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면서(在生活裏)

바보 엄마

含閒 2008. 4. 4. 07:58

새벽편지에서 모셔 왔습니다.

 

 
 

친정에 다녀온 동생이 보따리를 내려놓고 갔다.
챙겨 보낸 플라스틱 김치통이 그대로 다시 왔다.

안에는 다시 꽉꽉 채운 갖가지
김치와 양념이 들어있었고
보따리 귀퉁이엔 하얀 가제 손수건에 싼
작은 꾸러미가 있었다.

손수건에 싸여서 엄마가 보내온 건 곶감 다섯 개...
곶감을 좋아하는 큰딸 때문에
명절 때건 제사가 있건 다른 사람은
손도 못되게 하신다.
엊그제 제사 후 남은걸 보낸 걸로 생각했었다.

엄마는 농사일도 지으시면서 가까운 곳에
직장에도 다니신다.
근사하고 좋은 일터는 아니지만 한 푼이라도
벌어보시겠다고 욕심 부리신다.

식권 한 장이 이천 원씩 이나 한다고
그거 아까워 도시락 꼭꼭 챙겨 가시고
큰딸이 사준 보온도시락이 따끈해서 좋다고
겨우내 일터에서 자랑을 했노라 하셨다.

곶감 다섯 개는,
그 일터에서 누군가 심심풀이로
드시라고 가져온 거란다.
휴식시간에 나눠준 곶감 다섯 개..

남들은 오물오물 맛나게 먹고 있을 때
우리 엄만 주머니 속에 살그머니 넣으셨단다.
큰딸이 좋아하는 곶감이라서
그 곶감을 다른 형제들이 볼까 무서워
손수건에 싸서 김치보따리에 넣어 주신 거다.

목까지 왈칵 넘어오는 울음을 삼키느라
곶감을 먹을 수가 없다.
플라스틱 통 가득 담겨있는 김치도 먹을 수가 없다.
작은 소주병에 담겨있는 참기름도 먹을 수가 없다.

엄마의 땀방울을 고스란히 받아 놓은 것만 같아서
시골에서 가져오는 양념들이며 푸성귀를
당연한 듯 얄밉게도 받아먹었었는데
거기다 손수건에 싸인 곶감까지 자꾸만 날 울린다.

바보 같은 엄마
우리 엄만 정말 바보다.
나를 자꾸만 울게 하는 바보다
나에겐 그런 바보 엄마가 있다.


- 무 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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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후회가 되고 안 해도 후회가 되는 게 있습니다.
그건 효도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아무리 못해도
결국 돌아가시면 땅을 치고 후회를 하게 됩니다.

오늘은 부모님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옛 추억을 얘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





- 돌아가신 후에 후회 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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