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故배삼룡 아들 “팬때문에 산 아버지, 누워서도 무대 갈망했다”(인터뷰)

含閒 2010. 2. 23. 13:04

하늘에서도 그 웃음 잃지 마시고 극락왕생하소서

 

故배삼룡 아들 “팬때문에 산 아버지, 누워서도 무대 갈망했다”(인터뷰)

뉴스엔 | 입력 2010.02.23 12:13

 

[뉴스엔 글 박세연 기자/사진 임세영 기자]
원로 코미디언 고(故) 배삼룡(본명 배창순)이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배삼룡은 2월 23일 오전 2시 10분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지병인 흡인성 폐렴으로 별세했다.

고 배삼룡 아들 배동진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아버지의 임종 당시 모습과 투병 중에도 무대에 서고자 했던 고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배동진씨는 "아버지는 2010년 2월 23일 새벽 02시 10분 패혈증으로 돌아가셨다. 두달 전부터 의식이 없으셔서 아무 말씀도 못하고 가셨다.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은 '걱정 마, 다시 무대에 설 거야' 였다"고 무대에 대한 아버지의 바람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의식이 있을 때 마지막 말씀은?
▲두 달 전 "걱정 마 다시 무대에 설거야." 이후 음성을 듣지 못했다. 죄송스러운 건 무대에 서고 싶은 아버지를 열심히 간호해서 무대에 서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병원에서 돌아가실 것이라는 언질이 있었나?
▲갑자기 그렇게 됐다. 이전부터 중환자실과 관찰실, 입원실을 왔다갔다 했었는데 근래 자주 그래 불안했었는데, 아버지의 끈기를 믿었다. 2007년 6월 30일 입원하신 후 새해를 3번 맞으신 끈기 있는 아버지셨다. 계속 안좋은 상황이 이어졌고 고비도 넘겨왔는데 이번에 못 넘기신 것 같다.

-구봉서씨와 통화 했는가?
▲통화 했다. 우시느라 말씀을 못 이으시더라. 유일한 친구가 먼저 갔다며 대성통곡 하셨다. 아저씨도 몸이 불편하셔서 내일 아침에 오신다 했다.

-기억에 남는 말?
▲아버지는 너희를 낳기만 했지 아버지이기 이전에 무대에 서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팬들의 사랑을 받을 땐 그만큼의 가족의 희생이 필요하다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항상 팬들을 무척 보고 싶어 하셨다. 팬 때문에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워서도 경례도 하시고. 연습하신다 생각했다. 팬 앞에 서기를 갈망하셨다.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점은?
▲자식으로서 자랑스러운 건, 모든 분들이 내가 어렸을 때 지나가면 '비실이 아들 지나간다' '너도 개다리춤 춰봐라' 고 놀리곤 하셨지만, 아버지가 인기가 많으니까 놀리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사춘기도 겪었다. 아버지이기 이전에 팬을 더 사랑하신 분이셨다(울먹).

-안타깝고 마음 아픈 것은?
▲가족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없어서 한 달에 한 번 스케줄을 꼭 비우셨다. 같이 놀이동산에 가면 입구에서 아버지를 빼앗겼다. 아버지께선 미안한 표정 속에서도 팬들에 둘러싸여 계시곤 했는데, 그런 걸 보면 집에서 쉬는 게 훨씬 편할텐데도 꼭 한달에 한번은 가족을 위해 시간을 내셨다. 그게 아버지께는 안타까움이다. 말로 안하셔도 늘 미안함이 느껴지는 눈빛과 표정이었다.

아픈 후에도 경례하고 윙크하는 모습을 보라고 하시고, 나는 무대에서 쓰러져야 한다 생각하셨던 분이다. 무대에 다시 서는 게 간절한 소망이었다.

-병원비 등의 문제는?
▲아버지 보내드린 후 마무리 할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께 진심어린 마음으로 도와주신 분들게 평생 그 은혜 갚겠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하늘에서 그분들을 기억하시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아버지는 가족의 품에서 생활을 못 하셨다. 바쁘고 일을 사랑하셔서 가족이란 테두리 속에서 다른 아버지들처럼 행복을 못 느끼셨다. 그런 부분이 무척 죄송하고, 하지만 원하셨던 만큼, 이루셨으니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두 번 다시 바보, 비실이, 개다리춤을 못 보겠지만 팬들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아버지도 하늘나라에서 편히 계시길 바란다.

-임종은 지켰나?
▲중환자실에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옆에서 지켜봤지만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임종하셨다.
-3일장이 된 이유는?
▲코미디언협회에서 3일장으로 결정한 것 같다.
인터뷰 말미 배씨는 "'아버지께 '미안해'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며 끝내 눈물을 훔쳤다. 배씨는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시고 가족 품에서 여생을 보내셨어야 했는데, 여러 상황으로 그러질 못해 죄송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실에 마련된 가운데 당초 27일로 예정됐던 발인은 25일 오전 8시로 당겨져 엄수된다. 유해는 성남 화장장에서 화장된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분당추모공원 '휴'에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