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笠 김립 1807~1863 (김병연.김삿갓)
地上有仙仙見富 지상유선선견부 지상의 신선은 부자만 보이는가
人間無罪罪有貧 인간무죄죄유빈 인간에게 죄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莫道貧富別有種 막도빈부별유종 빈자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貧者還富富還貧 빈자환부부환빈 가난한 자 부자 되고, 부자 다시 가난해지거늘
75蘭皐平生詩 난고평생시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鳥巢獸穴皆有居 조소수혈개유거 날짐승도 길짐승도 제 집이 있건만
顧我平生獨自傷 고아평생독자상 나는 한평생 혼자 슬프게 살아 왔노라
芒鞋竹杖路千里 망혜죽장로천리 짚신에 지팡이 끌고 천릿길 떠돌며
水性雲心家四方 수성운심가사방 물처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였다
尤人不可怨天難 우인불가원천난 사람도 하늘도 원망할 일이 못 되어
歲暮悲懷餘寸腸 세모비회여촌장 해마다 해가 저물면 혼자 슬퍼했노라
初年自謂得樂地 초년자위득락지 어려서는 이른바 넉넉한 집에 태어나
漢北知吾生長鄕 한북지오생장향 강가 이름 있는 고향에서 자랐노라
簪纓先世富貴人 잠영선세부귀인 조상은 부귀영화를 누려 왔던 사람들
花柳長安名勝庄 화류장안명승장 장안 에서도 이름 높은 가문 이였다
隣人也賀弄璋慶 인인야하농장경 이웃 사람들 생남했다 축하해 주며
早晩前期冠蓋場 조만전기관개장 언젠가는 출세하리라 기대 했건만
髮毛稍長命漸奇 발모초장명점기 자랄수록 운명이 자꾸만 기구하여
灰劫殘門飜海桑 회겁잔문번해상 오래잖아 상전이 벽해처럼 변했소
依無親戚世情薄 의무친척세정박 의지할 ?척 없고 인심도 각박한데
哭盡爺孃家事荒 곡진야양가사황 부모마져 돌아가셔 집안이 망했도다
終南曉鍾一納履 종남효종일납리 새벽 종소리 들으며 방랑길에 오르니
風土東邦心細量 풍토동방심세양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心猶異域首丘狐 심유이역수구호 마음은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호 같고
勢亦窮途觸藩羊 세역궁도촉번양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같은 나로다
南州從古過客多 남주종고과객다 남쪽 지방은 자고로 과객이 많은 곳
轉蓬浮萍經幾霜 전봉부평경기상 부평초 처럼 떠돌아가기 몇 해던고
搖頭行勢豈本習 요두행세기본습 머리 굽신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오
결口圖生惟所長 결구도생유소장 먹고 살아가기 위해 버릇이 되었도다
光陰漸向此中失 광음점향차중실 그런 중에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三角靑山何渺茫 삼각청산하묘망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할수록 아득하네
江山乞號慣千門 강산걸호관천문 떠돌며 구걸한 집 수없이 많았으나
風月行裝空一囊 풍월행장공일낭 풍월을 읊는 사랑방은 언제나 비었도다
千金之子萬石君 천금지자만석군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찾아다니며
厚薄家風均試嘗 후박가풍균시상 후하고 박한 가풍 모조리 맛보았노라
