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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영동곶감울트라 101km마라톤 대회] 출전기

含閒 2019. 10. 22. 10:36

[제13회 영동곶감울트라 101km마라톤 대회] 출전기

아웃소싱타임스 대표이사 김용관입니다.
10월의 두번째 주가 시작됐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인 10월 12일 충북 영동에서 개최된
[제13회 영동곶감울트라 101km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완주하고 왔습니다.

이날 오후5시에 출발하여
담날 일요일 오전8시13분에 들어와
총 15시간 13분간 뛰었습니다.
제한시간이 16시간이니 제한시간 47분 남겨놓고
죽기살기로 들어왔습니다.

맹세코, 먹을 때와 오르막 오를 때 빼고는
계속 뛰었습니다.

■ 기록에 대한 애매한 변명

근데 기록이 저조한 이유를 변명을 하자면
산을 두서너개나 넘는 험난한 코스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스는 영동 - 고당 - 묵정 - 용화 - 상촌 - 매곡 - 황간 - 영동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여기에 도덕재((해발 450m)와 용화재 (해발 486m)
그리고 도마령(해발 800m)이라는 재와 령이 포함되어 있어
산을 오르는데만 1시간 이상이 걸리고
내려오는데도 30분 이상이 걸리는 험준산령을 밤새
뛰었기 때문입니다.

우쨌든,현재도 왼쪽 허박지 부상으로 아직도 절뚝거릴 정도로
힘든 울트라였습니다.

근데 정작 힘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연습을 안하고 술만 먹어 살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힘든 것을 겪으면 느끼는 것이 있으니
15시간의 고행이 지금은 힐링으로 다가와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일부 사람들은
마라톤이 마약과 같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이번에 참가선수가 모두219명인데 제가 몇 등인지 아세요?
놀랍게도 126등입니다.
제 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니?
더구나 제한 시간 16시간을 넘겨
아예 기록이 없는 선수들도 무려 33명입니다.

■ 힘들게 영동울트라를 뛴 이유

작년까지 영동울트라를 5번 뛰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대회는
뛸까 말까를 대회 신청을 해놓고 1달여를 고민했습니다.

왜냐면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몸 관리를 안해서 살이 불은 데다
이제 오래 뛰는 것이 두려워졌기 때문입니다.

15시간여를 오롯이 밤새 자지않고 뛴다는 것은
정말 생각할 수록 힘든 일 맞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짜 뛰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올해가 한국나이로 60살로
세칭 한 갑자를 살았기 때문에
이후 남은 인생을 어떻게 다르게 살 것인지
이제는 결정해야 할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 뛰면서 고통 속에서 힐링(?)

▲사람들
매번 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도대체 이 밤에 이 고통스런 행위를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는 이해 하지 못 할 이 사람들은
어떤 존재들인가?

스스로를 고통과 학대 속에 몰아넣고 거기서 힐링(?)을 찾는
이 사람들은 항상 매년 대회마다 보고 또 보는 사람들로
그냥 뛰다가 죽는 것을 인생의 최대 행운으로 아는 사람들이다.

몇 해 전 절친이라면 절친인 여자사람 마라톤친구가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한반도횡단 308km 를 뛰다가
새벽녘에 음주운전 차량에 뒤에서 받쳐서
평소 소신처럼 '뛰다가' 길에서 운명을 다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를 '객사'라고 부른다.

나도 그렇게 뛰다가 죽고 싶다.
뛸 수 있을 때까지 뛰다가 운이 다하면 길에서
죽는 것 만큼 행운이 또 있을까?

도덕재와 도마령을 올라가는데 주자들 배낭에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깜박이 비상등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뒤에서 따라오는 주자들의
길을 안내해주는 가관(가히 볼만하다)은 안 뛰어 본 사람들은 잘 모른다.

도대체 왜 저 고난의 행군을 즐기는지?

분명히 그들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자기 운명을
묵묵히 앞만 보고 개척해 가는 구도자이자 개척자임이 틀림없다.

