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도연명사진도

含閒 2020. 2. 21. 10:03

淵明歸去潯陽曲(연명귀거심양곡),

杖藜蒲()巾一幅(장려포혜건일폭).
隂隂老樹囀(음음로수전황앵),

豔豔()東籬粲霜菊(염염동리찬상국).


世紛無盡過眼空(세분무진과안공),

生事不隨意足(생사불풍수의족).
廟廊之姿老蓬蓽(묘랑지자로봉필),

環堵蕭條僅容膝(환도소조근용슬).


大兒頑鈍懶詩書(대아완둔라시서),

小兒嬌癡愛梨栗(소아교치애이률).
老妻日暮荷鋤歸(노처일모하서귀),

欣然一笑共蝸室(흔연일소공와실).


哦詩未遣愁肝腎(아시미견수간신),

醉裏呼兒供紙筆(취리호아공지필).

時時得句輒寫之(시시득구첩사지),

五言平淡用一律(오언평담용일률).

 


田家酒熟夜打門(전가주숙야타문),

頭上自有漉酒巾(두상자유록주건).
老農時問桑麻長(노농시문상마장),

提壺榼來相親(제호설합래상친).


一樽徑醉北窗臥(일준경취북창와),

蕭然自謂羲皇人(소연자위희황인).

此公聞道窮亦樂(차공문도궁역락),

容貌不枯似丹渥(용모불고사단악).


儒林紛紛隨溷濁(유림분분수혼탁),

山林高義久寂寞(산림고의구적막).
假令九原今可作(가령구원금가작),

公籃輿也不惡(거공남여야불오).

도연명이 심양(潯陽)의 고향 마을로 돌아가
명아주 지팡이에 짚신 신고 한 폭의 두건 쓰고 있네.
울창한 늙은 나무에는 누런 꾀꼬리 울고

곱고 고운 동쪽 울타리에는 서리 맞은 국화 피었어라.

 

세상일 분분하여 끝이 없으나 눈 앞 스치면 없어지고
살아가는 일 풍족하지 못하나 뜻을 따라 만족한다오.
조정에서의 타고난 성품이 가난한 집에서 늙으니

좁은 방은 쓸쓸하여 겨우 몸 하나 사는 초라한 공간이라네.

 

큰 아이는 완악하고 둔하여 시서(詩書) 게을리 하고
작은 아이는 어리고 미련하여 배와 밤만 좋아하네.
늙은 아내 해 저물자 호미 메고 돌아오니

흔연히 한번 웃고 좁은 방을 함께한다오.

 

시 읊어도 마음 속의 시름 버리지 못하니
취중에 아이 불러 종이와 붓 대령하라 하네.
때때로 시구(詩句) 생각나면 즉시 쓰니

오언(五言)으로 평담(平淡)하게 한 운율 쓰노라.

 

농가에 술 익자 밤에 문 두드리니
머리 위에는 본래 술 거르는 두건 있다오.
늙은 농부 때때로 뽕나무와 삼나무 자라는 것 물으며

술병 들고 와서 서로 친숙하네.

 

한 잔 술에 바로 취하여 북쪽 창 아래에 누워
깨끗하게 스스로 희황인(羲皇人)이라 이르노라.
이 분은 도를 알아 궁해도 즐거워하니

용모가 초췌하지 않아 붉은 물에 담근 듯하네.

 

유림(儒林)들 분분하여 혼탁함 따르니
산림의 높은 의리 오래도록 적막하다오.
만약 황천길에서 지금 다시 나오게 할 수 있다면

()의 가마를 드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

 

도연명의 초상(肖像)에 붙인 시로 사진(寫眞)이란 사람의 용모를 그리고 색을 입혀 안색(顔色)과 정신(精神)이 진짜 살아 있는 사람처럼 그리는 것을 말한다. 이 시는 도연명(陶淵明)의 문장 속에 있는 구절을 뽑아 도연명의 행장(行狀)을 서술한 것이 특징이다. 사과()는 송()나라 휘종(徽宗) 때 사람으로 형인 사일(謝逸)과 함께 강서시파(江西詩派)에 속하는 인물이다.

이덕홍(李德弘) 1541(중종 36)-1596(선조 29)〉은 《艮齋集(간재집)》 속집 4권에 “杖藜蒲(장려포혜), 廟堂(묘당), 漉酒巾(록주건) 등의 구()는 완연히 도연명을 그려 내었다. 끝구에 ‘가령 구원(九原)에서 이제 다시 나오게 할 수 있다면’이라고 말한 것은 또한 유상(遺像)을 보고 존모(尊慕)하는 마음을 이길 수 없음을 분명하게 말한 것이니, 하필 구구하게 사진(寫眞)이라고 제목을 달 필요가 있겠는가.” 하였다.

----------------------------


'한시 산책(漢詩散步)' 카테고리의 다른 글

陶淵明 雜詩  (0) 2020.04.27
秋風詞(추풍사) - 李白(이백)  (0) 2020.03.02
黄鹤楼  (0) 2020.02.07
楓橋夜泊  (0) 2018.09.14
梅不賣香/申欽  (0) 2018.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