弄社塢   저회농사오   낮게 돌며 사당 언덕 서성거리네 

渺渺黃雲城   묘묘황운성   아득히 먼지 구름 자옥한 성 
依依紅葉村   의의홍엽촌   아스라히 붉은 잎 물든 마을

相思憶遠人   상사억원인   먼데 있는 그대가 그리웁구나 
聽爾添鎖魂   청이첨쇄혼   네 소리 듣자니 애가 녹는다 

 

 


    脫意    탈의  
 

萬壑千峰外   만학천봉외   만학천봉 저 너머
孤雲獨鳥還   고운독조환   외로운 구름 외로운 새 돌아가네

此年居是寺   차년거시사   금년은 이 절에서 머문다만
來歲向何山   래세향하산   내년 해는 어느 산으로 발길이 갈지

風息松窓靜   풍식송창정   바람은 자고 松窓은 고요해
香鎖禪室閑   향쇄선실한   향가지 불 삭아 禪室이 한가롭다

此生吾已斷   차생오기단   이 生은 이미 내 몫이 아님이여
樓迹水雲間   루적빙운간   물가는 곳 구름 따라 흘러가리라

 

 

     晝意  주의     대낮에
 

驟暄草色亂紛披   취훤초색난분피   따뜻하여 풀빛은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   수교남헌일오시   대낮에 남쪽 마루에서 잠을 깬다
更無世緣來攪我   갱무세연래교아   다시는 세상 인연으로 날 흔들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瓔兒   심신련도화영아   마음과 몸이 단련되면 어린아이로 된다오

 

 

 

     有客  유객    나그네
    
 
有客淸平寺   유객청평사   청평사에 들린 나그네
春山任意遊   춘산임의유   春山에 뜻대로 논다

鳥啼孤塔靜   조제고탑정   새는 울고 외로운 탑은 고요한데
花落小溪流   화락소계류   꽃이 떨어져 작은 시내에 흐른다

佳菜知時秀   가채지시수   아름다운 나물 때를 알아 돋아나고
香菌過雨柔   향균과우유   향긋한 버섯 비를 맞고 부드럽네

行吟入仙洞   행음입선동   길가며 읊조리고 仙洞으로 들어서니
消我百年憂   소아백년유   나의 백 년 근심이 녹는다

 

 

 

      感懷  감회   마음속 느낌 
  

四十三年事已非   사십삼년사이비   사십삼 년 걸어온 일 이제는 다 틀렸으니 
此身全與壯心違   차신전여장심위   젊었을 때 먹었던 맘 모두가 허사로세 

神魚九變騰千里   신어구변등천리   아홉번 변한 神魚 천리 높이 올라가고 
大鳥三年欲一蜚   대조삼년욕일비   큰 새는 삼년 만에 한 번 날아 보려했네

洗耳更尋東澗水   세이경심동간수   동녘 시냇물 다시 찾아 더럽혀진 귀를 씻고
療飢薄采北山薇   요기박채북산미   북산에 고사리 조금 캐어 주린 배나 채우려네

從今陟覺歸歟處   종금척각귀여처   이제부터 돌아가 있을 곳을 말았으니
雪竹霜筠老可依   설죽상균노가의   눈 속 대나무, 서리 속 죽순에 의지하여 늙어가리

                  

 

 

      我生   아생      나의 인생


 
我生旣爲人   아생기위인   내가 나서 이미 사람이 되어 있었네
胡不盡人道   호부진인도   어찌 사람의 도리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   소세사명리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   장년행전도   장년이 되어서는 자빠지고 넘어졌네

靜思縱大뉵   정사종대뉵   고요히 생각하면 크게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   불능오어조   일찍이 깨닫지 못한 탓이라

後悔難可追   후회난가추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렵고
寤벽甚如搗  오벽심여도   깨달으니 가슴이 다듬이질 하 듯 하다

況未盡忠孝   황미진충효   아직 충효를 다하지 못했거늘
此外何求討   차외하구토   그 밖에 또 무엇을 구하고 찾으리오

生爲一罪人   생위일죄인   살아서는 한 사람의 죄인 되고
死作窮鬼了   사작궁귀료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 되겠네

更復騰虛名   갱부등허명   다시 헛된 이름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惱   반고증우뇌   돌아보니 근심번뇌만 더하니

百歲標余壙   백세표여광   백년 후에 이내 무덤 표할 적에는
當書夢死老   당서몽사노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그렇게만 쓸지어다