▲도열하는 가을 황금들녁과 밤 하늘 휘영찬 달빛,그리고 별님들

도심을 빠져 나오자 마자 마주치는 황금들녘의 노오란 벼들이
열병 나온 군인들 처럼 일렬로 도열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이면서 거수경례로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황금들녘의 벼들과 일일이 눈 맞춤으로 인사를 하고
12km를 지나자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한적한 시골길과 마주한다.

이미 시간은 6시를 지나 7시에 가까워져 가면서
밤하늘에는 어스름한 달빛과 별님들이 하나씩 모습을 보이면서
오늘밤 함께 잘 해보자며 말을 건낸다.

특히 휘엉청 밝은 달님은 밤새 뛰는 내내 후레쉬가 필요없을 정도로
훤하게 길을 밝혀주었을 뿐 아니라
밤 12시를 넘기자 달빛은 더욱 매혹적이고 고혹한 자태를 폼내며
나를 유혹해 왔다.
나는 가다가 입을 크게 벌려서 달빛의 음기를
맘껏 마시면서 달님과 정을 수시로 통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하늘에 점점이 수놓은 수많은 별빛들은
속세에선 그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밤 하늘이 얼마나
황홀한 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다.

밤이 되면 시각이 둔화되면서 청각이 길을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밤새 들려오는 가을 귀뚜라미 소리와 주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시냇물과 도랑물 소리는 밤새도록 귀를 청명하게 해주었다.

또 가는 동네 마다 시끄럽게 반겨주는 또 다른 친구,
개새끼들과도 그만 좀 짖어대라고 큰 소리로 나무라기도 했으며
새벽녘 우짖는 닭 소리에 아직 때가 아니니 더 자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밤에만 보이는 나의 또 다른 나!
나의 분신,그림자와도 열심히 대화하며 밤의 적막을 헤쳐간다.

달빛에 이리저리 모습을 바꿔가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나의 또 다른 나와 그렇게 밤새 이런 저런 얘기들로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왜 영동곶감 마라톤 대회인지 아시나요?
영동은 가로수가 감나무입니다.
길거리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들이 손만 내밀면
"나 잡아 잡수셔" 하고 대롱대롱 달려있다.

아침 7시정도 되니 너무 배가 고파서
길가에 떨어진 감을 주어서 씻지도 않고 먹었다.

■ 고통이 주는 생각과 60 이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

대부분이 100km 이상 울트라는 초반 절반이 힘들고
나머지 절반은 힘든 것보다 의지로 간다고 한다.

54km 지점에서 주최측이 제공하는 소고기 미역국에
김치를 말아서 후루룩 10분만에 위 속에 쏟아넣고
다시 길을 나서니 도마령(해발 800m)이 계속 기다리고 있다.

먹었으니 또 오르막이니 빠른 걸음을 옮겨놓으면서 생각했다.

지금까지 산 60년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면
앞으로 살아야 할 몇 십년은 분명 달라야 한다.

어떻게 다르게 살 것인가?
지금까지 삶의 이유가 돈과 직업,기타 등등
세속적인 이유에서 였다면

이제는 새로운 가치를 찾아서
이제 나만의 잣대를 가지고
내 자신의 가치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상식의 잣대를 버리고
내가 생각하는 후회없는 삶을 찾아야 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를
밤새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고뇌하였다.

그렇게 나머지 46km를 '이제는 다르게 산다'를 수십번
읆조리면서 뛰고 또 뛰었다.

이제 육신의 고통은 나의 친구!
무릎,종아리,다리 어깨,허리 등 나의 전신은
이미 뇌의 통제를 벗어난지 오래!

이제는 의지와 정신은 다만 거들 뿐!
오로지 간 만큼은 기억한다는 주인 잘못 만난
나의 육신에게 통사정하면서
영동곶감울트라 101km를 마무리하였다.

앞으로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좀 더 정리해야 하겠지만
의미있는 수행과 고행의 마라톤이었다.

과연 어떻게 살 다 가는 것이 참 죽음일까?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이럴려고 태어났나?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이제 스스로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밤새 그리고 지금도 머리 속에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