身窮每遇俗眼白 신궁매우속안백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만 받다 보니
歲去偏傷빈髮蒼 세거편상빈발창 흐르는 세월속에 머리만 희었도다
歸兮亦難佇亦難 귀혜역난저역난 돌아가자니 어렵고 머무르기도 어려워
幾日彷徨中路傍 기일방황중로방 노상에서 방황하기 몇 날 몇 해 이던가
76落花吟 락화음 떨어지는 꽃을 보며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曉起飜驚滿山紅 효기번경만산홍 새벽에 일어나 온 산 붉음에 깜짝 놀랐네
開落都歸細雨中 개락도귀세우중 꽃 피고 지는 것이 오직 가랑비에 달렸도다
無端作意移粘石 무단작의이점석 무한한 창조의 뜻 바위에 옮겨 붙이고
不忍辭枝到上風 불인사지도상풍 차마 가지를 떠나지 못해 바람에 날려 지는구나
鵑月靑山啼忽罷 견월청산제홀파 두견은 청산 달 아래 홀연히 울음 멈추고
燕泥香逕蹴金空 연니향경축금공 제비는 향기에 취해 온 하늘을 누비도다
繁華一度春如夢 번화일도춘여몽 무성하고 화려한 봄 지남이 다만 꿈과 같아서
坐嘆城南頭白翁 좌탄성남두백옹 성남의 머리 흰 노인 홀로 탄식 하도다
77有客 유객 나그네
金笠 김립 1807~1863 (김병연.김삿갓)
千里行裝付一祠 천리행장부일사 천리를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떠돌다 보니
餘錢七葉尙云多 여전칠엽상운다 주머니에 남은 돈이라곤 옆전 일곱닢이 전부이네
囊中戒爾深深在 낭중계이심심재 그래도 너만은 주머니 속 깊이 간직하려 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 야점사양견주하 석양 황혼에 술집앞에 이르니 어이 그냥 지나치리오
78貧家 빈가 가난한 집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김립.김삿갓)
盤上無肉權歸菜 반상무육권귀채 밥상에 고기는 하나도 없어, 채소만 잔뜩 권세를 부리고
廚中乏薪禍及籬 주중핍신화급리 부엌에는 땔나무가 없으니, 그 화가 울타리에 미친다
婦姑食時同器食 부고식시동기식 며느리와 시어미가 밥을 먹되, 모두 한 그릇에서 먹고
出門父子易衣行 출문부자역의행 아비와 아들이 문을 나설 때 옷을 서로 바꿔 입고 나간다
79 詠笠 영립 나의 삿갓은
金笠 김립 1807~1863 (김병연.김삿갓)
浮浮我笠等虛舟 부부아립등허주 머리에 쓴 내 삿갓 가볍기 빈 배 같아
一着平生四十秋 일착평생사십추 어찌하다 쓰게 되어 사십 평생 흘렀네
牧竪輕裝隨野犢 목수경장수야독 목동은 간편히 쓰고 소 먹이러 나가고
漁翁本色伴沙鷗 어옹본색반사구 늙은 어부 갈매기와 낚시질 할 때 쓰네
醉來脫掛看花樹 취래탈괘간화수 취하면 벗어서 걸고 꽃 나무 바라보고
興到携登翫月樓 흥도휴등완월루 흥나면 벗어들고 누에 올라 달을 보네
俗子衣冠皆外飾 속자의관개외식 세상사람들 의관은 겉치레일 뿐이지만
滿天風雨獨無愁 만천풍우독무수 세상의 비바람도 삿갓 있어 걱정 없네
80思鄕 사향 고향 생각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西行己過十三州 서행기과십삼주 서쪽으로 이미 열세 고을을 지나왔건만
此地猶然惜去留 차지유연석거유 이곳에서는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네
雨雪家鄕人五夜 우운가향인오야 아득한 고향을 한밤중에 생각하니
山河逆旅世千秋 산하역려세천추 천지 산하가 천년의 나그네길일세
莫將悲慨談靑史 막장비개담청사 지난 역사를 이야기하며 비분강개하지 마세
