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伦敦奥运会)

기적의 박태환, 상실감과 싸워 이겼다

含閒 2012. 7. 31. 10:17

[런던] 기적의 박태환, 상실감과 싸워 이겼다

노컷뉴스|박세운|입력2012.07.31 04:00

[런던=CBS체육부 박세운 기자]

사실 박태환(23·SK텔레콤)은 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무대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을만 했다. 자유형 400m에서 어이없는 실격 소동을 겪은 다음 날 곧바로 200m 예선과 준결승에 출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400m 예선의 판정 번복을 기다리는 4시간동안 방 안에서 울고 있었다. 신체 리듬이 깨질대로 깨졌다. 역경을 딛고 값진 은메달을 따냈지만 경기 후 눈물을 쏟으며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성격이 예민한 박태환이 과연 하루만에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코칭스태프의 걱정이 적잖았다.

하지만 박태환은 하루만에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경기장에서 만난 옛 동료와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한국 취재진에게는 농담을 건네며 여유를 보였다.

겉으로만 괜찮은 척 했을 뿐이다.

박태환 전담팀의 한 관계자는 소동이 있었던 당일은 물론이고 그 다음 날의 긴장감만 떠올려도 마음이 답답하다.

"200m 예선 때 박태환의 몸이 많이 무거웠다. 스트로크를 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예상보다 많은 힘을 썼다. 다행히 준결승에서는 스트로크가 예선 때보다 나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박태환은 금메달 세리머니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장난삼아 울어야 더욱 감동적이지 않냐고 말해봤지만 아무리 짜내도 눈물이 안난다고 하더라. 그런 태환이가 울었을 정도면 심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단 얘긴가. 볼 코치는 박태환의 몸은 괜찮다고 말한다. 문제는 멘탈이었다. 그 상처가 당장 100% 회복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200m 결승전에서 박태환의 적은 옆 레인에 선 세계적인 선수들이 아니었다. 상실감과의 싸움이 더욱 중요했다.

박태환은 프랑스 몽펠리에 전지훈련을 마치고 런던에 입성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이 충만했다. 훈련 때 몇차례 자신도 놀랄만한 기록을 남겼다. 주력 종목은 자유형 400m. 그동안 흘린 땀의 보상을 받을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실격 해프닝 때문에 맥이 빠졌다. 판정 번복까지 그간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는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역영 끝에 은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긴 했지만 100%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며칠만에 달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자유형 200m 은메달 획득은 너무나 놀라운 결과다. "태환이가 힘든 상황에서도 감정을 꾹꾹 누르면서 마인드컨트롤을 잘해왔다"는 이 관계자의 말처럼 23세의 청년이라고는 믿기 힘든 성숙한 자세와 집중력으로 역경을 이겨냈다.
she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