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다녀온 동생이 보따리를 내려놓고 갔다. 챙겨 보낸 플라스틱 김치통이 그대로 다시 왔다.
안에는 다시 꽉꽉 채운 갖가지 김치와 양념이 들어있었고 보따리 귀퉁이엔 하얀 가제 손수건에 싼 작은 꾸러미가 있었다.
손수건에 싸여서 엄마가 보내온 건 곶감 다섯 개... 곶감을 좋아하는 큰딸 때문에 명절 때건 제사가 있건 다른 사람은 손도 못되게 하신다. 엊그제 제사 후 남은걸 보낸 걸로 생각했었다.
엄마는 농사일도 지으시면서 가까운 곳에 직장에도 다니신다. 근사하고 좋은 일터는 아니지만 한 푼이라도 벌어보시겠다고 욕심 부리신다.
식권 한 장이 이천 원씩 이나 한다고 그거 아까워 도시락 꼭꼭 챙겨 가시고 큰딸이 사준 보온도시락이 따끈해서 좋다고 겨우내 일터에서 자랑을 했노라 하셨다.
곶감 다섯 개는, 그 일터에서 누군가 심심풀이로 드시라고 가져온 거란다. 휴식시간에 나눠준 곶감 다섯 개..
남들은 오물오물 맛나게 먹고 있을 때 우리 엄만 주머니 속에 살그머니 넣으셨단다. 큰딸이 좋아하는 곶감이라서 그 곶감을 다른 형제들이 볼까 무서워 손수건에 싸서 김치보따리에 넣어 주신 거다.
목까지 왈칵 넘어오는 울음을 삼키느라 곶감을 먹을 수가 없다. 플라스틱 통 가득 담겨있는 김치도 먹을 수가 없다. 작은 소주병에 담겨있는 참기름도 먹을 수가 없다.
엄마의 땀방울을 고스란히 받아 놓은 것만 같아서 시골에서 가져오는 양념들이며 푸성귀를 당연한 듯 얄밉게도 받아먹었었는데 거기다 손수건에 싸인 곶감까지 자꾸만 날 울린다.
바보 같은 엄마 우리 엄만 정말 바보다. 나를 자꾸만 울게 하는 바보다 나에겐 그런 바보 엄마가 있다.
- 무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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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후회가 되고 안 해도 후회가 되는 게 있습니다. 그건 효도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아무리 못해도 결국 돌아가시면 땅을 치고 후회를 하게 됩니다.
오늘은 부모님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옛 추억을 얘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
- 돌아가신 후에 후회 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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