須向英豪問白頭 수향영호문백두 영웅 호걸들도 다 백발이 되었네
玉館孤燈應送歲 옥관고등응송세 여관의 외로운 등불 아래서 또 한 해를 보내며
夢中能作故園遊 몽중능작고원유 꿈 속에서나 고향 동산에 노닐어 보네
81自詠 자영 스스로 읊다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寒松孤店裡 한송고점리 겨울 소나무 외로운 주막에
高臥別區人 고와별구인 한가롭게 누웠으니 딴세상 사람일세
近峽雲同樂 근협운동락 산골짝 가까이 구름과 같이 노닐고
臨溪鳥與隣 임계조여린 개울가에서 산새와 이웃하네
치銖寧荒志 치수영황지 하찮은 세상 일로 어찌 내 뜻을 거칠게 하랴
詩酒自娛身 시주자오신 시와 술로써 내 몸을 즐겁게 하리라 得月卽帶憶 득월즉대억 달이 뜨면 옛생각도 하며
悠悠甘夢頻 유유감몽빈 유유히 단꿈을 자주 꾸리라
82入金剛 입금강 金剛山에 들며
金笠 김립 1807~1863 (김병연.김삿갓)
書爲白髮劍斜陽 서위백발검사양 책읽다가 백발이 되고 검마저 석양에 비낀다
天地無窮一恨長 천지무궁일한장 하늘과 땅은 끝이 없건만, 恨은 길도다
痛飮長安紅十斗 통음장안홍십두 가슴 아프게 장안홍 열말을 마시고서
秋風蓑笠入金剛 추풍사립입금강 가을바람에 삿갓쓰고 금강산에 들어가네
83入金剛 입금강 金剛山에 들며
金笠 김립 1807~1863 (김병연.김삿갓)
緣靑碧路入雲中 연청벽로입운중 푸른 길 따라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니
樓使能詩客住? 누사능시객주공 누각이 시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네
龍造化含飛雪瀑 용조화함비설폭 눈발 흩날리며 걸린 폭포는 용의 조화가 분명하고
劒精神削揷天峰 검정신삭삽천봉 하늘 찌르며 솟은 봉우리는 칼로 신통하게 깎았네
仙禽白幾千年鶴 선금백기수년학 속세 떠난 흰 학은 몇천 년이나 살았는지
澗樹靑三百丈松 간수청삼백장송 시냇가 푸른 소나무도 삼백 자나 되어 보이네
僧不知吾春睡腦 승부지오춘수뇌 스님은 내가 봄잠 자는것도 모르고
忽無心打日邊鐘 홀무심타일변종 무심하게 낮종을 치고 있구나
84自顧偶吟 자고우음 나를 돌아보며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笑仰蒼穹坐可超 소앙창궁좌가초 창공을 우러러 웃으며 초월했다가
回思世路更焦憔 회사세로경초초 세상 길 돌이키면 다시 또 아득해
居貧每受家人謫 거빈매수가인적 가난하다 집사람에게 핀잔을 받고
亂飮多逢市女嘲 난음다봉시녀조 어지러이 마신다 여인들이 놀리네
萬事付看花散日 만사부간화산일 세상만사 흩어지는 꽃이라 여기고
一生占得月明宵 일생점득월명소 일생 밝은 달밤 같이 살려 했는데
也應身業斯而己 야응신업사이기 내게 주어진 팔자가 이것뿐이거니
漸覺靑雲分外遙 점각청운분외요 청운의 꿈 분수 밖임을 차츰 깨닫네
85逢雨宿村家 봉우숙촌가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자다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김립.김삿갓)
曲木爲椽첨着塵 곡목위연첨착진 굽은 나무로 서까래 만들고 처마에 먼지가 쌓였지만
其間如斗僅容身 기간여두근용신 그 가운데가 斗만해서 겨우 몸을 들였네
平生不欲長腰屈 평생불욕장요굴 평생 동안 긴 허리를 굽히려 안했지만
此夜難謀一脚伸 차야난모일각신 이 밤에는 다리 하나도 펴기가 어렵구나
鼠穴煙通渾似漆 서혈연통혼사칠 쥐구멍으로 연기가 들어와 옻칠한 듯 검어진 데다
