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정재승교수 "카이스트생 자살, 근본적 대책 필요"

含閒 2011. 3. 30. 10:55

 

정재승교수 "카이스트생 자살, 근본적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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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재학생들의 자살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최근 카이스트(KIAST, 한국과학기술원) 학생 3명이 잇따라 자살한 가운데,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38)가 "학교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정 교수는 30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29일 우리 학교 학생이 자살을 했는데,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라며 "학교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이번에도 근본적인 대책 없이 넘어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학교는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어야 한다"며 "그 안에서 학생들이 학문의 열정과 협력의 아름다움, 창의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를 바꾸고 교수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이스트가 '질책이 아닌 격려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정 교수는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사과와 당부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카이스트의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와 경쟁의 압력 속에서 삶의 지표를 잃은 학생들에게, 교수로서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학생들의 일탈과 실수에 돈을 매기는 부적절한 철학에 여러분을 내몰아 가슴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말미엔 "힘들 땐 교수들의 방문을 두드려 달라, 제발"이라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올해 들어서만 카이스트 재학생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29일 카이스트 4학년 장모씨(25)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앞서 20일에는 경기 수원시에서 2학년인 김모씨(19)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으며, 지난 1월 8일에는 1학년 조모씨(19)가 자살했다.

1월 조씨의 자살이 알려졌을 때도 정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학생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지 못한 학교와 교수의 책임이 크다"며 현재 카이스트가 시행하고 있는 학점에 따른 등록금 부과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석달사이 학생 3명 자살..KAIST 대책마련 고심>

연합뉴스 | 정윤덕 | 입력 2011.03.30 10:34 | 수정 2011.03.30 10:49

 

 



'베르테르 효과' 우려..전교생 심리검사 등 검토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전문계고 출신 신입생, 과학고 출신 2학년에 이어 일반고 출신 4학년까지.

올해 들어 석달 사이에 3명의 학생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자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KAIST는 특히 일련의 사건이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자칫 '베르테르 효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30일 KAIST에 따르면 학교측이 검토하고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는 심리검사를 실시했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학생이 전 학년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자 그 범위를 전체 학생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다.

검사 결과 심리 불안정 상태가 심한 학생에 대해서는 별도의 상담 등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학교 내부에서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나름대로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대학생활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새내기 지원실을 개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학생들의 자살이 계속되고 있는 데 따른 대책이다.

이와 함께 고교 때까지 공부에만 매달려왔을 학생들이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체육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며 성적에 따른 수업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납부액을 조정하는 방안을 총학과 협의중이다.

더불어 학생들이 미래 리더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학기 초에 스스로 시험중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등의 약속을 하도록 하면서 15점의 점수를 준 뒤 학기 말에 자발적으로 약속 불이행에 따른 점수를 반납토록 해 남은 점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명예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장기대책 외에 단기적으로는 조만간 중간고사가 끝나면 시작될 축제기간에 그동안과는 달리 오후 강의를 진행하지 않고 오로지 축제만 즐길 수 있도록 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이승섭 KAIST 학생처장은 "큰 꿈을 갖고 있고 미래의 지도자가 될 우리 학생들에게 잇따라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솔직히 당혹스럽고 구성원 모두가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학생들이 모여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울한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나 걱정이 앞선다"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어 "학교가 발전하려면 학생들이 행복해야 하는 만큼 공부만 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마음이 여린 우리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들어 KAIST에서는 지난 1월 8일 전문계고 출신 1학년 조모(19)군이 저조한 성적 등을 비관해오던 중 학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달 20일 경기 수원시에서 과학고 출신 2학년 김모(19)군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29일 오후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에서 4학년 장모(25)씨가 투신하는 등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이스트 자살…재학생 대자보 "행복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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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카이스트 재학생이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4000 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걸었다.

올들어 카이스트(KIAST, 한국과학기술원) 학생 3명이 잇따라 자살한 가운데, 6일 카이스트 재학생이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4000 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걸었다.

