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자살 권하는 사회②] "자살시도자를 집으로?" 또 다른 자살 부른다

含閒 2011. 4. 20. 11:39

[자살 권하는 사회②] "자살시도자를 집으로?" 또 다른 자살 부른다

KAIST의 비극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수식어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하루 평균 42.2명. 하지만 자살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서성이는 사람들에게 진정 필요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지는 돌이켜볼 문제다. 오히려 단편적 조사와 '제각각' 대책 속에서 살릴 수도 있는 사람을 죽음으로 밀어 넣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대전CBS는 '죽음을 권하는' 우리 사회 속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과 대안 등을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자살을 시도했다 구조된 사례들이 훈훈한 미담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정작 '그 이후'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살시도자에 대한 후속조치가 대부분 '귀가 조치'에 그치면서 적절한 사후관리는커녕, 오히려 자살 재시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이들 자살시도자에 대해서는 실태조차 파악돼 있지 않은 상태다.

◈ "죽고 싶다"…"집으로 돌아가라" 

"저수지에 사람이 들어갔다"는 다급한 신고전화가 걸려온 지난 14일.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는 물속으로 뛰어든 A(29) 씨를 발견했다. 다행히 A씨는 10분 만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자살을 기도한 A씨에 대한 다음 조치는 '집으로 돌려보낸 것'. A씨를 인계받은 경찰은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한 뒤 귀가 조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알려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신적 응급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A씨가 다시 자살충동에 빠져들 가능성은 높다.

한국자살예방협회와 해외 연구자료 등에 따르면, 한번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 다시 시도할 확률은 50%, 두 번째는 70%, 세 번째는 90%로 횟수가 반복될수록 자살 재시도율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1월 충남 아산의 한 회사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B(25) 씨는 앞서 4차례 자살시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숨진 당일에도 자살시도를 하는 B씨를 안전요원들이 발견했지만, 이들이 B씨를 기숙사 방에 혼자 남겨두고 나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자살 재시도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 "재시도율만 줄여도 획기적일 것"

"가까스로 설득해서 데려왔는데... 다음 대책이 없는 거죠."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자살시도자를 그냥 데리고 있으면 불법체포가 되기 때문에 가족에게 인계하거나 귀가 조치하는 게 최선"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자살시도자를 의료기관이나 상담소로 보내는 것도 임의로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종화 경찰대 교수(경찰학)는 "자살 재시도율이 높은 만큼 자살시도자에 대한 법이나 매뉴얼만 만들어져도 당장 눈에 보일 수 있게 자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지자체·의료단체가 연계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즉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경우 자살시도자에 대해 무조건 72시간 동안 정신과 치료와 보호를 받도록 법제화 돼 있고 비용은 지자체에서 부담하도록 돼 있다"며 "자살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손실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1년에 몇 명이 자살을 실패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현황 자료가 없는 상태. 한 전문가는 "한 해 한강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350명가량인데 그 중 20~40명이 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막연히 이 정도 선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