封窓茅隔亦無晨 봉창모격역무신 띠로 막은 봉창은 날 밝는 것도 몰랐네
雖然免得衣冠濕 수연면득의관습 그래도 하룻밤 옷 적시기는 면했으니
臨別慇懃謝主人 임별은근사주인 떠나면서 은근히 주인에게 고마워 했네
86責索頭 책색두 내 머리를 돌려 달라함을 책망하다
金笠 김립 1807~1863
我股雖斷無索處 아고수단무색처 내 다리가 비록 잘려서 찾을 곳이 없건만
劍事燕南水東流 검사연남수동류 劍극은 연 나라 남쪽에 동으로 흐르는 물과 같이 사라졌도다
英雄已許好肝膽 영웅이허호간담 영웅이 이미 즐거이 마음을 허락했으니
鬼神何關空촉루 귀신하관공촉루 귀신은 어찌 공연히 해골을 구하는가
逢場爾若不開口 봉장이약불개구 만난 자리에서 그대가 만약 입을 열지 않았으면
失手男兒還自羞 실수남아환자수 실수했던 이 사나이는 돌이켜 스스로 부끄러워 하였을것을
資吾西入責在誰 자오서입책재수 나를 도와 서쪽으로 들어가게 함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秦索其時樊將軍 진색기시번장군 진 나라도 그 당시에 번 장군을 찾고 있었으니
靑山督亢竝書裏 청산독항병서리 청산에는 독항 땅과 아울러 서류 속에 넣었고
白日阿房同劍投 백일아방동검투 백일에는 아방궁에서 동시에 칼을 던졌도다
瀛兒還柱亦足快 영아환주역족쾌 영가의 아이는 기둥을 돌아감에
匕首英魂楓返秋 비수영혼풍반추 비수와 영용한 혼은 이에 가을 단풍 잎 따라가 버렸네
烏頭往劫 門夕 오두왕겁계문석 오두사가 지나간지 오래 된 계문의 저녁에
何故將軍怨語 하고장군원어추 무엇 때문에 장군은 원망하는 말을 추추히 하는고
魂歸北邙每受嘲 혼귀북망매수조 나의 혼이 북망산에 돌아가서 매번 조소를 받았고
事去西天猶載讐 사거서천유재수 일은 끝났지만 서쪽 하늘에는 오히려 원수가 건재하니
難忘千古勇士元 난망천고용사원 천고의 용사의 머리를 잊기 힘드니
無怪渠心恨悠悠 무괴거심한유유 그 큰마음의 한이 유유함은 괴이치 안도다
山東俠月至今白 산동협월지금백 산동의 협기를 품은 달은 지금도 희건만
有口荊卿言欲酬 유구형경언욕수 입 가진 형경도 한마디하여 대답하고자 하노라
千金爾諾假手苦 천금이락가수고 천금같은 그대 승낙은 나의 수고를 빌렸으니
一劍吾行知己由 일검오행지기유 칼 하나에 몸을 맡긴 나의 떠남은 오로지 지기 때문이었도다
函中兩目亦親見 함중양목역친견 함 속에서 부릅뜬 그대의 두 눈이 역시 친히 보았듯
敗則其天誰怨尤 패즉기천수원우 실패함은 즉 하늘의 뜻이니 누구를 원망할 건가
佳人無復斷手恨 가인무부단수한 아름다운 여인 은 다시 손 자른 한이 없건만
處士何會刎頸憂 처사하회문경우 처사는 무엇 때문에 목 찔렀던 번민을 모으는고
今雖有頭更何用 금수유두갱하용 오늘 비록 목이 있다한들 다시 무엇에 쓰리오
草木空山同腐朽 초목공산동부휴 초목이 우거진 빈 산에서 함께 썩고 있을 것을
人形本非斷復續 인형본비단부속 사람의 형체는 본시 끊었다 다시 잇지 못하는 법
俗語誠云恩反仇 속어성운은반구 옛말에 진실로 은혜를 돌이켜 원수로 갚는다
樊家七族盡殞首 번가칠족진운수 번가의 칠족이 모두 머리를 잘리었으니
此亦於秦能索否 차역어진능색부 이 역시 진 나라에서 찾을 수 없도다
當初胡奈大膽傾 당초호내대담경 당초에 어찌 대담하게 마음이 움직였더니
畢竟空然朽骨求 필경공연후골구 필경 공연히 마른 뼈만 구한단 말인가
頭還故國爾何妨 두환고국이하방 그대 머리는 고국에 돌아왔으니 무엇이 꺼릴 것인가
好擲咸陽丘秋草 호척함양구추초 함양 언덕에 가을 풀 속에 잘 던져 있거늘
87過安樂見 과안락견 안락성을 지나며
金笠 김립 1807~1863 (김병연.김삿갓)
安樂城中欲暮天 안락성중욕모천 안락성 안에 날이 저무는데 關西孺子聳詩肩 관서유자용시견 관서지방 못난 것들이 시 짓는다고 우쭐대네