카이스트 3학년 허모씨는 대자보를 통해 "올해만 3명의 학우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문제는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지급하는 등록금 정책과,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도 등 학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학내 분위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학점 경쟁에서 밀리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들어도 학우들과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며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학교는 대외적으로는 개성 있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표방하지만, 학교는 우리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 세워 놓고 틀에 억지로 몸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가 아닌,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아다닌다"며 "진리의 전당은 여기에 없다"고 덧붙였다.

허씨는 "우리는 이런 학교를 원하지 않았다"며 "대다수 학교 구성원의 반대를 무시하고 독선으로 일관한 총장은 카이스트를 자기만족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서남표 총장은 더 이상 우리를 기만하지 마고,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지금처럼 말도 안 되는 무한 경쟁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학우들을 위한 카이스트를 건설하라"고 전했다.

이 대자보엔 카이스트 재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내용도 있었다. 허씨는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우리"라며 "카이스트를 정말 사랑한다면 주체가 되어 불합리한 것들에 맞서 함께 바꿔나가자"고 당부했다.

앞서 4일 서 총장은 공식 홈페이지에 "이 세상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궁극적인 해결책은 각자 마음과 자세에 달려있고,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항상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글을 올려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만 카이스트 재학생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카이스트 4학년 장모씨(25)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같은달 20일에는 경기 수원시에서 2학년인 김모씨(19)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으며, 지난 1월 8일에는 1학년 조모씨(19)가 자살했다

카이스트학생 또 자살 ‘벌써 4번째’…벌금형 수업료 폐지

서울신문 | 입력 2011.04.08 10:31

[서울신문NTN] 카이스트(KIAST, 한국과학기술원) 학생이 또 자살했다. 2011년 들어 네 번째 추락. 학교 측은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부가하는 벌금형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오후 1시 20분께 인천시 만수동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카이스트 2학년 박 모 군(19)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파트 CCTV를 조사한 결과 박 군이 아파트 19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학기 도중 최근 휴학한 박 군은 평소 지인들에게 학업을 이어갈 의욕이 없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국내 최고 과학기술인력을 키워내는 카이스트는 올해 들어 4명의 학생을 잃는 비극의 무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7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은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또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져 너무나 안타깝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한뒤 학교내의 과도한 경쟁체제를 개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 총장은이날 자리에서 "성적이 부진한 학생에게 수업료를 부과하는 징벌적 수업료를 폐지하고 전 과목 영어수업을 축소,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과목도 감축하는 등 학생들의 학업부담도 줄여주겠다"고 세부적인 수정 사항들을 전했다.

한편 박 군의 자살에 앞서 6일 카이스트 내에는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 지급하는 미친 등록금 정책,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재수강 제도 등 무한경쟁·신자유주의적 정책이 학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말도 안 되는 학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카이스트 4학년 장모 씨(25)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으며 같은달 20일에는 2학년 김 모 씨(19)가, 1월 8일에는 1학년 조모 씨(19)가 자살했고 4월 7일 2학년 박 모 군도 죽음을 택했다.

꿈의 신약기술 개발한 교수가… "참담"

한국일보 입력 2011.04.11 02:43

 

 




[이번엔 교수가 자살… 충격의 카이스트
클렘슨상 수상 생체재료 분야 세계적인 전문가 
연구비 관련 檢고발 대상 포함에 심리적 압박 

SCI 논문 200여편, 총 논문 피인용 횟수 6,300여회, 국내외특허 25건, 유명 국제학술지 편집위원. 

전도유망한 천재 과학자이자 존경 받던 카이스트(KAIST) 박모(54) 교수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0일 저녁 카이스트 학내 표정은 참담했다. 연이은 자살 사건의 상처를 봉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이어진 비보라 충격은 더욱 컸다. 

