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나서(讀書後)

아름다운 마무리

含閒 2009. 1. 18. 00:55

책소개

영혼을 치유하는 맑고 순수한 언어
이 시대의 경전 <무소유>의 감동을 잇는 또 하나의 깨우침


법정 스님의 새로운 산문집. 마무리의 사전적 의미는 일의 끝맺음이다. 인생에서 뜻하는 마무리는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을 뜻하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그때그때 삶의 매듭들이 지어진다. 삶의 종착점에 이르는 그날까지, 인생에서 하나씩 지어지는 매듭이 모여 비로소 아름다운 마무리를 만들어낸다. 살아가는 순간순간 마무리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현대인의 정신적 스승이라 불리우는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는 인생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매듭짓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영적 지침서이다. 의미없는 매일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선택한 삶을 이끌어나가는 방법과, 순간 속에서 영원을 발견하고 순수와 본질의 세계를 회복하는 길을 알려준다.

지난해 육체를 괴롭히는 병고를 거치면서 미처 인식하지 못한 깨달음을 얻게 된 '법정 스님'은 현대인들에게 '아름다운 마무리'란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리고 표류하는 현대인들에게 인생의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56편의 산문이 실려 있다.

이 책의 Tip!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온 날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 서는 것입니다. 내가 걸어온 길을 중간중간 되돌아보고, 내려놓음의 소중한 가치를 스스로 알게 된다면 진정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성취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자소개

법정 법정 스님

이 시대의 정신적 스승 법정 스님은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가 대학 재학 중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오대산의 절을 향해 떠났지만 눈이 많이 내려 길이 막히자 서울로 올라와 선학원에서 당대의 선승 효봉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그 자리에서 삭발하고 출가했다. 다음날 통영 미래사로 내려가 행자 생활을 했으며, 사미계를 받은 후 지리산 쌍계사 탑전으로 가서 스승을 모시고 정진했다. 그후 해인사 선원과 강원에서 수행자의 기초를 다지다가 28세 되던 해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서울 봉은사에서 운허 스님과 더불어 불교 경전 번역 일을 하던 중 함석헌, 장준하, 김동길 등과 함께 민주수호국민협의회를 결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75년 본래의 수행승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홀로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에 명성이 알려지자 1992년 다시 출가하는 마음으로 불일암을 떠나 아무도 거처를 모르는 강원도 산골 오두막, 문명의 도구조차 없는 곳에서 혼자 살아왔다. 강원도 생활 17년째인 2008년 가을, 묵은 곳을 털고 남쪽 지방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였다.
대표 산문집 <무소유>는 그 단어가 단순히 국어사전에 있는 사전적 개념을 넘어 '무소유 정신'이라는 의미로 현대인의 마음에 자리잡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버나드 쇼의 묘비명 :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리 될 줄 알았어!"

 

竹影掃階塵不動             죽영소계진부동
月輪穿沼水無痕             월륜천소수무흔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빗질 하여도 티끌 하나 일지 않고,
둥근 달이 호수를 꿰뚫어도 흔적 하나 없네.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우리에게 괴짜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가르침을 얻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았을 때 사람들은 실망부터 했다.

명성답지 않게 넝마를 걸치고 초라한 통나무 속에 드러누워 있는
그의 모습은 철학자라기보다 거지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대화를 나누게 되면 사람들의 생각은 달라졌다.

아무것도 없는 그에게서 세상에서 가장 성스럽고
행복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기이한 행동에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지혜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았다.

디오게네스도 나이가 들자 차츰 기력이 떨어졌다.
그러자 자신이 살고 있는 통나무 주변에 결승점을 그렸다.
그리고는 열심히 통나무를 굴리며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결승점에 도달하려고 애를 썼다.

하루는 제자가 그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제 나이도 있으신데 제발 좀 쉬엄쉬엄 사세요.
약한 몸으로 그렇게 무리하시다간 큰 일 납니다.”

제자의 말에 디오게네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몸을 움츠리고
쉬엄쉬엄 살아갈 궁리부터 하지.
그러나 지금 나는 릴레이 경주의 마지막 주자라네.
결승점이 바로 눈앞에 있는 셈이지.
그런데 눈앞에 결승점을 두고 쉬엄쉬엄 달리라니.
결승점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
경주의 이치 아닌가?”

죽음도 인생의 결승점인 만큼 주춤거리지 말고
더욱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고 믿은 디오게네스.
이러한 긍정적인 인생관 덕분일까.
그는 아흔 살이라는 장수를 누렸다.

 

 우물 속의 달(吟井中月)


                                          李奎報(이규보)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하여   : 산속의 스님이 달빛에 반하여


     竝汲一甁中(병급일병중)이라   : 함께 길러 한 병속에 담았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하니   : 절에 돌아와 바로 깨닫게 되니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이로다 : 병 기울자 달 또한 사라진다는 것을.  

 

운문사 반송

 

 

풀집/ 청허휴정(淸虛休靜. 1520∼1604)

 

풀집은 세 군데 벽이 없고

늙은 스님은 대나무 침상에서 조네.

푸른 산은 반쯤 젖어 있는데

성근 빗발이 석양을 지나가네.


초옥(草屋)

초옥무삼벽(草屋無三壁)

노승면죽상(老僧眠竹床)

청산일반습(靑山一半濕)

소우과잔양(疎雨過殘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