村風厭客遲炊飯 촌풍염객지취반 마을 인심이 나그네를 싫어해 밥 짓기는 미루면서
店俗慣人但索錢 점속관인단색전 주막 풍속도 야박해 돈부터 달라네
虛腹曳雷頻有響 허복예뢰빈유향 빈 배에선 자주 천둥 소리가 들리는데
破窓透冷更無穿 파창투냉갱무천 뚫릴 대로 뚫린 창문으로 냉기만 스며드네
朝來一吸江山氣 조래일흡강산기 아침이 되어서야 강산의 정기를 한번 마셨으니
試向人間벽穀仙 시향인간벽곡선 인간 세상에서 벽곡의 신선이 되려 시험하는가
88 妻와 妾 처와 첩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不熱不寒二月天 불열불한이월천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월달에
一妻一妾最堪憐 일처일첩최감련 아내와 소실이 견디는 꼴이 가련하다
鴛鴦枕上三頭竝 원앙침상삼두병 원앙 금침엔 머리 셋이 나란히 있고
翡翠衾中六臂連 비취금중육비연 비취 이불 속에는 여섯 팔이 나란하구나
開口笑時渾似品 개구소시혼사품 함께 웃을 때 어우러진 입의 모습은 마치 品자와 같고
飜身臥處燮成川 번신와처섭성천 몸 뒤집어 누운 옆모습은 川자와 같구나
東邊未了西邊事 동변미료서변사 동쪽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시 서쪽으로 돌아눕고
更向東邊打玉拳 경향동변타옥권 또 다시 동쪽을 향해 옥 같은 손목을 쓰다듬네
89貧吟 빈음 가난한 사람을 읊음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世今隨富不從貧 세금수부부종빈 세상은 지금 부를 따르고 가난을 쫓지 않으니
誰記山村冷瘦人 수기산촌냉수인 누가 산촌에서 볼품 없는 사람을 기억이나 하리
唯有乾坤無厚薄 유유건곤무후박 오로지 하늘과 땅은 후하고 박함이 없어서
寒門茅屋亦生春 한문모옥역생춘 가난한 초가집에도 역시 봄은 움트네
90 破字詩 파자시 파자한 시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仙是山人佛人不 선시산인불인불 신선은 산사람이요, 부처님은 사람이 아닐세
鴻惟江鳥鷄奚鳥 홍유강조계해조 큰 기러기도 강 가 새인데, 닭 어찌 새 아니리
氷消一點還爲水 빙소일점환위수 한조각 얼음이 녹으면 다시 물이 되고
兩木相對便成林 양목상대편성림 나무 두 그루 마주 서니 문득 숲을 이루네
91訓戒訓長 훈계훈장 훈장을 훈계하다
金笠 김립 1807~1863 (김병연.김삿갓)
化外頑氓怪習餘 화외완맹괴습여 두메산골 완고한 자가 괴팍한 버릇 있어
文章大塊不平噓 문장대괴불평허 문장대가를 몰라보고 갖은 수작 다 하는구나
여盃測海難爲水 여배측해난위수 표주박으로 바닷물을 어찌 재며
牛耳誦經豈悟書 우이송경기오서 소 귀에 경 읽기인데 어찌 글을 깨닫겠는가
含黍山間奸鼠爾 함서산간간서이 너는 마치 산골 쥐새끼라서 기장이나 먹지만
凌雲筆下躍龍余 능운필하약용여 나는 날아 오르는 용과 같아 붓끝으로 구름을 일으키네
罪當笞死姑舍己 죄당태사고사기 네 잘못 죽을 죄이지만 잠시 용서하노니
敢向尊前語詰居 감향존전어힐거 다시는 어른 앞에서 버릇없이 까불지 말라
92問杜鵑花 문두견화 진달래 꽃에 묻다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問爾窓前鳥 문이창전조 묻노니 창 앞에 우는 새야
何山宿早來 하산숙조래 어느 산에서 자고 아침 일찍 왔느뇨
應識山中事 응식산중사 산 속의 일, 너는 응당 알테니
鵑花發耶 두견화발야 산 속에 진달래꽃이 얼마나 피었더냐