庶幾得我心   서기득아심   행여나 내 마음 알아주어
千載知懷抱   천재지회포   천년 뒤 이내 회포 알아나 주소

 

 


          閒中記聞   한중기문
  

可憐門閥皆佳族   가련문벌개가방   슬프다 문벌은 모두 훌륭한 집안으로
虛老風塵獨可悲   허노풍진독가비   세월에 헛되이 늙으니 홀로 구슬프도다
五老峯下論理坐   오로봉하론이좌   오로봉 아래에서 이치 논하며 앉았자니
世人皆稱道也知   세인개칭도야지   세상 사람 모두 道를 안다 일컫네

 

 

 

      乍晴乍雨  사청사우   개었다가 다시 또 비 내리네
  

乍晴乍雨雨還晴    사청사우우환청   잠시 개었다, 비 내리고 다시 개었다가 비 내린다
天道猶然況世情    천도유연황세정   하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인심 이야

譽我便是還毁我    예아편시환훼아   나를 기리던 이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    도명각자위구명   명예를 외면하던 이 도리어 공명을 구하네

花開花謝春何管    화개화사춘하관   꽃이야 피든 지든 봄이야 무근 상관이랴
雲去雲來山不爭    운거운래산불쟁   구름이 오고 가도 산이야 다투지 않네

寄語世人須記認    기어세인수기인   세상 사람에 이르노니 모름지기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    취환무처득평생   기쁨을 얻어도 평생토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感懷  감회     마음속 느낌


事事不如意   사사불여의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愁邊醉復醒   수변취부성   시름 속에 술에 취했다가 다시 깨노라

一身如過鳥   일신여과조   새가 날아가듯 내 이 몸은 덧없고
百計似浮萍   백계사부평   그 많던 계획도 마름풀잎처럼 되었네

經事莫염腹   경사막염복   經事를 뱃속에 너무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  재명공고형   재주와 이름은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유사고침수   베개 높이 베고서 잠잘 생각이나 하니
갱載夢虞庭  갱재몽우정   꿈에나 순임금 만나 말을 나눠 보리라 

                  

      

 

       牙중  아중    벌레먹은 어금니


 
伊昔少年日   이석소년일   옛적 젊은 시절에는
당眉決체肩   당미결체견   눈 부릅뜨고 돼지다리 뜯었는데

自從牙齒우   자종아치우   어금니 벌레먹은 뒤로는
已擇脆甘嚥   이택취감연   무르고 단 것만 가려서 먹는다네

細芋烹重爛   세우팽중란   작은 토란도 삶은 걸 또 삶고
兒鷄煮復煎   아계자부전   어린 닭도 익히고 또 익히네

如斯得滋味   여사득자미   이렇게 해야 먹을 수가 있으니
生事可堪憐   생사가감련   사는 일이 참 불쌍타 하겠네

 

 


     抱川縣  포천현   포천현에서 
 

弊邑民居少   폐읍민거소   피폐한 마을 사는 사람은 적고
荒村樹色稠   황촌수색조   황량한 마을 나무색은 짙어라

好風經麥壟   호풍경맥롱   부드러운 바람 보리밭 언덕 지나고
細雨過빈洲   세우과빈주   보슬비는 마름 뜬 못섬을 지나간다

逕小人종斷   경소인종단   길 좁아 사람 자취 끊어지고
山回石洞幽   산회석동유   산이 둘러있어 돌골짜기 깊숙하구나

去去峯如화   거거봉여화   떠나갈수록 산봉우리 그림 같으니
行行可解愁   행행가해수   가고 또 가면 나의 수심 풀어지리라

 

 

 

      新漲   신창    다시 불어난 시냇물 
    

昨夜山中溪水生   작야산중계수생   어젯밤 산속에 시냇물이 불더니
石橋柱下玉갱障   석교주하옥갱장   돌다리 기둥 아래서 구슬 부딪치는 소리가 나네

可憐鳴咽悲鳴意  가련명열비명의 가련하게 울며 슬피 우는 그 뜻은
應帶奔流不返情   응대분류불반정   빨리 흘러가면 못 돌아오는 마음에서지

 

   

 

     無題   무제     명승 峻上人에게 준 詩
     

終日芒鞋信脚行   종일망혜신각행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   일산행진일산청   산을 다 걸어 지나니,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   심비유상해형역   마음에 생각 없으니 어찌 형상에 부림 당하며
道本無名豈假成   도본무명기가아   도는 본시 이름이 없거늘 어찌 거짓 이룰까

