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畵兒)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진정한 경쟁력

含閒 2009. 10. 21. 10:53

  진정한 경쟁력




세상에서 가장 부자라는 빌게이츠의 재산은
100조원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재산 평가액이 4조원 가까운 우리나라의 한 부자는 언젠가
그런 빌게이츠가 부럽다며 자신도 그처럼 돈이 많아
자선단체에 펑펑 기부하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희망을
피력한 적이 있습니다.

눈 흘기거나 코웃음 치지 않고,
100조원 앞의 4조원이란 구도로 받아들이면
그 부자의 초라하고 아쉬운 속내를 헤아리지 못할 까닭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 변호사의 표현을 빌자면,
1조원이란 잠실 운동장에 1만 명을 모아 놓고 그들에게
1억 원씩 나눠줄 수 있을 만큼 큰돈입니다.
한 사람이 아무리 호화롭게 살더라도
죽을 때까지 다 사용할 수 없을 뿐 더러
가늠이 불가능할 정도의 비현실적인 액수입니다.

그러니 겨우 4조원밖에 없다고 주눅드는 시츄에이션이란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일 수밖에 없지만 희한하게도
현실 세계에선 그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집니다.
괜한 곳을 기웃거리며 쓸데없는 경쟁 구도 속에
자신을 밀어 넣어서 그렇습니다.

멀쩡하게 밝은 곳에 잘 있다가 제 발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
‘나는 왜 허구한 날 어둠의 세계에 갇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짓는 꼴입니다.

본래 경쟁력이란
다른 개체와의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는 발군의 능력을 의미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경쟁력은
자신을 쓸데없이 어둠의 세계로 밀어 넣지 않는
자기보호 정신일지도 모릅니다.

'그림(畵兒)'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쉰 번이 넘는 가을  (0) 2009.11.05
조선시대 최고의 걸작품   (0) 2009.11.05
북한 걸작 14  (0) 2009.10.19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 가을 꽃  (0) 2009.10.14
국립암센터에서  (0) 2009.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