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스크랩] 이색

含閒 2008. 10. 1. 10:48
有感  유감
    李穡(高麗)  이색 1328~1396    

 
非詩能窮人   비시능궁인   시가 사람을 궁하게 할 수 없고
窮者詩乃工   궁자시내공   궁한 이의 시가 좋은 법이라

 
我道異今世   아도이금세   내 가는 길 지금 세상과 맞지 않으니
苦意搜鴻곤   고의수홍곤   괴로이 광막한 벌판을 찾아 헤맨다

 
氷雪뇨肌骨   빙설뇨기골   얼음 눈이 살과 뼈를 에이듯 해도
歡然心自融   환연심자충   기꺼워 마음만은 평화로웠지

 
始信古人語   시신고인어   옛 사람의 말을 이제야 믿겠네
秀句在羈窮   수구재기궁   빼어난 시귀는 떠돌이 窮人에게 있다던 그 말

 


    觀物  관물   萬物을 바라보며 
                         
 
大哉觀物處   대재관물처   크도다! 사물이 있는곳을 바라보니    
因勢自相形   인세자상형   형세 따라 절로 형상이 다스려진다

 
白水深成黑   백수심성흑   하얀 물이 깊어지면 검게 변하고    
黃山遠送靑   황산원송청   누런 산이 멀리서는 푸른빛을 보내지

 
位高威自重   위고위자중   지위가 높아지면 위엄은 절로 무겁고    
室陋德彌馨   실누덕미형   집이 누추해도 德은 더욱 향기롭네

 
老牧忘言久   노목망언구   늙은 이 몸은 말을 잊은 지 오래이고    
苔痕滿小庭   태흔만소정   이끼 자국 작은 뜰에 가득하네

 


    讀書  독서    글을 읽으며    
    
 
讀書如遊山   독서여유산   글읽기란 산에 오르는 것 같아
深淺皆自得   심천개자득   깊고 옅음이 모두 自得함에 달려있네
淸風來徐寥   청풍래서요   맑은 바람은 천천히 하늘에서 불어오고
飛雹動陰黑   비박동음흑   나는 우박은 어두운 곳에서 내려오네

 
玄규蟠重淵   현규반중연   검은 교룡은 깊은 못에 서려있고
丹鳳翔八極   주봉상팔극   붉은 봉황은 하늘로 날아오르네
精微十六字   정미십육자   精微한 열여섯 글자
的的在胸臆   적적재흉억   분명하게 가슴에 간직하네

 
輔以五車書   보이오거서   다섯 수래의 책 읽어서 돕고
博約見天則   박약견천칙   능히 하늘의 이치를 본다네

 
王風久蕭索   왕풍구소삭   옳은 기풍 오래도록 쓸쓸하고
大道예荊棘   대도예형극   큰 길은 가시나무에 가려있네
誰知蓬窓底   수지봉창저   뉘 알랴, 蓬窓 아래에서
掩卷長太息   엄권장태식   책을 덮고 길이 탄식하는 것을

 

 

 


   
晨興卽事  신흥즉사      새벽 興을 즐기며 
    
湯沸風爐鵲조첨    탕비풍로작조첨   風爐에는 국 끓고, 처마 끝에 까치 울고
老妻관櫛試梅鹽   노처관즐시매염   치장 끝낸 아내는 국물 간을 맞추네
日高三丈紬衾煖    일고삼장주금난   아침 해  높이 떠도 명주 이불 따뜻해
一片乾坤屬黑甛    일편건곤속흑첨   세상일 나 몰라라, 잠이나 더 자자

 

 
   雪軒鄭相宅靑山白雲圖  설헌정상택청산백운도    청산 백운도
    
 
山本乎止本乎靜  산본호지본호정  산은 그침이 본색이고, 고요함이 본색인데
雲可以西可以東  운가이서가이동   구름이야 동서 어디라도 떠다닌다
本乎止靜者有體而附地  본호지정자유체이부지  그침과 고요함이 본색인것은 형체가 땅에 붙은 탓이고
可以西東者無心而隨風  가이서동자무심이수풍  동서로 떠다니는 것은 무심히 바람을 따른 탓이다

 
一動一靜將觀物所性    이동일정장관물소성    움직이고 쉬는 데서 사물의 성격을 보았네만
或靑或白已累吾之瞳    혹청혹백이누오지동    푸르기도 하고 희기도 해서 내 눈에 누를 끼쳤도다

 


 

     詠雪  영설   눈을 보며 
     
 
松山蒼翠暮雲黃   송산창취모운황   송악산 푸르름에 저녁 구름 물들더니
飛雪初來已夕陽   비설초래이석양   눈발 흩날리자 이미 해는 저물었네
入夜不知晴了未   입야부지청료미   밤들면 혹시나 이 눈이 그칠려나
曉來銀海冷搖光   효래은해랭요광   새벽되면 은빛 바다에 차가운 빛 출렁이겠지

 

 


    浮碧樓    부벽루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어제 영명사를 찾아 갔다가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   성은 텅 비어 있고, 달 한 조각 떠 있고
石老雲千秋   석로운천추   바위는 늙어 천 년 두고 구름이 흐르네

 
麟馬去不返   기마거불반   麟馬는 떠나간 뒤 돌아올 줄 모르고
天孫何處遊   천손하처유   天孫은 어느 곳에서 노니시는가

 
長嘯倚風등   장소의풍등   바람부는 돌계단에 기대어 긴 휘파람 부니
山靑江自流   산청강자류   산은 푸르고 강은 저절로 흐르네

 

 

 
    閑寂詩    한적시 
   
 
夜冷狸奴近   야냉리노근   차가운 밤 고양이는 가까이 붙고 
天晴燕子高   천청연자고   맑은 하늘 제비는 높이 나누나
殘年深閉戶   잔년심폐호   남은 해, 깊이 문 닫아 걸고
淸曉獨行庭   청효독행정   맑은 새벽, 홀로 뜰을 걸으리

 


     小雨   소우    이슬비
    
 
細雨몽몽暗小村   세우몽몽암소촌   이슬비 부슬부슬 작은 마을은 어두운데
餘花點點落空園   여화점점락공원   남은 꽃 점점이 빈 정원에 떨어지네
閑居剩得悠然興   한거잉득유연흥   한가로이 지내며 느긋한 흥취 넉넉하니
有客開門去閉門   유객개문거폐문   손님 오면 문 열고 떠나면 문 닫노라

 

 

출처 : 송당보금자리
글쓴이 : 송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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