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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암호화폐 거래소, 주인은 누구?

含閒 2018. 3. 14. 18:29

특집 | 위기의 암호화폐

4대 암호화폐 거래소, 주인은 누구?



암호화폐 피해 구제 어떻게?
“규제하지만 화폐는 아니다” 
소송밖에 답 없어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전산장애 피해자 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빗썸 본사 앞에서 피해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전산장애 피해자 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빗썸 본사 앞에서 피해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암호화폐 광풍을 둘러싼 주요 이슈 중 하나는 피해 구제 문제다. 해킹과 전산장애 등 투자자 입장에선 불가항력적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해 빗썸은 두 차례 해킹을 당했고, 11월 12일엔 한 시간 반가량의 전산장애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소규모 암호화폐 거래소인 ‘유빗’은 지난해 12월 해킹으로 17%의 코인을 도난당했다며 일방적으로 투자자들의 자금 인출을 중단시켰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암호화폐로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혀 투자자 반발을 사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소송에 나선 상황. 법무법인 대륙아주 김준우 변호사는 “빗썸 전산장애 피해자 640여 명이 120억 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유빗 피해자 일부도 민·형사 소송에 들어갔다. 최우석 법무법인 정동국제 변호사는 “50여 명의 피해자가 모였다”며 “은행과 달리 중개 업무를 하는 거래소가 해킹으로 일부 피해를 봤다고 투자금 반환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형사 고소를 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에도 각종 암호화폐 관련 피해 신고가 쌓이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일까지 109건의 상담, 30건의 피해 구제가 접수됐다. 황기두 소비자원 금융보험팀장은 “해킹을 이유로 환전을 못하게 한다거나, 시스템 오류로 인한 피해 등 내용이 다양하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다 피해를 입은 경우 현재로선 소송 이외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거래소 약관도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빗썸 이용약관 제25조(손해배상)는 ‘회사는 본 약관에서 규정한 매매 규칙을 벗어난 거래를 통해서 발생한 일체의 사고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해놓았다. ‘6개월 이상 접속하지 않는 투자자의 암호화폐를 당시 시세로 현금화해 보관할 수 있다’는 항목(제19조)도 투자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에 나섰지만 적극적인 피해 구제 방안 마련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암호화폐를 화폐로 인정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금융기관을 통한 간접 규제에 그치고 있다”며 “이러한 어정쩡한 상황에서 투자자 피해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다. 금융감독원은 분쟁조정국을 두고 금융 투자자 피해 구제를 돕는다. 금융기관의 내부적인 전산장애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투자자는 법정으로 가기 전 금융감독원을 통해 피해 조정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금융회사로 인·허가받은 회사를 감독하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역할이기 때문에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그 거래 규모가 얼마가 됐든 금융감독원의 관할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인허가권 가진 중재기관 필요
현재 정부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하는 노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 심사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한 보안 점검 정도다. 공정위는 각 거래소 약관 심사에 착수한 상태. 공정위 약관심사과 배현정 과장은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들 위주로 심사하는 중”이라며 “늦어도 3월에는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최근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암호화폐 거래소 8곳에 정보통신법 위반에 대한 과태료 1억 4100만 원을 부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 보고 등 시정명령을 내렸다.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는 이상 피해 구제보다는 예방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 출범한 암호화폐 관련 민간단체인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자율규제위원회 산하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거래소와 투자자 간 분쟁을 조정하기로 했다. 분쟁조정위원장을 맡은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고소·고발로 가기 전에 거래소와 투자자가 합의로 조정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에서 안을 만드는 단계”라고 밝혔다. 분쟁조정위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활동을 개시한다.  

김경환 변호사는 “민간단체의 중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인허가권을 가진 기관이 중재를 해야 거래소 내부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우 변호사는 “거래소 전산장애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스마트폰 화면을 캡처하는 등 본인의 거래 의사가 있었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해놓는 것이 향후 소송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입력 2018-03-01 09: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