박 교수는 탁월한 연구 업적과 이력으로 카이스트 내에서도 이름을 드높이며 지난해 12월 '올해의 KAIST인 상'을 수상하기도 한 연구자다.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카이스트에서 생물공학 석사, 미 워싱턴대 생체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워싱턴대 MIT 템플대 등에서 부교수와 조교수를 역임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1996년부터 15년째 카이스트 생물과학과 교수로 재직해 온 박 교수는 2008년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그의 논문은 약물전달 분야 국제학술지인 < 저널 오브 컨트롤드 릴리스 > 7월 14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이 기술은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와 기술이전 및 신약개발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2009년에는 미국생체재료학회에서 매년 수여하는 세계 생체재료 연구분야의 최고영예인 클렘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 교수의 독보적인 연구 업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월에는 이른바 꿈의 신약 기술로 불리는 나노약물전달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난치성 질병의 강력한 치료제로 각광 받는 물질 내 세포의 전달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라, 이는 즉시 세계적인 학술지인 < 네이처 머티리얼스 > 에 온라인 속보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2월 카이스트가 개교 39주년을 맞아 선정한 최우수 교수에도 선정됐다. 

이처럼 학자로서 최고의 영예를 누려온 박 교수가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카이스트 관계자는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교육과학기술부의 카이스트 정기 종합감사에서 박 교수의 연구 관련 감사도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학문적으로 인정을 받아온 박 교수가 명예심에 손상이 갈 것에 심리적 압박을 느껴 극단적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최근 학생들의 잇단 죽음과 직접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이러한 학내의 비극적 상황이 박 교수의 자살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비보를 접한 서남표 총장 등 주요 보직교수들은 이날 저녁 학교로 급히 모여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번 주 초 전체 휴업 등을 공지하며 가까스로 사태 수습 국면을 형성하려 애쓴 지 반나절 만이다. 

그러나 이날 수리과학과 한상근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서남표 총장은 사퇴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제 명예로운 퇴임시기를 놓친 듯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교측의 '징벌적 수업료'와 100% 영어강의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영어강의가 그나마 매우 적은 교수와 학생간 인간적 접촉을 단절해 버리고 이미 많이 삭막한 학생들의 정서를 더 삭막하게 만들 뿐"이라며 "앞으로 모든 강의를 우리 말로 하려 한다"고 밝혔다. 


<르포> "악몽같은 비극 언제까지"..KAIST 망연자실

연합뉴스 박주영 입력 2011.04.11 13:04 | 수정 2011.04.11 13:40

 

 




학생 이어 교수도 자살..개혁정책 놓고 찬반논쟁도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이 악몽이 언제까지 계속되나요.." 

올해 들어 4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교수까지 유서를 남기고 숨지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정은 11일 큰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아침 일찍 기숙사에서 출발한 셔틀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대부분 경직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으며 대부분 헤드폰을 끼거나 땅만 내려다보며 "심정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부터 이틀동안 전면 휴강에 들어갔지만 학내에는 교수들은 물론 학생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예정된 사제간 대화에 참석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교수와 대학원생, 학부생들이 각각 별도로 모여 이번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수습책을 모색하기 위해서 였다. 

의과학과 대학원생 임모(24)씨는 "휴강이지만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대학원생 간담회가 오전 중에 있다고 해서 나왔다"면서 "후배들이 막다른 선택을 한데 대해 마음이 아프고 뭐라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복학생이라고 밝힌 화공과 박인혁(22)씨는 "오늘 교수님이 오랫동안 못 봤다고 상담하자고 하셔서 가고 있다"면서 "군복무 때문에 휴학을 했었는데 어떻게 지냈는지 그동안의 근황과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듣고 싶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고와 과학고로 나눠 일반계고 학생들은 고민이 많고 과학고 학생들은 수업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약"이라면서 "카이스트도 이 사회와 마찬가지인 만큼 다양한 이들이 공존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수협의회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부터 운영위원회를 열어 오후에 비상총회를 소집할 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으며 낮 12시에는 서남표 총장을 만나 최근 사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학부 총학생회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기 위해 오전 10시께부터 회의를 열고 있다. 총학생회는 당초 10일에 최근 학생들의 잇단 자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박모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해 이를 연기했었다. 

