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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정·관계 낙하산 인사 내규로 금지하는 첫 금융사 될까

含閒 2018. 3. 6. 10:14

KB금융, 정·관계 낙하산 인사 내규로 금지하는 첫 금융사 될까

변휘 기자 입력 2018.03.06. 04:48

 

'정·관계 인사 제한' 주주제안, 주총 안건 채택..'낙하산' 우려하는 외국인 주주 찬성표 던질 수도


KB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 정·관계 인사의 ‘낙하산’을 방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주주제안이 안건으로 채택됐다. 주총을 통과하면 금융회사가 정·관계 인사의 선임을 내규로 제한하는 첫 사례가 된다.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외국인 주주들도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원인이라며 비판적이었던 만큼 대거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주주제안으로 제출한 두 건의 정관 개정 안건을 오는 23일 정기 주총에 올리기로 했다. 청와대, 행정부, 사법부, 국회, 정당 등에서 일정 기간 재직한 인물은 퇴직 후 3년간 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정관 신설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대표이사 회장을 배제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이다.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이른바 ‘낙하산’ 방지’ 정관 신설이다. KB노협은 지난해 9월에도 ‘낙하산’ 방지를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 규정으로 신설하자고 제안했지만 KB금융은 이에 대해 “이사회 결정사항일 뿐 정관 변경 대상은 아니”라며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 안건에 올리지 않았다. KB노협은 이번에는 정관에 이 내용을 신설하는 방식을 채택해 주총 안건으로 올리는데 성공했다.

KB노협의 주주제안이 주총을 통과할지 여부는 지분 70%가량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의 손에 달렸다. KB노협이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 올린 사외이사 추천 안건은 외국인 주주 영향력이 막강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반대’ 권고로 부결됐다. KB금융의 최대 단일주주인 국민연금(9.79%)의 찬성도 70%라는 절대적인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 앞에서는 소용 없었다.

반면 ‘낙하산’ 방지 정관 신설은 외국인 주주들의 환영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엽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KB노협이 제안한 ‘낙하산’ 방지는 공직자윤리법상 퇴직 공직자의 유관기관 취업 제한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이를 준용해 정관으로 규정하는데 대해 외국인 주주들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금융회사의 ‘낙하산’ 관행은 외국인 주주들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비판해온 문제이기도 하다. ISS는 2013년초 KB금융의 사외이사 후보와 관련한 보고서에서 일부 관료 출신 인사들에 대해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정치적 목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한 지배구조 연구기관 관계자는 “정관 신설이나 개정은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며 “외국인 주주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정·관계 인사라고 전문성을 배제한 채 채용을 제한하는 것이 오히려 회사 발전에 부정적이라는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낙하산 방지 정관이 주총에서 통과된다면 법이나 금융당국 규정이 아닌 금융회사의 내규로 정·관계 출신 인사의 취업을 제한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변휘 기자 h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