宿露未晞山鳥語   숙로미희산조어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산새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   춘풍부진야화명   봄 바람 끝나지 않았는데 들 꽃은 피었구나

短공歸去千峰靜   단공귀거천봉정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천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   취벽난연생만청   푸른 절벽 어지러운 안개에 저녁 햇살 비쳐드네

 
     

 

            學詩    학시
                                金時習   김시습 1435~1493

 
客言詩可學   객언시가학   객은 시를 배울 수 있다 말을 하지만
詩法似寒泉   시법사한천   시의 법은 차가운 샘물과 같은거라

觸石多嗚咽   촉석다오열   돌에 부딪치면 목메어 울다가도
盈潭靜不喧   영담정부훤   연못에 가득차면 고요해 소리 없네

屈莊多慷慨   굴장다강개   굴원과 장자는 강개함 많았는데
魏晉漸拏煩   위진점나번   위진에 이르러선 점차 번다해졌지

동斷尋常格   동단심상격   심상한 격조야 끊어 없앤다 해도
玄關未易言   현관미이언   묘한 이치 말로는 전하기 어렵다오

 

 


                村燈  촌등  촌마을의 등불
   

日落半江昏   일락반강혼   해 지니 강이 어스름에 싸이고 
一點明遠村   일점명원촌   한 점 불빛이 먼 촌마을 밝히네

熒煌穿竹徑   형황천죽경   촌등 대나무 좁은 길에 스며들어 
的歷透籬根   적력투리근   환히 울타리 안으로 드는구나

旅館愁閒雁   여관수한안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울음
紗窓倦繡鴛   사창권수원   비단 창엔 수놓은 원앙이 앉았고 

蕭蕭秋葉雨   소소추엽우   쓸쓸히 가을잎에 비는 내려
相對正銷魂   상대정소혼   마주보니 혼이 다 녹아버리누나

 

 

 

              敍悶  서민    번민을 적다


失母十三歲   실모십삼세   13세에 어머니를 잃고
提携鞠外婆   제휴국외파   외조모한테서 길러졌다오

未幾歸둔석   미기귀둔석   얼마 안 되어 외조모도 돌아가시고
生業轉마라   생업전마라   생업은 일시에 비참하게 되었다오

簪笏纓情少   잠홀영정소   높은 벼슬 같은 것 마음에 없고
雲林着意多   운림착의다   산수에 노니는 데만 뜻을 붙였소

唯思忘世事   유사망세사   오로지 생각은 세상일 짖는 것뿐
恣意臥山阿   자의와산아   내 멋대로 산 속에 숨어살 밖에 

 

 
             破悶  파민   답답한 마음 털어내며 
    

閉戶硏思著巨篇   폐호연사저거편   문 닫고, 생각 다듬어 큰 著述하노니
只緣運命太屯蹇   지연운명태둔건   다만 내 운명이 너무나 막히고 궁색해서라

人平不語非虛說   인평불어비허설   편해지면 말하지 않는 것이 헛된 말 아니니
天道無知蓋固然   천도무지개고연   천도 앎이 없음이 본래 그런 것이라

賊子亂臣容世上   적자난신용세상   적자와 난신이 세상에 용납되고
名公烈士困身前   명공열사곤신전   명공과 열사가 생전에 곤란 당한다

若缺後者明誅賞   약결후자명주상   만약 뒷사람들이 주상을 밝힘이 없다면
死共枯株倒岸邊   사공고주도안변   죽어서 모두 고목되어 언덕가에 거꾸지리라

 

 

 

            寓意  우의   뜻에 기대어
    

三十年前學환龍   삼십년전학환룡   삼십 년 전  벼슬할 일 배웠지만
三十年後看無종   삼십년후간무종   삼십 년 후  자취마저 없어진 것 보았다

世人莫笑浪遊오   세인막소랑유오   사람들이여  쓸데없이 논다고 비웃지 말라
固余自喜多龍鍾   고여자희다룡종   진실로 나는 너절한 일 많음을 좋아한다오

多事不如省事好   다사부여성사호   일 많은 것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하고
有心何似無心悰   유심하사무심종   유심이 어찌 무심의 즐거움과 같겠는가

日長庭院蓬簾下   일장정원봉염하   해 긴 정원의 쑥대발 아래서
細讀陶詩情亦濃  세독도시정역농  도연명 시를 세심히 읽으니    마음 짙어진다


 

출처 : 송당보금자리
글쓴이 : 송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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