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

‘왕따’ 여고생 자살, 막을 방법 없었나

含閒 2009. 9. 17. 15:29

‘왕따’ 여고생 자살, 막을 방법 없었나

매일경제 | 입력 2009.09.17 12:27 | 누가 봤을까?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여고생 2명이 아파트 18층에서 함께 투신자살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자살사고 이틀 전 자신의 어머니에게 "학교 가기 싫어", "학교 애들이 무서워"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를 10여 차례에 걸쳐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과연 이들의 죽음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집단 따돌림 당하는 아이들은 주변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큰 충격과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에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방법이 없다'는 부정적 신념과 인지왜곡이 더해지게 되면 자살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한림대의료원 정신과에서 조사한 '왕따 학생들의 자살시도율' 설문결과에 따르면, 일반 학생의 자살시도율은 1.8%, 왕따 피해 학생의 자살시도율은 4.1%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B중학교와 경기 안양 S중학교 학생 1669명을 대상으로 2차례에 걸쳐 설문조사한 결과로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의 자살시도율이 정상 학생의 두 배가 넘은 것.

안동현 한양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자살 전에 행동의 변화로 알 수 있는 '자살 전조증상' 자체는 청소년과 성인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아이들은 충동적인 경향이 많아 그 '충동성'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의학협회가 규정한 자살 전조증상은 △대인관계 기피 및 대외적 활동 자제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 증세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행동 △자살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식습관과 수면습관의 변화 △역경을 잘 헤쳐 나가지 못함 △주변 정리 △과거 자살시도 경력 등이 꼽힌다. 청소년들의 자살 전조증상도 비슷하다.

하지만 청소년의 경우 자살을 실행에 옮기는 데 '충동성'이 더욱 크게 작용해 주변에서 미리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청소년의 자살충동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학교 교사나 가족들과의 대화가 중요하다. 특히 아이가 평소와 달리 침울해 하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학교에서 멍하니 있거나 성적이 떨어지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빨리 눈치 채고 대처해야 한다.

안동현 교수는 "청소년기 아이들은 퉁명스럽고 쉽게 짜증을 내 여유를 갖고 대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어른들도 아이들의 얘기는 잘 듣지 않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대화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하지만 아이들의 자살을 막는 가장 최선책은 학교 담임교사나 상담교사, 부모님 등 주변 어른들이 먼저 대화를 시도해 아이의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들어하는 문제를 우선 도와주되 어려운 상황을 아이 자신이 극복할 수 있도록 마음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왕도"라고 강조했다.

왕따 여중생, 같은 반 학생 2명 흉기로 찔러
2009년 09월 17일 (목) 12:17:24 장요한 기자 hani@newscj.com

한 여중생이 평소 자신을 따돌린 같은 반 친구 2명을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도 용인경찰서는 같은 반 친구 2명을 흉기로 찔러 부상을 입힌 혐의로 여중생 A(13)양을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은 16일 오전 8시 10분경 용인시 수지구 모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인 B·C양을 미리 준비한 흉기로 한 차례씩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상처를 입은 두 학생은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상처부위의 봉합수술을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양과 피해 학생들의 심리가 진정되는대로 부모와 범죄심리상담사 등을 동석시켜 사건 경위를 조사해 형사처벌 대상(만 14세 미만)이 아닌 A양을 법원 소년부에 송치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반에서 5등 안에 들 만큼 성적이 우수했던 A양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말수가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도 학생들 사이에서 A양이 따돌림을 당했다거나 스스로 따돌림을 당한다고 생각했다는 등의 얘기가 돌고 있어 1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을 상대로 정확한 상황 파악에 나섰다.

한편 A양은 입학 당시부터 주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고립돼 담임교사 권유로 지난 학기 7차례에 걸쳐 상담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