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흑자' 기아차 실적, 통상임금 소송 승패 갈랐다
강진아 입력 2017.08.31. 13:39법정서 쟁점된 '신의칙' 위반 인정 안돼
기아차 재정 상황 비춰 큰 부담은 아냐
"통상임금,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권리"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30일 법원이 정기적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기아자동차가 노동자들에게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바탕에는 '회사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측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날 선고에 따르면 법원은 기아차 노동자 2만743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1조930억여원의 임금 청구 소송에서 약 4224억원을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노조가 요구한 돈의 38% 수준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이날 선고는 '정기적으로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다'는 판례를 전제로 했다. 앞서 대법원은 통상임금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지를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상여금은 정기적이고 고정적으로 지급된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이 맞으며, 이를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을 회사가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지난 2011년부터 6년여간 노사간 법정 다툼을 이어오면서 경영상 어려움을 내세운 기아차 측 입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도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발생시킬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해 노동자가 예상 외 이익을 추구하고 회사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얻어 경영상 어려움이 생긴다면 결국 근로자에게도 피해가 가기 때문에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고 민법에 규정돼 있다.
하지만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경우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한마디로 기아차 사측의 주장은 '엄살'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아차가 노사 임금협상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될 수는 있지만 회사의 재정 상태 등에 비춰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그 근거로 기아차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둬왔고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이 기간 매년 약 1조~16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상당히 낮아지는 등 재정 상태와 매출 실적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최근 중국 사드(THAAD) 보복과 미국의 통상압력 등 국내외 상황 변화에 따라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긴 하나 관련한 명확한 증거자료는 내지 못해 증명되지 못했다고 했다.
전기차 등 신기술 도입을 위한 투자 규모도 현 상태에서 가늠하기 어렵고 일련의 영업이익 감소 상황도 회복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지난해까지 9년간 매년 근로자들에게 최소 3291억원, 최대 7871억원의 경영성과급을 지급해온 데 비춰 이번 통상임금 인정에 따른 수당 지급이 무리한 수준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에 인정된 금액의 원금은 이미 지급된 한해 경영성과급이나 노동자들이 청구한 1조930억원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은 통상임금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임을 분명히 했다. 노동자들이 이미 업무를 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이익은 회사가 취득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이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추가 비용이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면 현대차는 물론 5400여개의 협력업체 및 자동차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가정적 결과'가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됐다.
이 경우 국내 경제에 위협이 될 수는 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가정적 상황을 미리 예측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노동자들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노조 역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란 단서도 달았다. 회사가 4200억원대 금액을 당장 일시불로 마련하기 어렵더라도 연차적으로 확보하거나 분할 상환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상호 신뢰 하에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온 노사관계에 비춰 향후 노사합의를 통해 발전적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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