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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GA> 캐디 아내와 우승 합작한 리드 "내 생애 최고의 샷"

含閒 2013. 8. 20. 13:49

< PGA> 캐디 아내와 우승 합작한 리드 "내 생애 최고의 샷"

리드 부부(AP=연합뉴스)
리드 부부(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18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시지필드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

연장전에 들어선 패트릭 리드와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는 두 번째 연장 홀인 10번 홀(파4)에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

하지만 리드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밀려 나무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하면서 리드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근처에 있던 자원봉사자가 공이 오른쪽으로 날아간다는 손짓을 크게 해보이는 등 아웃 오브 바운스가 될 것처럼도 보였다.

공은 OB 구역에 조금 못 미친 곳에 떨어지긴 했으나 TV 중계 케이블과 나뭇잎들이 어지럽게 놓인 맨땅에서 두 번째 샷을 해야 했다.

리드는 "그때 기분은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아내인 저스틴을 캐디로 동반한 리드는 "아내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더 찢어질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내와 함께 공이 놓은 장소로 이동한 리드는 주위에 놓인 잔가지와 거미 등을 헤치고 두 번째 샷을 준비했다.

리드는 나중에 "야생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그 근처에 다 있더라"며 웃었다.

아내와 상의한 끝에 7번 아이언을 꺼내 든 리드는 호흡을 가다듬고 두 번째 샷을 날렸고 이 공은 거짓말처럼 홀 2m 거리에 붙었다.

리드는 "내가 지금까지 날린 샷 가운데 최고의 결과"라고 즐거워했고 3m 거리에 먼저 공을 보내 놓고 우승을 낙관하다 결국 버디 퍼트에 실패해 준우승한 스피스는 "내가 직접 본 최고의 샷 가운데 하나"라고 패배를 시인했다.

리드 부부는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아내인 저스틴의 결혼 전 성(姓)은 캐러인이다.

저스틴이 패트릭의 골프백을 메면서부터 패트릭의 성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2012년 남편 리드는 PGA 투어 12개 대회에 나왔지만 컷 통과가 7번에 그쳤고 최고 성적은 10월 프라이스닷컴오픈 공동 11위였다.

리드 부부(AP=연합뉴스)
리드 부부(AP=연합뉴스)

사실 이것도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에 열리는 'B급 대회'에 상위권 선수들이 대부분 불참했기에 가능한 성적이었다.

대회에 출전하려면 월요예선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저스틴과 결혼하고 아내를 캐디로 고용한 뒤부터 일이 술술 풀렸다.

지난해 12월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2013시즌 투어 시드를 되찾았고 올해는 23개 대회에 나와 우승 한 번을 포함해 10위 안에 5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페덱스컵 랭킹 2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 진출권도 손에 넣었다. 지난해 이맘때 다음 시즌 시드 유지를 걱정하던 처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아내인 저스틴은 간호사 출신으로 학창 시절에 골프와 축구 등 운동을 한 경험이 있다.

저스틴은 올해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 출전했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시스템을 갖췄다"며 "스포츠에서 정신적인 면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드는 "아내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며 "또 매우 침착한 편이기 때문에 내가 흥분할 때도 나를 진정시켜준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키가 154㎝로 작은 편인 저스틴은 "내가 무거운 골프 가방을 메고 더운 날에 골프 코스를 걷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웃었다.

반면 키 183㎝로 건장한 체격의 리드는 "우리는 훌륭한 팀"이라며 당분간 골프 가방을 아내가 들게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식 대회에서 아내가 직접 캐디까지 맡는 경우는 흔치 않다.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의 아내 니키가 간혹 골프백을 들고 나온 경우가 있었고 샌디 라일(영국), 스튜어트 애플비(호주)도 아내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이 가운데 애플비는 캐디를 맡아보던 아내 르네가 1998년 교통사고로 숨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