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산책(漢詩散步)

[스크랩] 밤비 (夜雨)

含閒 2017. 5. 10. 11:38

 

 

 

밤비


밤비가 나를 속이고
자는 새 부슬부슬 몰래 내렸네.
아침에 보니 꽃이 눈물에 젖어
긴 가지를 붉게 드리웠네.


夜雨


夜雨如相欺(야우여상기)
乘睡暗霏霏(승수암비비)
曉看花淚濕(효간화루습)
紅亞最長枝(홍압최장지)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일러스트
 

정조 순조 연간의 문인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1741∼1826)가 60세 때 지었다. 무덤덤하다가도 나이가 들면 꽃잎 하나에 마음이 움직인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밖에 나왔더니 함초롬히 젖어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왔다. 길게 뻗어 나 온 꽃가지는 붉게 핀 꽃의 무게에 처져 있다. 머리 수그린 채 울고 있는 젊은 처자의 모습인 듯 남아 있는 잠결을 확 깨운다. 그랬구나. 지난밤 자는 사이에 기척도 없이 비가 내렸다. 남이 눈치챌까 봐 숨죽이고 내린 비나 고개를 떨구고 눈물 흘리는 꽃에게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가 보다. 그 사연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어도 붉은 꽃잎 무더기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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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어보닌깐 사소한 일상에서도 이런류의 감동에  휘말릴때가 종종있다

 



출처 : 演好마을
글쓴이 : 설봉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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