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伦敦奥运会)

김재범 금메달, ‘오심+설욕’ 한 방에 엎어치기

含閒 2012. 8. 1. 09:30

 

김재범 금메달, ‘오심+설욕’ 한 방에 엎어치기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4년의 땀방울이 금메달 결실을 맺는 순간, 비로소 김재범(27·한국 마사회)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김재범은 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1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유도 81kg급 결승에서 독일의 올레 비쇼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김재범은 이원희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그랜드슬램의 위업도 함께 달성했다. 그동안 김재범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4회 우승), 세계선수권대회(2회 우승)를 차례로 정복했다.





◇ 금메달을 차지한 김재범은 한국 유도의 자존심을 지킨 동시에 그랜드슬램의 위업도 함께 달성했다. ⓒ 연합뉴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유독 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한국 유도는 최후의 보루 김재범이 세계 정상에 오르며 자존심을 지켰다. 앞서 한국은 조준호(66kg급)가 판정 번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고, 73kg급의 왕기춘은 어깨 부상의 불운이 겹쳐 좌절하고 말았다.

김재범의 금메달은 선수 본인에게도 특별했다. 김재범은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비쇼프를 상대로 은메달에 그친 바 있다. 통한의 패배는 지난 4년간 죽기 살기의 각오로 이어졌다. 연일 비 오듯 땀방울을 흘렸고, 훈련의 결과는 배신하지 않았다.

김재범은 32강부터 8강까지 한판승은 없었지만 상대를 그야말로 압도하며 연속 유효 우세승으로 체력을 충분히 비축했다. 준결승에서 만난 러시아의 신예 이반 니폰토프는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김재범은 안다리걸기로 상대의 중심을 잃게 만든 뒤 전광석화와 같은 업어치기로 절반을 얻어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결승전 상대는 그토록 맞대결을 바라온 비쇼프였다. 다만 4년 전과 달라진 점은 김재범이 괴물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김재범은 시작부터 비쇼프를 몰아붙였다. 상대의 기세에 눌린 비쇼프는 뒷걸음질 치기 바빴고, 유효 2개를 내준 뒤 급기야 지도까지 받아 사실상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고 금메달이 확정되자 김재범은 매트에 무릎을 꿇고 기쁨의 포효를 내뱉었다.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한 비쇼프도 김재범에게 다가가 축하의 말을 전하며 우정의 악수를 건넸다.

경기 후 김재범은 인터뷰를 통해 "4년 전에는 죽기 살기의 각오로 나섰다가 졌다. 이번에는 죽는다는 심정으로만 임했다. 그리고 승리했다"며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는 겪어보니 하늘과 땅 차이다. 그저 기쁜 마음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김재범은 지난 2007년 73kg급에서 한 단계 올려 81kg급으로 체급을 변경했다.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73kg급에서 뛰기엔 180cm까지 자란 신장이 걸림돌이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73kg급에는 세계적 강자 이원희와 왕기춘이 몰려 있어 국가대표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체중을 불린 김재범은 81kg급이 딱 맞는 옷이었다. 비록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이후 세계선수권을 2년 연속 정복했고, 아시아 선수권에서도 2009년 이후 4년간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괴물'이었다.

김재범은 금메달을 딴 뒤 "그동안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앞으로 보다 좋은 경기를 펼칠 테니 계속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괴물'의 진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김태훈 기자[ktwsc28@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