符讀書城南부독서성남 집 떠나 공부하는 아들 부에게 韓愈 한유
木之就規矩 목지취규구 나무가 네모지거나 둥글게 되는 것은
在梓匠輪輿 재재장윤여 바퀴나 수레를 만드는 목수 손에 달려있고
人之能爲人 인지능위인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것은
由腹有詩書 유복유시서 그 안에 공부한 것(詩書)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詩書勤乃有 시서근내유 공부는 부지런해야 갖출 수 있는 것이라
不勤腹空虛 불근복공허 게으름을 피워서는 속이 비게 되느니라
欲知學之力 욕지학지력 공부의 힘을 알고 싶다면 먼저
賢愚同一初 현우동일초 현명한 이와 어리석은 이가 처음에는 같았던 것을 알아야 하느니
由其不能學 유기불능학 배우지 못한 것 때문에
所入遂異閭 소입수이려 마침내 사는 곳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兩家各生子 양가각생자 두 집에서 따로 자식을 낳으면
提孩巧相如 제해교상여 아이 때는 재주가 다를 것이 없어서
少長聚嬉戲 소장취희희 아이 때 자라면서 모여 놀 때에
不殊同隊魚 불수동대어 무리 지은 물고기와 다를 것이 없지만
年至十二三 연지심이삼 나이가 열두어 살 무렵이 되면
頭角稍相疏 두각초상소 기개와 재능이 조금씩 벌어지고
二十漸乖張 이십점괴장 스무 살에 이르면 점점 더 달라져서
淸溝映汙渠 청구영오거 맑은 물을 더러운 물에 비쳐보는 것처럼 되고
三十骨骼成 삼십골격성 서른에는 서로 다른 골격이 되어
乃一龍一豬 내일룡일저 하나는 용이 되고 하나는 돼지가 되는 것이니
飛黃騰踏去 비황등답거 하나는 말에 올라 내쳐 달리고
不能顧蟾蜍 불능고섬서 하나는 돌아보지도 못하는 두꺼비가 되는 것이며
一爲馬前卒 일위마전졸 하나는 말 앞에 서는 졸병이 되어
鞭背生蟲蛆 편배생충저 채찍 맞은 등에서 구더기나 생기지만
一爲公與相 일위공여상 하나는 작위를 받고 재상이 되어
潭潭府中居 담담부중거 큰 뜻 품고 고래등 같은 집주인이 되는 것이다
問之何因爾 문지하인이 왜 그런지 묻는다면
學與不學歟 학여불학여 배우고 배우지 않음의 차이라네
金璧雖重寶 금벽수중보 금과 옥이 귀중한 보물이지만
費用難貯儲 비용난저저 쓰려면 돈이 들고 지니기도 어렵지만
學問藏之身 학문장지신 학문은 몸 안에 채워두는 것이라서
身在則有餘 신재즉유여 채우고 채워도 오히려 남는 곳이 있나니
君子與小人 군자여소인 군자와 소인은
不繫父母且 불계부모저 부모의 신분에 매인 것이 아닌 것이다
不見公與相 불견공여상 너는 보았겠지 공경과 재상도
起身自犁鋤 기신자리서 그 출신이 농사짓는 사람들이었음을
不見三公後 불견삼공후 또 보았겠지 공경과 재상의 후예들이
寒饑出無驢 한기출무려 가난해져서 나귀도 없이 출입하던 것을
文章豈不貴 문장기불귀 문장이 어찌 귀하지 않겠느냐
經訓乃菑畬 경훈내치여 경서 속 가르침은 마음의 밭을 가는 것이다
潢潦無根源 황료무근원 땅 위를 흐르는 빗물은 그 근원이 없어
朝滿夕已除 조만석이제 아침에 그득했다가도 저녁이면 말라버리듯
人不通古今 인불통고금 사람이 고금의 일을 밝히 알지 못하면
馬牛而襟裾 마우이금거 소나 말에 옷 입혀놓은 짝 되고 말 것인데
行身陷不義 행신함불의 몸이 행하는 게 바른 것이 되지 못하면서
況望多名譽 황망다명예 하물며 이름 얻기를 바라겠느냐
時秋積雨霽 시추적우제 철은 가을이고 장맛비도 그쳐서
新涼入郊墟 신량입교허 서늘한 기운이 온 들녘에 가득하니
燈火稍可親 등화초가친 등불 점점 가까이 해야 할 때고
簡編可卷舒 간편가권서 책을 펼쳐 공부하기 좋은 때로다
豈不旦夕念 기부단석념 어찌 아침과 저녁으로 읽지 않을 것이며
爲爾惜居諸 위이석거저 가는 세월 너를 위해 아끼지 않을 수 있겠느냐
恩義有相奪 은의유상탈 자애와 독려란 앞을 다투는 일이지만
作詩勸躊躇 작시권주저 시를 지어 멈칫거리는 네게 공부하기 권하노라
▶ 符(부): 한유의 아들 이름이다.
