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단 죽음과 세금은 빼고.”
1989년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말이다.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군들이 도시를 돌며 행진할 때 그 뒤에 노예 한명을 세운 뒤 ‘메멘토 모리’를 반복하게 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지금 비록 그대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살아있지만, 언젠가 그대도 역시 죽을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풍습인 셈이다.
승자도 패자도(혹은 부자도 빈자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 통과해야 하는 ‘삶의 마지막 출구’. 잘 사는 것(웰빙) 만큼이나 중요한 잘 죽는 것(웰다잉)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웰다잉? 결국은 잘 살기 위한 것
8월25일 오후 2시 새문안 교회 언더우드 교육관. 20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이들의 손에는 책이 한 권씩 들려있다. 1달에 1번, 죽음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의 ‘메멘토 모리’ 회원들이다.
“제가 얼마 전에 죽음 준비 때문에 가볍게 유언장을 하나 썼어요. 그런데 이걸 내놓자마자 상상도 못했는데 식구들이 대성통곡을 하고 난리가 난 거에요. 나중에 보니 표현이 조금 셌나 싶은데 ‘내가 치매에 걸리거든 육신의 마지막을 미리 준비해 놓은 방법으로 끝을 내다오’라고 썼거든요.”
“어떻게 편한 죽음, 쉬운 죽음, 품위 있는 죽음만 논하겠습니까. 그저 죽음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
현실적이고 진솔한 경험담에서부터 때로는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성찰까지 다양한 대화들이 오고 간다.
지난 1991년부터 죽음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는 이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웰다잉 연극 <춤추는 할머니> <립스틱 아빠>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각각 할머니와 아빠의 죽음준비 모습을 통해 우리 삶에서 죽음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다.
웰다잉 연극 <립스틱아빠>의 주인공을 맡은 최명환(61) 씨는 2003년과 2005년 좌우 두번의 신장암 수술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 온 경험이 있다. 그는 “나처럼 죽음을 앞두고 겪게 되는 어려움과 두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일반적인 강의보다 이야기가 있는 연극이 훨씬 쉽고 친숙하게 죽음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홍양희 회장은 “죽음이란 우리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결과물”이라며 “그래서 죽음은 우리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준비해야 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는 것이 잘 죽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잘 죽기 위한 준비-죽음교육
김조한 웰다잉문화연구소 소장은 “최근 들어 존엄사나 유명인들의 죽음으로 인해 죽음을 다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무조건 꺼리거나 피했다면 요즘엔 조금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만 보더라도 4년 전과 비교해 방문자 수가 4배가량 늘었다. 복지관이나 각 지역 지자체에서 노인 분들은 물론 청소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요청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죽음준비교육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실제 교육 과정에서는 죽은 이후의 유산 처리, 상속 과정과 같은 실질적인 강의에서부터 죽음에 대한 이미지를 찰흙 모형으로 만들어 본다든지, 자신의 삶을 그래프 형태로 그려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업 분위기도 전혀 무겁지 않다. ‘나에게 죽음은 십자가’ 혹은 ‘똥’ 등 상상치도 못했던 기발한 찰흙 모형을 빚어놓고 그것을 발표하면서 한바탕 크게 웃음이 터지는 경우가 다반사. 의외로(?) 파란만장한 인생 그래프에 과거를 회상하며 재밌어 하는 이들도 많다.
그중 일반인들이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죽음준비 방법으로 그가 추천하는 것은 ‘후손에게 자기 소개서 쓰기’. 자신이 젊었을 땐 어떠했고, 또 앞으로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 것인지 편지를 써 보는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건강한 젊은이라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임사체험도 좋다. 보통은 영정사진을 찍고 유서를 쓰고 수의를 입은 뒤 관에 들어가 삶을 돌아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다만 죽음을 앞둔 노인이라면 오히려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키울 수 있어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아름다운삶 죽음체험 수련원의 김기호 대표는 “체험 중 통곡을 하는 분들이 많다”며 “어떻게 보면 이벤트에 불과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삶을 돌아보고 다른 삶을 살기 위한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89년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말이다.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장군들이 도시를 돌며 행진할 때 그 뒤에 노예 한명을 세운 뒤 ‘메멘토 모리’를 반복하게 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지금 비록 그대가 전쟁에서 승리하고 살아있지만, 언젠가 그대도 역시 죽을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풍습인 셈이다.