학교 교직원들은 가슴에 근조리본을 달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학내 간담회와 교수협의회 대책회의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교정에서 만난 학생들은 생명과학 연구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성과로 이름을 날렸던 박 교수가 하루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놓고 망연자실해 하는 분위기였다. 올해들어 4명의 학생이 숨진 데 이어 교수마저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악몽같은 비극이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이냐"며 할 말을 잃고 있다. 

바이오및뇌공학과 대학원생 오애경(26.여)씨는 "어제는 갑자기 교수님까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고 마음이 정말 착잡했다"면서 "요즘 모이기만 하면 학생들 자살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와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토론을 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팀별 프로젝트도 있지만 개인별 과제도 많아 학생들이 혼자 기숙사에 있는 시간이 많고 특히 소극적인 학생들은 문제가 있어도 주위에 도움을 청하기 쉽지 않다"면서 "진심으로 고민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만 있어도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텐데..마음이 아픈 후배들은 너무 늦기 전에 선배들에게 상담을 청해줬으면 좋겠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후배나 동료의 죽음에 안타까워 하면서도 자살 원인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전자학과 4학년 권모(24)씨는 "나도 과학고를 나오기는 했지만 공부 양이 많고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어려운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외부에서 너무 차등적 등록금 문제로만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친구들이랑 대화하면서 풀고 게임을 할 때도 있고 머리가 아프면 학교 밖으로 나가 함께 밥도 먹는다"면서 "힘든 부분은 일정부분 스스로 견뎌내야 한다는 총장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학생도 "총장의 개혁정책이나 징벌적 등록금에만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숨진 학생들 일부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만큼 자살방지센터나 심리상담, 복지시설 등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한생은 "징벌적 등록금 등 서 총장의 일련의 개혁정책이 시행되기 전 학생들은 우려를 표해왔고 학사과정을 과도한 경쟁으로 몰아 붙이면 자살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분명히 경고했다"면서 "그럼에도 총장은 일관되게 무시해왔고 지금의 사태가 일어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에 와서 3,4학년 전 학생들이 요구한 바를 따르겠다고 하는데 이게 책임이냐"면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고민조차 하지못한 총장에게 어떻게 지지를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학생은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차등등록금을 적용하되 수준을 조절 ▲재수강 학점 제한을 유지하되(B+), 재수강 개수제한 폐지 ▲엄격한 부.복수 전공 신청 및 유예기간 제공 ▲전과목 영어강의 폐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KAIST 교정에는 따스한 햇살에 벚꽃과 개나리 등 봄꽃들이 만개했지만 구성원들의 얼굴에서는 좀처럼 봄기운을 찾아보기 힘든 하루였다. 

 

 

 

김제동 "KAIST인들이여, 지금 고민 별것 아니다"

연합뉴스 | 정윤덕 | 입력 2011.05.10 22:29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별 것 아니라고 봐야 더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방송인 김제동이 학생 4명과 교수 1명의 잇단 자살로 침체된 분위기에 휩싸여있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구성원들에게 현재의 고민을 극복하고 좀더 큰 목표를 향해 매진하자고 역설했다.

김제동은 10일 오후 7시 30분부터 두시간 동안 KAIST 인문사회과학동 시청각실에서 학생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이날 특강에서 김제동은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고민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두가 다 하는 고민이고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긴 인생 중 KAIST에서 보내는 시간은 일부이고 주변사람들이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 등에도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고 조언했다.

특강 도중 한 학생이 진로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놓자 그 자리에 모인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해 여기저기서 학생들이 손을 드는 모습을 보여준 뒤 "봐라. 다 하는 고민인데 뭐가 걱정이냐"며 다독였다.

김제동은 특강 중간중간 좋아했던 여성 연예인, 자신의 20대 시절 얘기 등을 재미있게 풀어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번 특강은 세번째 KAIST 학생의 자살(3월 29일)이 발생한 뒤 김제동이 평소 알고 지내던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에게 전화해 자청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김제동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다"고 말했으며 정 교수는 이 같은 소식을 학교 내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알리면서 "많이 어수선한 때일수록 우리 서로에게 힘이 돼주는 '우정과 환대의 공간'으로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