93賞景 상경 경치를 즐기다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一步二步三步立 일보이보삼보립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걷다가 서보니
山靑石白間間花 산청석백간간화 산은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이 꽃이 피었네
若使畵工模此景 약사화공모차경 만약 화공에게 이 경치를 그리라고 한다면
基於林下鳥聲何 기어림하조성하 숲 속의 새소리는 어떻게 그릴까
94 破格詩 파격시
金笠 김립 1807~1863 (김병연.김삿갓)
天長去無執 천장거무집 하늘은 멀어서 가도 잡을 수 없고
花老蝶不來 화로접불래 꽃은 시들어 나비가 오지 않네
菊樹寒沙發 국수한사발 국화는 찬 모래밭에 피어나고
枝影半從池 지영반종지 나뭇가지 그림자가 반이나 연못에 드리웠네
江亭貧士過 강정빈사과 강가 정자에 가난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大醉伏松下 대취복송하 크게 취해 소나무 아래 엎드렸네
月利山影改 월이산영개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通市求利來 통시구이래 시장을 통해 이익을 얻어 오네
95竹詩 죽시 대나무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此竹彼竹化去竹 차죽피죽화거죽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風打之竹浪打竹 풍타지죽랑타죽 바람 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飯飯粥粥生此竹 반반죽죽생차죽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是是非非付彼竹 시시비비부피죽 옳으면 옳은 대로 그르면 그른 대로 저대로 맡기리라
賓客接待家勢竹 빈객접대가세죽 손님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하고
市井賣買歲月竹 시정매매세월죽 시장에서 사고 파는 것은 시세대로 하세
萬事不如吾心竹 만사불여오심죽 온갖 일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만 못하니
然然然世過然竹 연연연세과연죽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 대로 지나세
96雪中梅 설중매 눈속에 핀 매화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雪中寒梅酒傷妓 설중한매주상기 눈 속에 핀 매화는 술에 취한 기생이오
風前槁柳誦經僧 풍전고류송경승 바람맞은 마른 버들가지는 경 읽는 중이로다
栗花落花尨迷短 율화낙화방미단 떨어진 밤나무 꽃잎은 삽살개의 꼬리같고
溜花初生鼠耳凸 유화초생서이철 석류꽃은 쥐의 귀처럼 뾰족뾰족 돋아나네
97老牛 노우 늙은 소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瘦骨稜稜滿禿毛 수골릉릉만독모 파리한 뼈는 앙상하고 털마저 빠졌는데
傍隨老馬兩分槽 방수노마양분조 늙은 말 따라서 마굿간을 같이 쓰네
役車荒野前功遠 역거황야전공원 거친 들판에서 짐수레 끌던 옛공은 멀어지고
牧竪靑山舊夢高 목수청산구몽고 목동 따라 푸른 들에서 놀던 그 시절 꿈 같아라
健牛常疎閑臥圃 건우상소한와포 힘차게 끌던 쟁기도 텃밭에 한가히 놓였는데
