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伦敦奥运会)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한 유도 선수 이야기

含閒 2012. 7. 31. 11:53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한 유도 선수 이야기

조이뉴스24|입력2012.07.31 07:54

< 조이뉴스24 >

[최용재기자] 유도가 좋아서 시작했고 유도로 세계 정상에 서겠다는 꿈을 가진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발전했고 어느새 그의 가슴에는 조국의 국기가 자랑스럽게 달렸다. 국가대표가 된 그는 승승장구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석권하며 세계 최고 유도 선수가 됐다. 그는 마지막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바로 올림픽 정상 정복이었다.

2008년, 그는 꿈에 그리던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최강 실력자였기에 모두들 그의 금메달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예기치 못한 갈비뼈 부상으로 인해 금메달 문턱에서 좌절해야만 했다.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뜨거운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다. 4년 후를 위해 독을 품었다. 그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다시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서고 당당히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드디어 4년이 지났다.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 다시 그를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어찌 하늘은 그를 도와주지 않는 것일까. 그는 또다시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했다. 32강전에서 오른쪽 팔꿈치를 다쳤다. 그는 오른손으로 모든 기술을 거는 선수다. 오른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은 그에게는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면 된다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그는 목소리를 잃은 성악가와 같았다.

모든 것을 잃은 그지만 투혼으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투혼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기본 여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그에게는 투혼을 발휘할 여유도 없었다. 경기를 포기한다고 해도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는 투혼을 넘어서는 정신력으로 버티고 또 버텼다. 세계 1위의 노련함으로 4강까지 진출했다. 4강까지 올라간 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는 4강에서 멈춰서야 했다. 3~4위전에서도 오른팔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 그는 또다시 금메달의 꿈을 놓쳤다. 이번에는 눈물도 나지 않았다. 목에서 굵은 핏방울만이 떨어질 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유도 선수였지만 마지막 꿈이었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고 운도 지독히 따라주지 않았다.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차라리 그가 울었으면 좋았을 텐데, 눈물마저 빼앗긴 듯한 참담한 표정에 더욱 가슴이 시리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한 유도 선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이제 2막이 끝난 것이다. 그리고 제3막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될 3막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한 유도 선수 이야기가 될 것이다. 3막에서는 4년 후 그가 멋지게 금메달을 따내는 반전의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다. 그가 모든 절망과 고통, 그리고 좌절을 한 번에 날려버릴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3막은 막을 내릴 것이다.

이제 겨우 24세다. 다음이 있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찬란한 3막이 기다리고 있다. 고개를 숙이지 마라. 슬픔을 혼자 짊어진 쓸쓸한 뒷 모습을 보이지 마라. 국민의 성원이 있다. 왕기춘.

/런던(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