승자도 패자도(혹은 부자도 빈자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 통과해야 하는 ‘삶의 마지막 출구’. 잘 사는 것(웰빙) 만큼이나 중요한 잘 죽는 것(웰다잉)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웰다잉? 결국은 잘 살기 위한 것
8월25일 오후 2시 새문안 교회 언더우드 교육관. 20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이들의 손에는 책이 한 권씩 들려있다. 1달에 1번, 죽음에 관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의 ‘메멘토 모리’ 회원들이다.
“제가 얼마 전에 죽음 준비 때문에 가볍게 유언장을 하나 썼어요. 그런데 이걸 내놓자마자 상상도 못했는데 식구들이 대성통곡을 하고 난리가 난 거에요. 나중에 보니 표현이 조금 셌나 싶은데 ‘내가 치매에 걸리거든 육신의 마지막을 미리 준비해 놓은 방법으로 끝을 내다오’라고 썼거든요.”
“어떻게 편한 죽음, 쉬운 죽음, 품위 있는 죽음만 논하겠습니까. 그저 죽음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
현실적이고 진솔한 경험담에서부터 때로는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성찰까지 다양한 대화들이 오고 간다.
지난 1991년부터 죽음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는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는 이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웰다잉 연극 <춤추는 할머니> <립스틱 아빠>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각각 할머니와 아빠의 죽음준비 모습을 통해 우리 삶에서 죽음의 의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다.
웰다잉 연극 <립스틱아빠>의 주인공을 맡은 최명환(61) 씨는 2003년과 2005년 좌우 두번의 신장암 수술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 온 경험이 있다. 그는 “나처럼 죽음을 앞두고 겪게 되는 어려움과 두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일반적인 강의보다 이야기가 있는 연극이 훨씬 쉽고 친숙하게 죽음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 홍양희 회장은 “죽음이란 우리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결과물”이라며 “그래서 죽음은 우리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준비해야 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는 것이 잘 죽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잘 죽기 위한 준비-죽음교육
김조한 웰다잉문화연구소 소장은 “최근 들어 존엄사나 유명인들의 죽음으로 인해 죽음을 다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예전에는 무조건 꺼리거나 피했다면 요즘엔 조금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만 보더라도 4년 전과 비교해 방문자 수가 4배가량 늘었다. 복지관이나 각 지역 지자체에서 노인 분들은 물론 청소년,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요청도 많아졌다.
그렇다면 죽음준비교육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실제 교육 과정에서는 죽은 이후의 유산 처리, 상속 과정과 같은 실질적인 강의에서부터 죽음에 대한 이미지를 찰흙 모형으로 만들어 본다든지, 자신의 삶을 그래프 형태로 그려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업 분위기도 전혀 무겁지 않다. ‘나에게 죽음은 십자가’ 혹은 ‘똥’ 등 상상치도 못했던 기발한 찰흙 모형을 빚어놓고 그것을 발표하면서 한바탕 크게 웃음이 터지는 경우가 다반사. 의외로(?) 파란만장한 인생 그래프에 과거를 회상하며 재밌어 하는 이들도 많다.
그중 일반인들이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죽음준비 방법으로 그가 추천하는 것은 ‘후손에게 자기 소개서 쓰기’. 자신이 젊었을 땐 어떠했고, 또 앞으로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 것인지 편지를 써 보는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 건강한 젊은이라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임사체험도 좋다. 보통은 영정사진을 찍고 유서를 쓰고 수의를 입은 뒤 관에 들어가 삶을 돌아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다만 죽음을 앞둔 노인이라면 오히려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키울 수 있어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아름다운삶 죽음체험 수련원의 김기호 대표는 “체험 중 통곡을 하는 분들이 많다”며 “어떻게 보면 이벤트에 불과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삶을 돌아보고 다른 삶을 살기 위한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