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스크랩] 이덕무

含閒 2008. 10. 1. 10:47

503 秋雨   추우     가을 비
    李德懋  이덕무 1741~1793

徹夜農談野客留   철야농담야객유   유숙하는 야객과 밤새워 농사 얘기
雨垂甲子角禾頭   우수갑자각화두   갑자일 내린 비에 벼눈에 싹난다네 
灑池蓼病紅將退   쇄지륙병홍장퇴   못에 심은 시든 여뀌꽃엔 붉은 빛 사라지고
滴체족凉語轉幽   적체족량어전유   그윽히 섬돌에 떨어지는 발자국 소리,맑은 말소리

已厭多霖過半歲   이엽다림과반세   이미 반년이 넘도록 많은 장마가 계속되니
預愁無月作中秋   예수무월작중추   달 없는 한가위 맞을까 미리부터 근심한다

 
乍騰米價群商喜   사등미가군상희   쌀값이 폭등하여 장사치들 기뻐한다
但願年豊此輩休   단원년풍차배휴   제발 풍년 들어 이런 놈들 사라졌으면 하네

 
504 秋夜雜感  추야잡감   가을 밤 온갖 느낌
    李德懋(炯菴)  이덕무 1741~1793

 
四壁蟲聲空自勞   사벽충성공자노   벌레 소리에 둘러싸여 부질없이 홀로 괴로운데
江鴻漠漠入雲高   강홍막막입운고   강 위 기러기떼는 아득히 높은 구름 속에 날아든다

寒燈誦咽靈均賦   한등송인령균부   쓸쓸한 등불 아래서 굴원의 초사를 읽다가
大石磨?日本刀   대석마번일본도   큰 숫돌에 뒤집어 일본칼을 갈아 보기도 한다 

 
天地寧爲耕釣수   천지녕위경조수   천지간에 생겨나서 어찌 밭갈이와 낚시질로 보내랴
英雄不願狗鷄曺   영웅불원구계조   영웅이 개나 닭처럼 되기를 바랄 수야 없지

 
奇男從古多韜彩   기남종고다도채   기이한 남자는 예부터 광채를 숨기나니
霧豹深林知惜毛   무표심림지석모   깊은 숲 안개 속, 표범은 털빛을 아낄 줄 아네

 
505 歷路訪李伯瞻  역로방이백첨  李伯瞻 찾아 가는 길에서 
    李德懋  이덕무 1741~1793

 
瓜盤聽雨思疇昔  과반청우사주차   오이 먹으며 지난 날 생각하니 빗소리 들리고
紙유談詩到夕陽  지유담시도석양   詩를 이야기하니 들창에 석양빛 비친다

 
近宅秋聲連古木  근택추성연고목   집 근처, 가을소리 고목에 이어지고
注江雲氣結微霜  주강운기결미상   강에 머문 구름기운 가는 서릿발 맺었구나
 
松邊白堞歸程遠  송변백엽귀정원   소나무옆 하얀 城堞위 갈 길도 먼데
留約籬花共읍香  유약리화공읍향   울타리의 꽃향기 함께 맡자 약속하네

 
506 曉發延安  효발정안    새벽녘 延安을 떠나며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不已霜鷄郡舍東   불이상계군사동   客舍 동쪽 새벽닭 울음 그치지 않고
殘星配月耿垂空   잔성배월경수공   새벽별은 달을 짝해 하늘에 반짝인다
蹄聲笠影?朧野   제성립영몽롱야   말굽소리 갓 그림자 몽롱한 들판에
行踏閨人片夢中   행답규인편몽중   꿈 속에서 아가씨를 밝으며 가네

 

507  村家   촌가    시골집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荳穀堆邊細逕分   두곡퇴변세경분   콩깍지더미 옆 작은 길 나누어지고
紅暾稍遍散牛群   홍돈초편산우군   붉은 해 솟으니 소 떼는 여기저기로 흩어지네
娟靑欲染秋來峀   연청욕염추래수   산 아래 가을 하늘을 고운 푸른빛으로 물들이려니
秀潔堪餐霽後雲   수결감찬제후운   빼어나게 깨끗한 하늘에 비 갠 뒤 구름 먹고 싶어라


508  曉望  효망    새벽녘에 바라보니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吠犬村村有   폐견촌촌유   마을마다 개들이 짖어대고
飢鴉樹樹啼   기아수수제   나무마다 굶주린 까마귀 울어대네
凌凌寒폄骨   릉릉한폄골   싸늘한 추위는 뼛골을 찌르는데
山月遠天低   산월원천저   산 위에 달은 먼 하늘에 나직히 떠 있네


509 酬曾若  주증락   너를 일찍 보내며
    李德懋(炯菴)  이덕무 1741~1793     

 
達觀事外烟棲神   달관사외연서신   사물의 본질을 달관하며 정신을 기르느라
白荳영扉掩涉旬   백두영비엄섭순   콩덩굴이 사립문에 얽히도록 열흘이나 닫아 두었다오 
長夏凉思繁葉樹   장하량사민엽수   긴 여름, 잎이 무성한 나무 아래 시원함 느끼며
南山幽臥素心人   남산유와소심인   남산골 깊은곳, 마음이 깨끗한 사람 누웠다오
盆花故起涓涓色  분화고기연연색   화분의 꽃은 회색 빛을 띠고 일어나 죽어있고                                                           
檻日爭禁재재辰   감일쟁금재재신   난간의 해는 빠른 세월 다투어 막는다오
勁익飛鷗遙目送   경익비구요목송   날아가는 갈매기, 힘찬 날개짓 멀리서 바라보니
映空自在水雲身   영공자재수운신   허공을 비추며 저절로 구름과 한몸이 되었네

 

510 朝詠  조영    아침에 읊다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無事高人住   무사고인주   일 없는 고상한 사람이 머물어
菊籬成小門   국리성소문   국화 울타리에 조그마한 문 내었다

二年江漢夢   이년강한몽   두 해 동안 강 사람의 꿈이 있어
終夜古今言   종야고금언   밤이 새도록 古今을 이야기한다

庭落何來葉   정락하래엽   뜰에 떨어진 잎은 어디서 날아 왔는지
墻明遠處村   장명원처촌   담장넘어 먼 곳의 마을이 환히 보인다

生涯雲水外   생애운수외   구름과 물 밖의 한가한 생애
晴日散鷄豚   청일산계돈   개인 날씨에 닭과 돼지가 흩어진다


511  偶題  우제    우연히 짓다
     李德懋(朝鮮)  이덕무 1741~1793

 
身似太倉제米陳   신사태창제미진   몸은 큰 창고에 늘어놓은 쌀톨 같지만
乾坤兀兀坐江濱   건곤올올좌강빈   天地간  강가에 우뚝이 앉아있다오
詩能日課徒閒士   시능일과도한사   시를 일과로 삼는 한갓 한가로운 선비지만
松耐霜寒是可人   송내상한시가인   찬 서리 이긴 소나무에 견줄 만한 사람이라오

 

 

 

출처 : 송당보금자리
글쓴이 : 송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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