苦鞭長閱倦登皐 고편장열권등고 채찍 맞으며 언덕길 오르던 그 시절 괴로웠었지
可憐明月深深夜 가련명월심심야 가련해라 밝은 달밤은 깊어만 가는데
回憶平生滿積勞 회억평생만적노 한평생 부질없이 쌓인 고생을 돌이켜보네
98 棋 기 바둑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縱橫黑白陳如圍 종횡흑백진여위 흑백이 종횡으로 에워싼 것처럼 진을 치니
勝敗專由取舍機 승패전유취사기 승패는 오로지 때를 잡고 못 잡음에 달렸네
四皓閑秤忘世坐 사호한칭망세좌 四皓가 은거하여 바둑으로 시국을 잊었고
三淸仙局爛柯歸 삼청선국난가귀 삼청 신선들 대국에 도끼자루 다 썩더라
詭謨偶獲擡頭點 궤모우획대두점 뜻밖의 속임수로 세력 뻗을 점도 얻고
誤着還收擧手揮 오착환수거수휘 잘못 두고 물러 달라 손 휘두르기도 하는구나
半日輪영更挑戰 반일윤영갱도전 한나절 승부를 걸고 다시금 도전하니
丁丁然響到斜輝 정정연향도사휘 바둑알 치는 소리에 석양이 빛나네
99宿農家 숙농가 농가에서 자다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終日緣溪不見人 종일연계불견인 골짜기 따라 종일 가도 사람을 못 보다가
幸尋斗屋半江濱 행심두옥반강빈 다행히도 오두막집을 강가에서 찾았네
門塗女와元年紙 문도여와원년지 문을 바른 종이는 女?시절 그대로고
房掃天皇甲子塵 방소천황갑자진 방을 쓸었더니 천황씨 갑자년 먼지일세
光黑器皿虞陶出 광흑기명우도출 거무튀튀한 그릇들은 순임금이 구워냈고
色紅麥飯漢倉陳 색홍맥반한창진 불그레한 보리밥은 한나라 창고에서 묵은 것일세
平明謝主登前途 평명사주등전도 날이 밝아 주인에게 사례하고 길을 나섰지만
若思經宵口味辛 약사경소구미신 지난밤 겪은 일을 생각하면 입맛이 쓰구나
100卽吟 즉음 즉흥적으로 읊다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김립.김삿갓)
坐似枯禪反愧髥 좌사고선반괴염 내 앉은 모습이 선승 같으니, 수염이 부끄러운데
風流今夜不多兼 풍류금야부다겸 오늘밤에는 풍류도 겸하지 못했네
燈魂寂寞家千里 등혼적막가천리 등불 적막하고 고향집은 천 리인데
月事肅條客一? 월사숙조객일첨 달빛마저 쓸쓸해 혼자 처마를 보네
紙貴淸詩歸板粉 지귀청시귀판분 종이도 귀해 분판에 시 한 수 써놓고
肴貧濁酒用盤鹽 효빈탁주용반염 소금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네
瓊거亦是黃金販 경거역시황금판 요즘은 시도 돈 받고 파는 세상이니
莫作於陵意太廉 막작어릉의태렴 오릉땅 진중자의 청렴만을 내세우지 않으리라
101喪配自輓 상배자만 새색시의 죽음
金炳淵 김병연 1807~1863
遇何晩也別何催 우하만야별하최 만나기는 늦었는데 이별이 왜 급한고
未卜其欣只卜袁 미복기흔지복원 기쁨은 못 누리고 슬프기만 하구나
祭酒惟餘醮日釀 제주유여초일양 젯상에 부은 술은 혼인 때의 술이요
襲依仍用嫁時裁 습의잉용가시재 수의로 입은 옷은 시집올 때 옷이네
窓前舊種少桃發 창전구종소도발 창가엔 복사꽃 간간이 피어 있고
簾外新巢雙燕來 렴외신소쌍연래 주렴 밖 새 둥지엔 제비 한 쌍이 날아 왔는데
賢否卽從妻母問 현부즉종처모문 딸의 성품 어떠냐고 장모에게 물으니
其言吾女德兼才 기언오녀덕겸재 내 딸은 재덕을 겸비했다고 말씀하시네
102 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
논정가산충절사탄김익순죄통우천
金笠 김립 1807~1863 (김병연.김삿갓)
一爾世臣金益淳 일이세신김익순 대대로 임금을 섬겨온 金益淳은 듣거라