▶ 城南(성남): 한유가 자식이 공부하는 것을 돕기 위해 성밖 남쪽에 따로 마련해둔 집(別墅)을 가리키는 것 같다.
▶ 規矩(규구): 나무를 네모나게 혹은 둥그렇게 만드는 공구. 규칙과 예법.
▶ 梓匠(재장): 두 종류의 목수, 즉 재인梓人은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고, 장인匠人은 집을 짓는 사람이다.
▶ 輪輿(윤여): 수레를 만드는 두 종류의 공인을 가리킨다. 즉 바퀴를 만드는 윤인輪人과 수레를 만드는 여인輿人을 합쳐 부른 것이다.
▶ 詩書(시서): 서적.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가리키기도 한다.
▶ 提孩(제해): 유아. 아동.
▶ 相如(상여): 같다. 비슷하다.
▶ 嬉戲(희희): (흥겹게) 놀다. 장난치다.
▶ 頭角(두각): 청소년기의 기개와 재능
▶ 乖張(괴장): 들어맞지 않다. 동떨어지다. 나뉘다.
▶ 飛黃騰踏(비황등답): 말이 질주하는 것을 가리킨다. 나중에는 관직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飛黃’은 전설에 나오는 신마神馬의 이름이고, ‘騰踏'은 내달리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 蟾蜍(섬서): 두꺼비
▶ 蟲蛆(충저): 구더기
▶ 潭潭(담담): (물이) 깊고 넓은 모양. (품은 뜻이) 크고 넓은 모양.
▶ 金璧(금벽): 황금과 벽옥
▶ 起身(기신): 출신
▶ 犁鋤(이서): 쟁기와 호미. 경작하다. 농부를 가리킨다.
▶ 菑畬(치여): 땅을 갈고 김을 매다. 농작이 민생의 근본인 것처럼 사물의 근본임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 潢潦(황료): 빗물이 땅 위를 흐르는 것을 가리킨다.
▶ 郊墟(교허): 교외
▶ 簡編(간편): 죽간竹簡을 꿰어 엮은 것, 곧 책자를 가리킨다.
▶ 卷舒(권서): 말기와 펼치기
▶ 念(염): 생각하다. 외우다. 읊다.
▶ 居諸(거저): 일거월저日居月諸의 준말로 쉬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을 뜻한다. ‘居’와 ‘諸’는 조사로 쓰였고, 조사로 쓰일 때 ‘諸’는 ‘저’로 읽는다. 《시경詩經·패풍邶風·백주柏舟》에서 ‘日居月諸, 胡迭而微(낮과 밤 해와 달 따로 있어서 / 어쩐 일로 밝음과 어둠이 갈아드는가)’라고 하였다.
▶ 恩義(은의): 도의. 은정. 여기서는 자식에 대한 자애로움과 공부를 시켜야 하는 엄중한 도리를 가리킨다.
▶ 相奪(상탈): 아끼는 마음과 채근하는 마음이 서로 앞서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 躊躇(주저): 일이나 행동을 과감하게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 주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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