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우승(高尔夫球冠軍)

양용은, 'PGA' 챔피언 등극

含閒 2009. 3. 9. 15:05

양용은, 연습장 직원에서 28년만에 'PGA' 챔피언 등극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은 집념 하나로 성공시대를 연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골퍼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1972년 1월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태어난 양용은은 올해로 만 37세다. 어렸을때는 골프가 뭔지도 몰랐다. 고등학교(제주관광산업고)를 졸업한 그는 관광업계에 종사하는 소박을 꿈을 꾸면서 살았다.

관광나이크클럽의 웨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양용은은 '골프를 해보라'는 형의 권유를 받고 인생의 대 전환을 맞았다.

◈ 나이크클럽 웨이타에서 골프연습장 직원으로

서귀포시의 한 골프연습장에 직원으로 취직한 양용은은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어께 너머로 골프를 익혔다. 사장의 눈치도 봐야했다. 물론 스승도 없었다.

골프채를 잡은지 15년 만인 1997년 한국프로골프(KPGA) 입회에 성공했다. 주니어 시절 체계적인 골프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 양용은은 프로데뷔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에게 골프는 정말 어려운 직업이자 운동이었다.

오랜 무명의 길을 걷던 양용은에게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프로데뷔 6년만인 2002년 'SBS프로골프 최강전'에서 우승하면서 국내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의 나이 34세 때다. 2006년에는 한국프로골프 대상인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프로데뷔 6년 만인 34세 때 국내대회 첫 우승

늦깎이 골프인생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 양용은 자신감이 생기자 과감하게 국제무대로 눈을 돌렸다.

2004년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통과해 당당하게 일본프로골프(JPGA)투어에 진출했다. 그해 2승, 통산 4승을 챙기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번에는 유럽 무대로 눈을 돌리자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2006년 11월 그의 골프 인생을 바꾸는 대형 사건이 터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당시 세계 랭킹 2위인 짐프릭이 출전한 유럽프로골프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양용은은 당시 6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거칠 것이 없던 우즈의 7연승을 저지한 주인공이되자 전세계 골프뉴스의 핫 이슈가 됐다.

◈ 유럽프로골프투어 'HSBC 챔피언스' 우승... 골프 인생의 대 전환점

이 덕에 세계 랭킹이 38위로 급상승한 양용은은 2007년에 PGA 투어 9개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꿈에 그리던 PGA투어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눈 앞에 펼쳐졌지만 미국의 벽은 높기만 했다.

성적은 곤두박칠쳤고 돈이 떨어져 생활이 어려워졌다. 국내 골프팬들에게 잊혀져 갔다. 포기할까도 여러번 생각했지만 여기서 멈출수는 없었다.

2007년 12월에 Q스쿨에 도전한 양용은은 공동 6위로 합격증을 받아 2008년부터는 정회원 자격으로 미국 무대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 좌절감뿐이었다.

유럽투어 'HSBC 챔피언스'도 재수가 좋아서 우승했다는 뒷담화가 나왔다. 미국 생황을 접고 국내나 일본투어에 전념하라는 주의 권유가 이어졌다.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심기일전한 지난해에 2월에 열린 'AT & 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대회'에서 공동 9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후에 상위 권 성적을 내지 못해 결국 상금 랭킹이 157위로 밀리면서 다시 PGA투어에서 퇴출위기 몰렸다.

◈ 좌절의 연속...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지난 2년 동안의 고생이 헛수고가 되는 순간이었다. 한국과 일본, 유럽투어를 거쳐 미국에서 성공하겠다던 그의 각오는 오그라들데로 오그라들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양용은은 또 다시 지난해 12월 Q스쿨에 도전했다. 공동 18위를 한 양용은은 25명에게 주어지는 올 시즌 출전권을 따냈지만 시즌 초반 출발은 너무나 좋지가 않았다.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소니오픈'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지만 기권자가 나오지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을 정도로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올 시즌 전망이 어둡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양용은은 'AT & 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대회'에서 공동 22위, 마야코바 클래식 공동 20위로 조금씩 감각을 끌어올리며 기회를 엿봤다.

◈ 28년 만에 마침내 세계 정상 정복

역시 대기자 명단에서 출전 기회를 잡은 '혼다클래식'에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2라운드부터 선두로 나서자 기회이다 싶은 양용은은 4라운드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마침내 PGA투어 생애 첫 우승을 만들어 냈다.

양용은의 골프 인생으로 대변되는 집념과 끈기, 오기가 묻어나는 우승 과정이었다. PGA투어 도전 3년, 프로데뷔 13년, 골프 시작 28년 만에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번 우승으로 양용은 99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은 보답이 됐다.

집념 하나로 28년 만에 미국프로골프 무대 정상에 오른 양용은, 너무나도 최경주(39.나이키골프)와 닮은 그의 성공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골프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