鄭公不過卿大夫 정공불과경대부 鄭公은 卿大夫에 불과했으나 將軍桃李농西落 장군도리농서락 농서의 장군 이능처럼 항복하지 않아
烈士功名圖末高 열사공명도말고 충신 열사들 가운데 공과 이름이 서열 중에 으뜸이로다
詩人到此亦慷慨 시인도차역강개 시인도 이에 대하여 비분강개하노니
撫劍悲歌秋水溪 무검비가추수계 칼을 어루만지며 이 가을 날 강가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노라
宣川自古大將邑 선천자고대장읍 宣川은 예로부터 대장이 맡아보던 고을이라
比諸嘉山先守義 비저가산선수의 가산 땅에 비하면 먼저 충의로써 지킬 땅이로되
淸朝共作一王臣 청조공작일왕신 청명한 조정에 모두 한 임금의 신하로서
死地寧爲二心子 사지영위이심자 죽을 때는 어찌 두 마음을 품는단 말인가
升平日月歲辛未 승평일월세신미 태평세월이던 신미년에
風雨西關何變有 풍우서관하변유 관서 지방에 비바람 몰아치니 이 무슨 변고인가
尊周孰非魯仲連 존주숙비노중련 周나라를 받드는 데는 魯仲連 같은 충신이 없었고
輔漢人多諸葛亮 보한인다제갈량 漢나라를 보좌하는 데는 諸葛亮같은 자 많았노라
同朝舊臣鄭忠臣 동조구신정충신 우리 조정에도 또한 鄭忠臣이 있어서
抵掌風塵立節死 저장풍진입절사 맨손으로 병란 막아 절개 지키고 죽었도다
嘉陵老吏揚名旌 가릉노리양명정 늙은 관리로서 구국의 기치를 든 가산 군수의 명성은
生色秋天白日下 생색추천백일하 맑은 가을 하늘에 빛나는 태양 같았노라
魂歸南畝伴岳飛 혼귀남무반악비 혼은 남쪽 밭이랑으로 돌아가 악비와 벗하고
骨埋西山傍伯夷 골매서산방백이 뼈는 서산에 묻혔어도 백이의 곁이라
西來消息慨然多 서래소식개연다 서쪽에서는 매우 슬픈 소식이 들려오니
問是誰家食錄臣 문시수가식록신 묻노니 너는 누구의 녹을 먹는 신하이더냐
家聲壯洞甲族金 가성장동갑족김 가문은 으뜸가는 壯洞 金씨요
名字長安行列淳 명자장안항렬순 이름은 장안에서도 떨치는 淳자 항렬이구나
家門如許聖恩重 가문여허성은중 너희 가문이 이처럼 聖恩을 두터이 입었으니
百萬兵前義不下 백만병전의불하 백만 대군 앞이라도 의를 저버려선 안되리라
淸川江水洗兵波 청천강수세병파 청천강 맑은 물에 병마를 씻고 鐵甕山樹掛弓枝 철옹산수괘궁지 철옹산 나무로 만든 활을 메고서는
吾王庭下進退膝 오왕정하진퇴슬 임금의 어전에 나아가 무릎 꿇듯이
背向西城凶賊脆 배향서성흉적취 서쪽의 흉악한 도적에게 무릎 꿇었구나
魂飛莫向九泉去 혼비막향구천거 너의 혼은 죽어서 저승에도 못 갈 것이니
地下猶存先大王 지하유존선대왕 지하에도 선왕들께서 계시기 때문이라
忘君是日又忘親 망군시일우망친 이제 임금의 은혜를 저버리고 육친을 버렸으니
一死猶輕萬死宜 일사유경만사의 한 번 죽음은 가볍고 만 번 죽어야 마땅하리
春秋筆法爾知否 춘추필법이지부 춘추필법을 너는 아느냐
此事流傳東國史 차사유전동국사 너의 일은 역사에 기록하여 천추만대에 전하리라
103 贈妓 증기 기생에게 지어 주다
金笠 김립 1807~1863 (김병연.김삿갓)
却把難同調 각파난동조 처음 만났을 때는 어울리기 어렵더니
還爲一席親 환위일석친 이제는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되었네
酒仙交市隱 주선교시은 酒仙이 市隱과 사귀는데
女俠是文人 여협시문인 이 여협객은 문장가일세
太半衿期合 태반금기합 정을 통하려는 뜻이 거의 합해지자
成三意態新 성삼의태신 달그림자까지 합해서 세 모습이 새로워라
相携東郭月 상휴동곽월 서로 손 잡고 달빛 따라 동쪽 성곽을 거닐다가
醉倒落梅春 취도락매춘 매화꽃 떨어지듯 취해서 쓰러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